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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2024
1분기와 2분기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글 ·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던 탓인지 올해 들어 주식시장 및 금융시장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긍정적인 기대가 있고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동인들도 있지만 올해도 경제 및 투자환경은 만만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2024년 역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며 변동성이 높은 투자환경 지속

우리나라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상반기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를 관통하는 기대요인이지만 기대만큼 불안요인도 산재해 있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경제 펀더멘탈이 따라와 줄지도 아직은 의문인 상황이다. 2024년 투자환경은 2023년보다는 조금 개선되어 있을 수 있으나 성급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크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며 변동성이 높은 투자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투자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위험자산 투자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안전자산 일변도일 필요는 없다. 주식은 지금의 비중을 유지하되 극심한 쏠림이 나타나는 테마주식들에 관심을 두기보다 조금 안정적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장기 성장성을 갖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당장은 금리가지금 수준에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만 2024년 이후에는 경기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가 하락하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 비중은 늘릴 필요가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자산별로 투자 판단은 다르겠지만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클 가능성이 높아 이를 감안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 경기와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모순적인 기대

새해 들어 금융시장은 과열에 대한 우려가 대두될 만큼 끓어오르던 지난 연말 분위기와는 달리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며 한 김 빠진 모습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과 연초 양호한 경제지표에 기인한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조짐, 여러가지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이 조정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요인들은 뚜렷한 해결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올해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하는 본질적인 요인은 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한 모순적인 기대다. 올해 들어 기대가 약간 조정되고 있지만 올해 금융시장 낙관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은 미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다. 3월로 당겨진 금리 인하 시기는 5월로 바뀌었지만 금리 인하의 횟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늘어 6회 정도에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다. 지난해보다 미국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경제가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상향 조정되고 있는 흐름이다. 즉, 현재 시장의 기대는 미국경제는 크게 나쁘지 않겠지만 미 연준은 5월부터 연내에 최대 6번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 무게를 둔다면 경기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고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유리한 부분들만 반영하고 있다. 모순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 실망하고 때로는 안도하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하다고 느끼는 것은 통화 당국 입장에서 정책의 전환에 대한 수긍할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국면시 전망에 기반한(Time-Based) 대응에서 결과 기반(Outcome-Based) 대응으로 연준 정책 결정이 바뀌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연준의 성장률 전망치는 시장보다 높은 1.5~1.6% 수준에 형성되어 있고 기준금리 전망은 시장기대보다 적은 3회 정도에 낮춰져 있다. 이번 상반기 중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기대는 연준 전망치 또는 이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경기선행지수나 고용 상황 등을 감안하면 미국경제는 경기침체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행적으로 미국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의 흐름을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침체를 실제로 유발하는 직접적인 동인이 연이어지는 기업 부도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 폭락 같은 신용위험의 현실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전반적인 자금시장 지표의 움직임으로 볼 때 당면해 있는 신용위기 가능성이 크게 낮아져 있음을 보여주고 미국경기가 침체로 연결될 고리도 그만큼 더 약화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견고한 성장과 건강한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물가를 잡는 이른바 ‘골든패스’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이 용어는 지난해 9월 시카고 연은 총재가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최근 애틀란타 연은 총재가 ‘골든패스에 보다 더 근접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것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 경기가 침체가 아니라 골든패스에 가까워 지고 있다면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것(3번 인하) 이상으로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연말보다 조금 후퇴했지만 2분기 중 금리 인하를 시작해 5회 이상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연준의 시각과 차이가 커 보인다. 미국 경제가 침체 가능성이 낮아지고 골든패스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기대와 연준 눈높이가 맞춰져야 할 과제가 올해 금융시장에는 남아 있다.


