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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를 매기다
시성비, 제대로 사용하는 법

글 · 편집실

2024년을 이끌 트렌드 키워드로 분초사회가 선정됐다. 분초사회는 분초(分秒)를 다투며 산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시간의 가성비를 좇고 있다. 기사 한 편 진득하게 볼 시간이 없어지면서 책과 영화에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신 트렌드와 각종 인사이트는 놓칠 수 없는 법! 이런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소개한다.




드라마도 뉴스도 이젠 가볍게

대중교통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자. 승객 대부분이 이어폰을 낀 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전날 못 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경제 뉴스를 챙겨보는 이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뉴스 등을 요약본 또는 1.5배속으로 시청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 이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 본방 사수에 진심인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청할 수 있게 되는 등 콘텐츠에 있어 시간적 제약이 사라지자 유튜브에선 ‘드라마 30분 만에 정주행 하기’ 등의 제목으로 수많은 콘텐츠 요약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전편 요약본은 조회수 230만 회(2024. 2월 기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시즌제로 사랑받는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 요약 영상 역시 업로드 1년 만에 조회수 500만 회를 돌파했다. 요약 영상 대부분이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하는 것으로 미뤄보아 많은 사람이 하루 24시간을 다채로운 활동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시청하는 요약 콘텐츠는 영화와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 스토리와 서사를 파악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 요약본은 물론, 관련 주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뉴스, 전체적인 줄거리 또는 감상평을 전달해주는 책 등 다방면의 요약본을 섭렵한다.






이젠 읽지 않고 보고 듣는다 ‘도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한 해 한 권이라도 종이책을 읽는 성인 비율은 2021년 40.7%를 기록했다. 2013년 71.4% 기록한 것과 비교해 8년 만에 약 30%가 빠진 수치다. 독서를 여가가 아닌 하나의 업무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독서율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독서는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하기에 시작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 요약본을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북튜버다. ‘겨울서점’은 북튜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튜버로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를 소개한다. 책 소개와 분석 및 한 줄 평으로 책에 대한 지식을 쌓아준다. 읽고 싶으나 다가가기 어려운 과학 도서를 짚어주는 유튜브 채널 ‘북툰’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 불가능한 이유 7가지’,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등 궁금증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시선을 끈 뒤, 책 정보를 제공한다. 웅장한 BGM과 내레이션 등을 사용해 꼭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고전을 알기 쉽게 소개해주는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의 ‘6분 클래식’도 시성비를 챙길 수 있는 콘텐츠다. ‘6분 클래식’은 세계고전문학 속 주요 지문과 대사를 발췌해 6분짜리 오디오북으로 만든 것으로 전문 성우들이 대사를 읊어줘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고전 문학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뉴스의 기승전결이 담기다 ‘뉴스&경제 상식’

과거, 8시 뉴스를 꼬박 챙겨보던 우리지만 볼거리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뉴스를 인터넷 기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 인터넷 기사마저도 글이 길어지면 댓글만 간단하게 읽고 나가기 버튼을 누른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업무로 인해, 가족과의 시간 때문에 이 24시간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뉴스 요약본이다.
뉴스 요약본은 콘텐츠의 길이를 잘라 맥락을 이어 붙이는 드라마, 영화 등과 달리한 사안에 대해 모든 뉴스를 모아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시의성에 따라 파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의 특성을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 기승전결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대표적인 채널이 MBC NEWS 채널의 시리즈 ‘뉴스.zip’와 스브스뉴스의 ‘스브스뉴스 Pick’이다. 스브스뉴스는 특히 사회 이슈를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내 남녀노소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경제 이슈를 쉽게 설명해주는 경제 유튜브도 있다. 유튜버 ‘슈카월드’는 자칭 채권 트레이더 아재로 시사는 물론 주식과 부동산, 기업, 경기, 세계정세 등 경제분석을 주로 진행한다. ‘비진튜브’는 저성장 시대, 투자로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채널이다. 수백 장에 달하는 경제 서적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바쁜 업무에 치여 뉴스 볼 시간이 사라졌다면 트렌디한 영상미와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사회 흐름을 파악해보는 건 어떨까.




경제 서적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바쁜 업무에 치여 뉴스 볼 시간이 사라졌다면
트렌디한 영상미와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
사회 흐름을 파악해보는 건 어떨까.





후기도 설명서도 필요없다 ‘IT’

스마트폰과 DSLR, 노트북과 같은 IT 제품이나 TV, 청소기,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 등을 리뷰하는 크리에이터도 인기다. 매년 새로운 시리즈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나오지만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고민하다 보면 또 구매 시기를 놓치게 된다. 공식 홈페이지 내 제품 설명서를 읽어도 이해가 가질 않고, 블로그 후기도 마뜩잖다. 읽고 또 읽는 과정에서 중복 정보가 생김으로 인해 버려지는 시간만 자꾸 늘어난다.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불필요한 순간들이다. 이에 알맞은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바로 IT 리뷰 유튜버다. 그중 가장 유명한 유튜버는 ‘UNDERkg (언더케이지)’로 이름처럼 1kg 이하의 가벼운 스마트 기기 등의 사용 리뷰를 보여준다.
‘잇섭(ITSub)’ 역시 유명한 리뷰어다. 테크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리뷰한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입담으로 사용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궁금해할 제품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비교해준다.
전직 아나운서 출신 유튜버 ‘가전주부(GJJB)’는 차분하고 신뢰 있는 톤으로 가전제품을 리뷰한다. 실제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 전자제품에 대한 리뷰를 주로 하고 있다. 특히 제품 비교를 꼼꼼히 하는데 예를 들어 액션캠 3종을 동시에 비교해 제품을 세세하게 분석 및 판단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시성비에 가치를 두는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의미 없이 버려지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