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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동산·주택 시장 전망

글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모든 자산 가운데 부동산 가격 등락에 민감한 편이다. 알려진 대로 가계 순자산 중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분석 대상을 가구주 나이 60대 이상인 가계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90%를 초과한다. 부동산 가격 등락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주택 소비를 줄이는 은퇴자들

60대 이상 전통적인 은퇴 계층의 관심은 대체로 주택 매매가격 변화에 집중된다. 대부분의 은퇴 계층은 주택 소비를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매하여 발생한 양도 차익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 행태를 보이므로 매도 시점의 집값이 쟁점이 된다.
한편 최근에는 새로운 은퇴 유형인 F.I.R.E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族)이 등장했다. 50, 60대에 들어서야 은퇴 결정을 내렸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고 판단되는 즉시 은퇴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퇴직 전 자산 축적을 이미 완료했고, 은퇴 후 여생이 전통적 은퇴 계층에 비해 긴 특성을 보인다. 그러므로 목돈 마련 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이들이 부동산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매매 시장보다는 임대차 시장의 향방이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이번에는 전통적 은퇴 계층을 위한 매매 시장 전망과 F.I.R.E족을 위한 임대 시장 전망을 함께 제시한다.




먼저 매매가격 전망을 살펴보자

2023년 초부터 지금까지의 매매가 양상을 보면 언제쯤 집을 팔아야 할지 판단하기 힘든 딜레마 존에 정확히 위치한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5.13% 올랐다. 하지만 최고점을 기록했던 2021년 10월에 비하면 14.37% 하락한 상태다. 지금 집값이 비싼지, 저렴한 구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더욱 극적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23년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12.40% 오른 데 비해 최고점인 2021년 10월에 비하면 15.42% 떨어진 상태다. 보유 부동산의 판매를 고려하고 있었던 은퇴자는 ‘2023년 초에 팔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상승세가 2024년까지 이어질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8개월 연속 주택 가격이 올랐기에 안심되는 한편, 주간으로 발표되는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상승세가 둔화되는 양상이 함께 나타나 앞날 예측이 어려워졌다.
매도인 입장에서 2024년에 주택 매매가가 더 오를지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2023년 상반기의 반등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표로 나타나는 거시경제 여건은 2022년보다 2023년에 더욱 악화됐다. 그럼에도 2023년 상반기 들어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데는 주택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된다. 2023년 특기할 만한 자금 흐름은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다. 2023년 1월 특례보금자리론이 발표된 이후 10월까지 신청된 금액은 4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목표치인 39조 6000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가격 상승세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2021년 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5조 7000억 원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특례보금자리론 한 가지 상품으로만 2021년 한 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규모의 90%를 공급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 6월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8월에는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두 가지 상품에서 8조 5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시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 2017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 7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3배가량 자금이 유입됐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입장을 실은 보도자료에서 가계 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특례보금자리론은 유효신청액을 집계한 것으로, 신청과 대출 실행 사이 1개월 내지 최대 2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 국회예산정책처, 2023
  • 한국주택금융공사, 2023



매도인 입장에서 2024년에 주택 매매가가
더 오를지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2023년 상반기의 반등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2024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인가

먼저 2023년 주요 자금원이었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2024년에는 공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애초에 1년 한시로 출시된 상품이었다.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2023년 상반기에는 기간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대형과 일반형 상품 중 소득 제한이 높고 더 높은 가액의 주택을 살 수 있는 일반형 판매가 중단된 현 상황을 바탕으로 짐작해볼 때 2024년에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기간이 연장되리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신규 취급액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었던 직후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 새로 도입되는 제도도 있다. 바로 (가칭)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이다. 해당 대출 상품은 26조 60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2023년 10월 현재 특례보금자리론 유효신청액 41조 7000억 원보다 15조 원가량 작다. 한발 더 나아가 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을 포함한 2024년 연간 국토교통부 주택구입자금 대출소요 전체 예상액이 약 34조 9000억 원으로 집계2) 돼 2023년 10월 현재 실제 집행된 보금자리론 35조 1000억 원보다 더 적은 것을 확인3)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보면 시장 유동성의 축소로 인해 매매가가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 속도 둔화, 경기 부진 등 시장의 기초 체력이 부진할 가능성을 보태면 가격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임대차 시장 전망

임대차 시장은 주지하다시피 크게 전세와 월세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우리 시장은 전세 유형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통칭 전세사기, 이하 같음) 등으로 인해 전세와 월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매월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월세의 경우 F.I.R.E족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자산 마련을 위해 투입한 자금에 대한 수익률로 이해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월세 시장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22년 말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대 6%를 넘어서면서 시장에서 통용되는 월세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는 전월세 전환율 4.5%를 초과해 전세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 월세로 넘어가는 것이 유리했다. 이후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고, 2023년 11월 현재 금리는 4.2%로 전월세 전환율 이하로 내려오면서 전세가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별 경기 상황과 어지러운 정세 등을 고려하면
2024년 주택 시장은 예단하기 어려운 미래임에는 틀림없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어떨까

앞서와 동일한 논지로 2024년의 수익률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보면, 기본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택 유형별로 상이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로 인한 전·월세 시장의 관심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2023년 연초에 비해 상당폭 인하되어 문턱이 낮아졌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의 유입이 예상된다. 시장 부진을 우려한 신규 매매수요 유입이 적어 상대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2024년 입주 물량이 적어진다는 점도 부연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상품별로는 아파트에서는 수익률이 상승하는 반면 빌라에서는 임대 수익률이 정체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상품별로 상이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전세자금 대출의 전세사기 이슈로 인해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유형보다는 아파트 부문으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계약 전세 수요는 아파트에 대한 쏠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며, 비아파트 유형은 월세 시장으로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별 경기 상황과 어지러운 정세 등을 고려하면 2024년 주택 시장은 예단하기 어려운 미래임에는 틀림없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와 매매가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던 시기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거시경제 상황이 그때에 비견할 정도로 어려운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하지만 소비·투자·수출이 동시에 감소하는 현상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 나타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의해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더욱 지연되고 있는 만큼 현재 가격 상승세에 기반한 낙관적 상황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시적인 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 국지적으로 변동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다가오는 2024년을 대비하는데 필요한 전략이 아닐까 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주택 및 부동산 시장, 주택경제, 주택정책, 공간분석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