그림 1. 지난 연말보다 조금 후퇴하기는 했지만 하반기 이후 3번 정도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연준과는 아직도 큰 차이를 보이는 시장 기대 → 2분기부터 금리 인하 시작, 6번 정도 금리 인하 기대
자료 : CME, IBK투자증권
그림 2. 자금조달의 용의성을 평가하는 Leading Credit Index가 매우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 주목 → 신용위기 표면화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이는 경기 침체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짐을 의미 →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금리 인하 기대 폭도 축소되어야 할 듯
자료 : Bloomberg, Conference Board, IBK투자증권


2024년 경기, 주요 교역국 경기 둔화로 반등 폭크지 않을 전망

투자자들에게 2024년 경제는 기대와의 싸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경기 지표가 바닥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올해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1.4% 성장했던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올해 성장률 컨센서스는 2.1% 내외이고 한국은행 등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도 아직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경제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과거 경기 회복기에서처럼 경기 반등을 체감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에도 주요국들의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여러가지 불확실성도 올해만큼 많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2024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의 중심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우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내부적인 재고조정은 마무리되고 있어 수출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큰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의 경기 흐름을 보면, 2023년 미국은 당초 경기침체가 언급되던 우려와는 달리 경기 확장이 연장되는 모습이지만 2024년 성장률은 침체국면까지는 아니더라도 2023년보다 0.6~1.2%pt 정도 낮아지며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견조한 미국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초과저축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거대한 규모의 초과저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초과저축으로 인해 소비 중심의 미국경기 확장이 올해까지 연장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초과저축은 올해 말까지는 대체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4년 미국경제는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의미와 파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깊다. 초과저축은 고금리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초과저축이 가계 부채의 조기 상환과 이자 지금 여력의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4년에는 미국 가계가 이 완충재 없이 지금의 고금리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동안 초과저축으로 인해 미루어졌던 고금리의 부정적인 영향이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 역시 2024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2023년 중국경제는 지난해 대비 반등하기는 했으나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더 큰 한해였다. 2024년 중국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은 2023년보다 낮다. 2023년은 기저효과와 경기부양책이 맞물리며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5% 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4년은 목표에 많이 미달하는 4%대 초중반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보면 올해 나타난 우려 요인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나 미국과의 갈등 그리고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 등이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중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성장 동력이 너무 빠르게 와해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중국경제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번 팬데믹 국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동 공급이 감소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을 가파른 성장세로 이끌었던 중요한 동력인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의 시대가 마감됨을 의미한다. 노동의 공급이 줄어들면 투자를 통해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중국 투자증가율 역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 과잉 등 내부적인 요인에 발목이 잡혀있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으로의 외부 투자가 지난 고성장기와는 달리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는 부분이 더 결정적인 원인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외 향후 중국에 대한 투자 자체에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그림 3.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2024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 지난해보다 경제가 반등하겠지만 반등 폭은 시장 기대보다는 줄어들 듯
자료 : Bloomberg, IBK투자증권
그림 4. 2024년 글로벌 경제 및 주요 지역별 성장률은 2023년보다 둔화될 전망
자료 : Bloomberg, IBK투자증권


고금리 부담(가계부채, 중소기업 부동산PF), 내부적인 불안요인 산재

내수 부문은 수출 부문에 비해 불안과 둔화 우려가 더 크다. 우선 고금리로 인한 여러가지 파열음과 위축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으로 높은 우려감이 유지되고 있는 가계 부채와 관련한 부담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2024년에도 여전히 불안요인이다. 가계 부채 문제가 대규모 부도형태로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취약한 부분인 자영업 등을 통해 지엽적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이보다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지속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조임으로써 소비나 부동산투자 등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과 이미 높아진 이자 부담 비용역시 소비 경기를 제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연장선에서 부동산 PF 문제 등 현재 잠복해 있는 부동산 관련 신용 문제도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가계 대출부문의 우려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장 불안하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기업부문의 자금난 가능성이다. 기업 자금 상황 어려움에 주목하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 증가나 투자자금 수요 등으로 자금은 더 필요한데 조달 창구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기업 전반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흐름이지만 특히 주목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곳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표를 보면 중소기업 대출태도 강화 폭과 대출 수요증가 폭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자금난은 익숙한 현상이다. 대일 무역갈등이 나타났던 시기나 코로나 초기처럼 급박한 국면에서는 정책적 배려로 위기가 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조치들이 종료되었거나 마무리되고 있고 새로운 지원책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파르게 자금 수요와 조달의 미스매치가 확대되는 것이다. 가계 부채 붕괴 우려가 파장이 큰 위험 요인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발 신용위험 현실화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총선이라는 큰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정쟁이나 사회적 갈등 격화, 선심성 정책의 남발에 따른 성급한 기대와 실망, 정부 정책의 일관성 훼손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2024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림 5. 수출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는 달리 내수 소비 부문은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 높아 보임
자료 : 한국은행, 통계청, IBK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