IBK 패밀리

IBK산

기막힌 설경에 빠지다,

백두대간 선자령

‘늦겨울의 마지막 선물’
글 · 서승범   사진 · 영상 · 이대원   영상편집 · 윤승현

한반도 등줄기에 자리 잡아 바람 많고 눈 많기로 소문난 선자령.
사시사철 백패커들의 성지로 꼽히는 선자령이지만, 산행으로도 그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IBK인들과 함께 선자령에 올라 늦겨울의 커다란 선물, 순백의 풍경을 즐겼다.

  • #선자령
  • #겨울왕국
  • #풍력발전기
오늘의 등산루트를 확인하는 IBK인들

‘닭 대신 꿩’이라고…

계방산에 오를 예정이었다. 오대산 남서쪽 자락에 있는 계방산은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들뜬 마음으로 산행을 준비했는데, 봄철 산불방지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일부 구간을 남겨두고 대부분의 코스를 막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요한 건 산을 찾는 이와 산의 안전이니 산행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는데, 떠오른 건 선자령.

뒤늦은 추위와 눈 소식에 마지막 설경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설경이라면 선자령이 계방산 못지않다. 괜히 ‘백패커들의 성지’겠는가. 다른 계절에도 인기가 좋지만 겨울이면 거센 바람 무릅쓰고 오르게 만드는 게 선자령의 설경이다. ‘닭 대신 꿩’인 셈. 서울에서 안 보이던 눈이 대관령휴게소에는 가득했다.

“와! 눈이 엄청 많네요.”
“아이젠이랑 모자, 장갑 다 잘 챙겨주세요.”
“코스가 험하진 않다고 들었는데 힘들진 않을까요?”
“눈이 많긴 하지만 그쳤고, 많은 사람이 다녀가 눈이 잘 다져졌을 겁니다.”
“그럼 몸을 풀고 출발해 볼까요? 다 같이 선자령을 향해 출발!”

IBK인 6명이 하얀 설경 속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이들을 한 데 묶은 이름은 ‘금사팀’. 혹시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그 ‘금사’인가?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하지만 김종관 과장, 류은비 과장, 권봉경 과장을 비롯해 김수정 대리와 김지환 대리 모두 금융소비자지원부 소속이다. IT금융개발부 이영린 과장만 소속이 다른데 이마저도 얼마 전 부서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소비자지원부에서 인연을 맺고 친분을 쌓았다.

“다양한 업무를 하는 부서지만 핵심은 ‘금융사기’ 방지와 처리입니다. 요즘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금사’입니다.”

뉴스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인 금융사기다. 이런 금융범죄와 맞서는 이들이 ‘금융소비자지원부’다. 부서의 핵심 업무를 줄여 ‘금사팀’이라 산행 모임의 이름을 지었다. 그러니 원래는 ‘금융사기팀’, 아니 ‘금융사기와 싸우는 팀’이라 해야 맞겠다. 어쨌든 오늘 하루는 금융사기 잊고 순백의 풍경에 빠져보기로 한다. 선자령으로 고! 고! 고!

아이젠과 등산스틱으로 안전하게 산행해요.
등산 중간중간 인증샷 남기기!
선자령에 세 쌍둥이의 등장이라?!
흡사 아웃도어 모델 같은 IBK인들

선자령 큰바람마저

대관령마을휴게소에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약 5km. 오대산, 황병산과 가까우니 어지간한 산길이라면 꽤 먼 거리겠지만, 선자령은 착하게도 완만한 경사가 내내 이어져 초심자들을 산으로 끌어들이기 딱 좋다. 심지어 겨울이라 해도. 금사팀 역시, 시작부터 눈 가득한 풍경에 연신 감탄사가 이어졌다.

선자령의 높이는 1,157m. 1,000m가 훌쩍 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출발점인 대관령마을휴게소의 높이가 840m여서 300m 남짓한 고도만 오르면 된다. 5km에 걸쳐 300m를 오르니 경사가 완만할 수밖에.

조금 걷다 보면 커다란 철탑이 나타난다. KT 송신소인데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오니 멈추지 않고 패스. 날씨가 좋다면 전망대뿐 아니라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곳에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이날은 조금 흐려 뿌옇게 보였다. 그래도 보이는 게 어딘가. 새처럼 날아 바다를 본다면 이런 풍경이리라.

