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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뛰어넘은 생기와 영감

겨울 예술 산책

글 · 편집실

찬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어본다. 잔뜩 웅크려졌다가도 서늘한 공기에 이내 정신이 맑아진다. 코끝 시린 자연을 갤러리 삼은 곳은 지역에서 들러볼 만한 장소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로 여행의 이유가 된다.
예술적 영감으로 충만한 전시장이자 전시 정보 모음.




겨울 전시 01
이미지 출처 일맥문화재단

100년 세월을 품은

부산 오초량

부산항 근처 초량동에 위치했으며, 근대 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49호인 복합문화공간 ‘오초량’은 번화가에서 100년의 기억을 품고 있는 일본식 가옥이자 전시관이다. 20세기 초 경부선 신설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부산에 건너온 일본인 다나카 후데요시는 1925년 지금의 오초량을 짓고 20년간 살다가 해방 후 80년 동안 한국인이 가꾸고 돌봤다. 그리고 2000년 일맥문화재단에 기부되어 우리나라 근대 주택사와 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됐다. 감탄사 ‘오!’와 풀밭에 난 오솔길을 뜻하는 ‘초량’을 합친 ‘오초량’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하듯 바다 앞 나지막한 언덕 위로 갈대와 억새가 뒤덮여 있던 초량동의 역사를 품고 있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크다.
2023년 5월 전면 공개되어 가구를 포함한 공예품전시가 진행됐다. 7월엔 ‘오!초량 여름학교’로, 10월엔 ‘오!초량 가을인문학교’를 열어 100년 공간에 새겨진 터의 자취와 미학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오초량은 예약 방문은 필수로, 자유 관람이 아닌 30분의 도슨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적산가옥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목조 건축의 향기와 더불어 100년의 세월 속을 거니는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겨울 전시 02
이미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사진 갤러리 강원지사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자
공간 자체로 여행지가 된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이 주는 아늑함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강원도 원주 구룡산과 큰대산 사이에 안긴 ‘뮤지엄 산’으로 떠나보자. 압도적인 정원으로 이름난 이곳은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연이 주는 여유와 철학을 전하고 있으며, 자연 자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당에 놓인 빨간 조형물 ‘아치웨이’의 인기에 힘입어 연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 현재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의 대규모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뮤지엄 산을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한 그의 작품을 전시한 <안도 타다오 - 청춘>은 도쿄, 파리, 밀라노, 상하이, 베이징, 타이완을 거쳐 국내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로, 6개월의 전시 기간 중 26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찾자 2023년 10월에 마치는 전시 일정을 12월 3일로 연장했다. 올겨울, 백두대간과 자연에 둘러싸인 아늑함과 건축물이 주는 전율을 만끽해보자.




겨울 전시 03
이미지 출처 송파구청

한겨울의 판타지아

서울 송파 석촌호수 루미나리에

석촌호수는 봄에는 벚꽃으로, 여름에는 청량한 호수로, 가을에는 단풍길로, 겨울에는 루미나리에가 열리는 현장으로 변신하며 사계절 내내 즐길 거리로 사람들을 맞는다. 루미나리에(luminarie)는 색깔과 크기가 다른 전구 또는 전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 건축물 축제로, 본격 ‘불빛 축제’다. 2022년 첫 번째 루미나리에가 개최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자 2023년 3배 이상 커진 규모로 더욱 화려한 루미나리에를 펼친다. ‘빛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경관 조명과 빛 조형물, 포토존, 미디어아트 등 2만개의 전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석촌호수의 영롱하고 근사한 야경 사진이 SNS상에서 인기를 끌며 인생숏 성지로 이름나 1020세대는 물론 가족단위 방문자가 연일 방문하고 있다. 찬란한 겨울 호수의 정취와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석촌호수 루미나리에는 2024년 2월까지 계속된다.




겨울 전시 04
이미지 출처 《타렉 아투이: 더 레인》 설치 전경. 사진 아인아. 제공 아트선재센터.

실험적인 예술로 매혹하는
기묘한 한옥

서울 아트선재센터

서울에서 ‘한옥’을 떠올리면 북촌한옥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다. 실제로 고관대작을 비롯해 왕실, 사대부가 모여 거주해 대대로 반촌이었던 북촌한옥마을은 건축물이 주는 여운, 골목골목 즐비한 상점을 따라 거닐기 좋다. 그 길을 산책하다 만날 수 있는 ‘아트선재센터’는 실험적인 예술을 지향하고, 미술을 매개로 삶을 성찰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목표로 설립된 미술관이다. 현대미술 기획전을 주로 여는데, 현재는 조각가 <정지현: 행도그> 개인전 외에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겸 작곡가의 전시 <타렉 아투이: 더 레인>을 진행 중이다. <정지현: 행도그>에서는 사물의 원본에서 멀어지는 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날 것 그대로 선보이고, <타렉 아투이: 더 레인>에서는 한국 전통 타악기와 전자악기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현대예술을 소개한다. 아트선재센터 건물 옆, 흡사 비밀의 장소처럼 우거진 나무 사이에 자리한 아트선재센터 한옥은 카페 팝업스토어로, 매번 다양하고 색다른 카페의 팝업 행사로 진행된다. 찬찬히 북촌을 거닐다현대 예술을 감상한 후 아트선재센터 한옥에서 호젓한 분위기에 감싸인 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겨울 전시 05
이미지 출처 아르떼뮤지엄 제주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낯선 매력

제주 · 여수 · 강릉 아르떼뮤지엄

엄동설한에도 빨간 꽃을 피워내는 동백꽃. 겨울의 상징인 동백꽃을 보기 위해 겨울날 제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 제주 서쪽 애월읍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2020년 개관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 강릉까지 확장했고, 2024년 부산 개관을 앞두었다. 시각적 강렬함과 더불어 감각적인 사운드, 품격 있는 향기 등 오감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을 함께 만들고 체험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아르떼뮤지엄이 있는 각 지역의 특징에 맞는 콘셉트를 주제로 선정해 한층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겨울 ‘영원한 자연(Eternal Nature)’이라는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제주에서는 ‘섬’을 콘셉트로, 꽃과 폭포, 해변, 정원, 파도 등 제주의 자연을 재료로 빛과 소리를 더해 만든 11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했다. 여수와 강릉에서는 기존 테마전시와 더불어 풍속화, 산수화, 궁중 회화 등 조선의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조선시대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Tip. 올겨울을 위한 전시와 축제 정보

안도 타다오 : 청춘
  • 기간~ 2023. 12. 03.
  • 주소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산
  • 가격성인 2만2000원
  • 문의033-730-9000
  • 홈페이지museumsan.org
  • 인스타그램@museumsan_official

빛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 석촌호수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루미나리에
  • 기간~ 2024. 02. 29.
  • 주소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 주최송파구청
  • 가격무료
  • 문의02-2147-2110
  •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

항상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빛 서면 빛 축제
  • 기간~ 2024. 01. 20.
  • 주소부산시 서면1번가 일원
  • 가격무료
  •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

Lawrence Weiner : Under The Sun
  • 기간~ 2024. 01. 28.
  • 주소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가격성인 1만6000원
  • 홈페이지apma.amorepacific.com
  • 인스타그램@amorepacificmuseum

2023 서울아트쇼
  • 기간2023. 12. 22 ~ 26.
  • 주소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코엑스 1층 A홀
  • 가격성인 1만5000원, 학생 1만 원
  • 홈페이지seoulartshow.com
  • 인스타그램@seoulart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