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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국내)

봄빛
쪽빛 가득한 보물섬

남해

글 · 사진 진우석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리는 남해는 봄철에 더욱 아름다운 섬이다.
다랑논에는 쑥쑥 마늘이 자라고 노란 유채가 흐드러지며, 작은 어촌들은 쪽빛 바다를 품고 빛난다.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던 남해는 지금도 자연이 살아 숨 쉰다.
이순신길호국길, 남해 금산의 보리암, 물건리방조어부림과 독일마을 등을 둘러보면서 남해의 봄 풍경에 흠뻑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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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개통한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는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

남해의 상징인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로 들어온다.

이순신호국길, 남해바래길 대표 코스

남해 여행은 남해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1973년 개통한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 남해대교를 건너 먼저 만나볼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이다. 남해바래길 13코스 ‘이순신 호국의 길’을 걸으면서 이순신을 만나보자. 코스는 남해충렬사~월곡항~차면항~이순신순국공원, 거리는 7.2㎞로 2시간 30분쯤 걸린다.

이순신호국길은 이순신의 가묘가 있는 남해충렬사와 유해가 처음 오른 관음포 이충무공전몰유허(이락사)를 잇는 길이다. 이순신의 운구 행렬이 이 길을 따라 이동했다. 남해대교가 잘 보이는 지점에 남해충렬사가 자리한다. 1598년 11월 19일 벌어진 노량해전으로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은 조선의 승리로 끝났고, 이순신은 전사했다. 이순신의 유해는 관음포와 남해충렬사를 거쳐 아산 현충사로 이장됐다. 충렬사에 꾸벅 절을 올리고, 가묘를 둘러본다. 이순신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나라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순신은 우리에게 불멸의 영웅이다.

충렬사를 나와 해변을 따라 걸으면 노량포구에 닿는다. 포구에서는 2018년 9월에 개통한 남해대교와 쌍둥이처럼 생긴 노량대교가 잘 보인다. 포구를 지나면 작은 언덕으로 올라선다. 언덕에서 본 노량 마을과 노량대교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언덕을 넘으면 월곡항과 차면항을 연달아 지나 종착점인 이순신순국공원을 만난다.

관음포에 자리한 이순신순국공원은 유적, 영상관, 위령탑, 조형물 등을 갖춘 대규모 시설이다. 특히 영상관은 벽면과 지붕 전체가 스크린인 입체 영상관으로 노량해전의 격전을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이충무공전몰유허를 남해 사람들은 이락사(李落祠)라 부른다. 이순신이 순국한 역사적 사건이 더욱 비장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남해 사람들에게 이순신은 각별하다. 이락사에는 조그만 비각과 유허비가 있다. 이어 소나무와 동백이 어우러진 호젓한 솔숲을 걸으면 첨망대 정자에 닿는다. 첨망대에 오르면 노량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순신순국공원 호국광장의 이순신 조형물

보리암과 SNS 핫플레이스 금산산장

보리암은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과 서해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68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역할을 하는 보광전 아래 작은 공터에 해수관세음보살상이 자리한다. 이곳이 보리암에서 가장 기가 센 곳으로 알려졌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보리암 앞마당의 해수관세음보살상에 연방 절을 올린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세음보살은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먼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해수관세음보살상에서 산허리를 따라가면 금산산장으로 갈 수 있다.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돌계단을 좀 내려오면 쌍홍문을 만난다. 굴속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작은 섬들과 멀리 두미도와 욕지도의 풍광이 일품이다. 굴 밖으로 나가서 돌아보면, 쌍홍문은 마치 그리스 투구처럼 보인다. 원효대사는 두 굴이 쌍무지개 같다고 하여 쌍홍문으로 불렀다.

쌍홍문에서 제석바위를 넘으면 금산산장에 도착한다. 금산산장은 SNS 핫플레이스다. 한때 산장 앞 벤치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올린 사진이 유명했다. 하지만 국립공원 지역이라 음주가 금지되어 이제는 컵라면으로 바뀌었다. 금산산장 위쪽에 금산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상사바위가 있다. 조심조심 바위에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바위 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멀리 반원형의 상주해수욕장이 멋지게 보인다.

이락사의 그윽한 솔숲
제석바위에서 본 상사바위와 상주해수욕장. 사라지는 안개가 절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남해 제1경으로 꼽히는 보리암 일출

물건리 방조어부림과 독일마을

남해 물건리에 ‘물건’이 하나 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하면, 고기를 부르는 숲이다. 해안에 자리한 방조어부림은 물건리 주민들이 대대로 가꾼 숲이다. 활엽수와 상록수가 풍성한 어부림은 해풍을 막아주고, 고기를 부르는 역할도 한다. 어부림에서 난 산책로를 따라 호젓하게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물건리 언덕 위에는 독일마을이 자리한다. 독일마을은 1960년~70년대 산업 일꾼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 정착한 마을이다. 전통적인 독일 건축 양식으로 마을을 조성해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난다. 독일마을에서 꼭 둘러봐야 할 곳이 남해파독전시관이다. 전시관에는 당시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동포들의 고단한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독일마을에서 어부림이 잘 보인다.
남해토피아랜드의 동화 속 같은 정원

남해토피아랜드와 죽방렴

남해군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섬은 남해도와 창선도다.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남해도는 하동과 연결됐고, 섬 속의 섬이었던 창선도는 1980년 창선교가 놓이면서 남해도와 이어졌다. 창선교 주변에서는 죽방렴을 쉽게 볼 수 있다.

죽방렴은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V자 모양으로 말뚝을 세워 만든 전통적인 어구를 말한다. 죽방렴으로 잡힌 멸치는 죽방멸치라 해서 최상품 대우를 받는다. 창선교를 건너 좌회전해 5분쯤 가면 대방산 아래 남해토피아랜드에 닿는다.

남해토피아랜드는 나무를 온갖 동물과 사물 형상으로 다듬은 토피어리 정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북이, 공룡, 토끼 등이 반긴다. 마치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만든 정원을 연상시킨다.

토피아랜드 하석진 대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5,000여 평의 선산에 15년부터 꽝꽝나무, 주목, 동백 등을 심었다고 한다. 작품들은 주로 꽝꽝나무를 사용하는데, 10년 정도 수형을 다듬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한다. 현재 700여 작품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토피아랜드의 또 하나 자랑은 50여 년 가꾼 편백숲이다. 숲 안의 평상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피서가 따로 없다. 토피아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서정적인 조망이다. 완만한 다랑논이 펼쳐진 해바리마을과 옥빛 바다가 정겹게 어우러진다.

드론으로 본 창선교와 죽방렴
남해의 별미인 멸치쌈밥
  • Tip남해 가이드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드라이브로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맛집

멸치는 남해의 대표적 특산품이다. 특히 죽방렴을 통해 잡은 멸치는 최고급으로 친다. 남해에서는 멸치를 쌈밥으로 먹는다. 남해 토박이가 추천하는 먹는 방법은 배추에 멸치 하나 넣고 마늘 하나 넣고 싸 먹는 것. 남해 마늘은 맵지 않고 단맛이 난다. 남해사랑채(055-863-5244)를 추천한다.

숙소

서상항에 자리한 남해스포츠파크호텔(055-862-7900)은 깔끔한 숙소로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남해 일몰이 일품이다. 국립남해편백자연휴양림(055-867-7881)은 장대한 편백숲에서 힐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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