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다양한 공급 활성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며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이어지는 주택 공급량이 과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장기 공급량 확보에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두 개의 화살을 쏘았다고 평가되는 상황이다. 원하는 대로 중심부에 화살이 맞을지, 혹은 주변부에 빗맞을지 여부는 재고 주택 현황을 통해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1.10대책의 핵심은 30년 이상 사용한 노후아파트라면 안전진단 사업절차를 배제하고(면제는 아니고 사업인가 전 통과 조건)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통해 구역지정과 안전진단, 추진위, 조합설립 등을 동시 추진하여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25년이 초과된(1999년 이전 준공 물량) 물량과 이미 30년이 초과된 물량 모두 현 정부 임기 중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 시도가 가능한 대상으로 평가된다. 부동산R114 통계를 통해 정책 수혜 물량을 추정해 보면 전국 아파트 총 1,235만 가구 중 30년 초과 물량이 261만 가구(21% 비중), 25년 초과 30년 미만 물량이 199만 가구(16% 비중)로 약 460만 가구가 정비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즉 재고아파트 10채 중 4채가량이 1.10대책에 따라 재건축 추진 절차가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대상은 전국에 위치한 20년 이상의 100만㎡ 규모 택지개발지구로 1기 신도시 5곳 29만 가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는 개포, 신내, 고덕, 상계, 중계, 목동, 수서 등이 주요 대상이다. 여기에 1.10대책에서 특별법 시행령 개정이 예고돼 추가되는 지역을 포함하면 서울 가양 등 전국 108개 택지지구 약 215만 가구가 수혜 대상으로 예측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20년 초과 25년 미만 노후아파트 재고물량이 169만 가구(14% 비중) 수준이므로 수혜 대상 물량이 더 확대됐다고 볼수 있다. 노후도시에 대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용적률을 법정 상한보다 150% 더 높일 수 있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안전진단이 면제되는 다양한 혜택들이 부여된다.
구분 | 지구명 | 시도 | 면적(m2) | 사업주체 | 근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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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서울개포 | 서울 | 6,618,274 | 공공 | 택지개발 촉진법 |
2 | 서울신내 | 서울 | 1,247,726 | ||
3 | 서울고덕 | 서울 | 3,347,795 | ||
4 | 서울상계 | 서울 | 3,308,270 | ||
5 | 서울중계 | 서울 | 1,592,617 | ||
6 | 서울목동 | 서울 | 4,375,416 | ||
7 | 서울수서 | 서울 | 1,335,246 | ||
8 | 서울중계2 | 서울 | 1,344,918 | ||
9 | 성남분당 | 경기 | 19,639,219 | ||
10 | 고양일산 | 경기 | 15,735,711 | ||
11 | 안양평촌 | 경기 | 5,105,904 | ||
12 | 군포산본 | 경기 | 4,203,187 | ||
13 | 부천중동 | 경기 | 5,455,778 |
전국 아파트 재고물량 총 1,235만 가구 중 새롭게 추진될 2개 정비사업법을 통해 사업추진이 빨라지거나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대상은 20년 이상의 노후아파트다. 이를 모두 합산해 보면 약 630만 가구(50% 비중)를 커버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쉽게 말하면 전국 아파트 2가구 중 1가구가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대상이라는 의미다.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었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대책으로 평가된다.
현 정부 들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는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재건축부담금 등이 모두 완화됐지만 서울 등 도심에서의 공급량은 작년부터 크게 축소됐다. 서울 기준 장기평균치(10년) 대비 2023년 주택 인허가는 65% 감소했으며 착공은 72%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착공부터 입주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2024년에도 계속될 경우 중장기 수급불균형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는 물가 급등에 따른 건설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 높은 조달금리와 PF 시장 위축 및 자금경색 등이 자리한다. 즉 공급이 어려워진 이유는 다른 원인들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표한 공급 활성화 대책은 제도 개선 사항들에 치우친 한계점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안전진단 통과를 뒤늦게 하거나 면제한다고 하여도 전체 사업 수익 개선에 기여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바꾸어 말하면 안전진단 절차를 뒤로 미루어도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에 대한 불만 사항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1.10대책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허들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만큼 향후 주택사업 분위기가 개선(분양가 상승, 자금경색 완화)될 경우 잠재됐던 불씨가 타오를 가능성도 있다. 즉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을 커버하는 규제 완화 효과가 당장은 사업환경 악화로 인해 나비 날갯짓처럼 미미해 보이지만 태풍급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장기 관점에서 조합원 입주권을 노린다면 알짜 정비사업 단지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선도지역이나 특별정비구역 선정에는 지금 시점부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안전진단이 면제되는 다소 파격적인 혜택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종상향(주거→준주거)과 용적률 상향 및 역세권 고층(밀)개발, 금융지원 등을 통해 실제 사업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저리 자금 지원을 통해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 경우 사업속도가 빨라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 경우 과거와 동일한 분양가에서도 조합의 전반적인 사업 수익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