전망대면 중간쯤 온 거다. 선자령까지 멀지 않다. 산줄기는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인데 동쪽은 가파른 절벽으로 뚝 떨어지지만, 서쪽은 완만해 목장이 들어서 양과 소를 키운다. 길은 소 등짝처럼 부드럽다. 일찍 서두른 이들은 이미 내려오고 있어 길도 잘 다져져 위험한 구간도 없다. 눈앞에 펼쳐진 설경을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면 그게 다다.

“바람이 굉장히 셀 거예요.”

선자령의 미덕은 평탄함이고 매력은 바람이다. 휴게소부터 이미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데, 그만큼 바람이 심하다는 뜻이다. 시인 황동규는 설악산 북쪽 미시령에서 ‘풍경 전체가 바람 속에 / 바람이 되어 흔들리고 / 설악산이 흔들리고 / 내 등뼈가 흔들리고’라 쓴 적이 있다. 시 ‘미시령 큰바람’인데, 바람 세기로는 선자령이 한 수 위다.

그런데 말이다. 그 바람이 통 불지 않는다. 두 시간 남짓 걸려 오른 선자령은 잠잠하다. 선자령엔 오랜 농담이 전해온다. ‘선자령에 올랐는데 바람이 불지 않으면, 길을 잘못 든 거다.’ 하지만 발전기의 바람개비들은 한없이 얌전하다. 폭설이 내렸는데 눈은 그쳤고, 하늘이 맑은데 바람은 불지 않는 ‘착한 선자령’은 ‘지리산 천왕봉 일출’만큼이나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오늘 산에 오른 IBK인들은 도대체 어떤 덕을 쌓은 것인가!

아름다운 선자령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서로를 찍어주는 우애좋은 금사팀

폭설이 내렸는데 눈은 그쳤고,하늘이 맑은데 바람은 불지 않는 ‘착한 선자령’은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장난꾸러기처럼 눈싸움을 하는 IBK인들

“홋카이도 말고 선자령으로 오세요~!”

여기서 잠깐. 선자‘령’(仙子嶺)은 고개 아닌가? 산줄기가 능선이라면 오르막의 끝에 봉우리가 있고 내리막의 끝에 고개가 있다. 봉우리에 오르면 내리막이 시작되고, 고개에 이르면 오르막 차례다. 그래서 산줄기를 넘으려면 고개를 넘는 거고.

‘령(嶺)’이나 ‘치(峙)’는 같은 말인데, 령은 큰 봉우리 사이 높은 고개에 붙이고, 치는 가파른 경우에 붙는다. ‘고개’와 ‘재’는 우리말 표현이고. 그럼 선자령은? 특이하게도, 선자령은 ‘령’이면서도 고갯마루가 아니라 봉우리를 가리킨다. 대관령에서 올라 새봉과 선자령을 지나면 매봉을 지나 소황병산과 노인봉을 거쳐 진고개로 떨어진다. 선자령은 봉우리다.

사진이 잘 나올만한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위와 아래(남북)로는 하얀 능선이 이어져 있고, 좌우(동서)로는 멀리 바다가 보이는 시가지와 풍차가 들어선 구릉이니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다.

“SNS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어요.”
“홋카이도까지 가실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선자령으로 오세요~!”

짧지 않은 코스였지만 쉬운 코스 덕에 오래 걸리지 않아 산행을 마쳤다. 처음부터 산행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남은 아니지만, 한동안은 산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IBK인들. 선자령 이야기가 뜸해질 무렵, 곳곳엔 진달래와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을까. 그럼 또 다른 산이 이들을 기다릴지도.

선자령에 올라 기쁨 만끽 중~
드넓게 펼쳐진 설경에 감탄이 절로!
풍력발전기마저 고요한 선자령

선자령 INFO

  • 주소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산1-134
  • 입산
    시간
    연중무휴 24시간 운영
  • 코스대관령마을휴게소 - 새봉 - 선자령 - 하산(원점회귀, 약 11km)
  • 문의선자령 관리사무소 033-336-4037

등산로 구간별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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