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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TOPIC

홍해에 이어
호르무즈해협까지

세계 경제 공포
확산 막아야

글 ·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홍해로 확산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을 표방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군함에 이어 민간선박까지 공격했다. 이후 코로나 엔데믹 이후 정상화했던 해상물류비용이 치솟았다. 이들 반군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1월부터는 홍해를 지나는 민간선박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나아가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공격을 이어갈 것을 공언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영국은 홍해에서 무력 도발을 계속해온 후티 반군에 대응해 예멘 내 반군 본거지를 공습하며 본격적인 군사대응에 나섰다. 전쟁이 확전되는 양상이 펼쳐져 물류, 에너지 대란,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의 물류 대란 불가피

우선, 컨테이너선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주변으로 돌아서 항해하고 있는 것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중동의 해상요충로인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이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갈라놓는 이곳은 북쪽으로는 수에즈 운하와 남쪽으로는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경계로 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의 국제적 수송로로 유명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체 해상 석유 교역의 12%,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8%가 홍해를 거쳤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홍해 항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가 창설됐지만, 홍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예멘반군의 무차별 선박 공격으로 우리 국적 선사 HMM도 홍해항로 이용을 중단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 같은 주요 해운사는 12월 단행한 운항 중단을 재개했으나 반군의 공습으로 다시 중단했다. 1월 17일 일본 3대 해운사인 닛폰유센과 미쓰이상선, 가와사키기선이 모든 선박의 홍해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이렇게 글로벌 해운사와 정유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무역 차질, 물류비용 증가와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해상운임은 3~4배 폭등했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송비 역시 4배 이상 뛰었다.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희망봉으로 우회 운항하는 경우 기존보다 약 7~10일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게다가 연료 보급문제도 생기다 보니 운임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9월 이후 올해 1월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글로벌 운임지수다. 지난해 1,000 안팎을 오가던 SCFI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올해 1월 불과 한 달 사이에 70% 이상 상승했다. 이케아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물류 차질로 인한 배송 지연을 예고했다. 해상운임 급등 여파로 항공·육상운임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홍해 위기가 길어질수록 물류비 급등이 전반적인 제품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다시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유럽 공장이 멈추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그륀하이데 공장 운영의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이처럼 부품조달에 차질이 생겨 공장을 중단한 것은 볼보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미국 신발 브랜드 크록스, 영국 의류업체 넥스트 등 글로벌 소매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2주 이상의 배송 지연 가능성을 통보하며 물류 대란을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유가 상승 우려

반군과의 충돌로 국제유가의 최근 3개월래 최고치가 연출되었다.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예측도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지난해 4/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게 발표된 것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경제지표나 정책에 따라 유가가 움직이고 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달리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호르무즈해협이다. 이란 해군이 1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긴장감이 홍해를 넘어 호르무즈해협까지 한층 더 고조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걸프해와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중동 원유의 중요한 반출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중요한 수로다. 호르무즈해협에 차질이 생기면 홍해 긴장보다 더 큰 타격이 에너지 시장에 올수 있다. 충돌이 현실화돼 이 해협이 막힐 경우 중동으로부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이 해협을 지나 세계 각국으로 운송된다. 우리도 수입 원유의 70%가량이 이곳을 통과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해협이 긴장에 휘말릴 경우 국제유가가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르무즈해협이 한 달간 차질을 빚으면 유가는 20% 오를 것이며 차질이 장기화할 시 결국 유가는 두 배로 뛸 것으로 예상한다. 호르무즈해협에는 홍해의 아프리카 희망봉 같은 우회로가 없는 게 문제다.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수로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해있다. 해협의 북쪽과 서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의 영해인데, 남쪽 해로는 평균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은 통행이 불가능해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 국제법상으로 영해는 외국 선박이라도 연안국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주권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전 세계 유조선은 이 무해통항(無害通航) 원칙에 따라 항해한다. 상대국이 이란에 적대적인 행동을 할 경우 이란은 자국 영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주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란이 참전하는 전면전 시나리오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의 전쟁 리스크가 빨리 끝나야 물가안정에 따른 금리인하 기조로 넘어갈 수 있는데 상황이 지연되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면서 물가도 안정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동 등 지정학적 위험이 이를 다시 높일 가능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