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컬쳐

그곳에 가면(국내)

울릉도와
제주도를 합친 절경

완도 금당도

글 · 사진 진우석

우리 땅에 아직도 오지와 비경이 남아 있다면 그곳은 남녘에 흩뿌려진 섬이다.
완도의 250여 개 섬 가운데 하나인 금당도는 2021년 전남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면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완도 8경’ 중 마지막 8경인 ‘금당의 기암상구(奇岩翔鷗)’가 금당도의 기암 위를 나는 갈매기를 말할 정도로
금당도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수려한 기암절벽과 풍요로운 들판을 품은 보물섬으로 떠나보자.

  • #완도
  • #금당도
  • #완도8경

위세직의 금당별곡과 금당팔경

금당도는 면적 12.487㎢, 해안선 길이 37.4㎞인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다. 면적에 비해 해안선 길이가 긴 건,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인 까닭이다. 구불구불한 해안은 침식을 받아 형성된 절벽과 해식애가 발달해 절경을 이룬다.

금당도는 완도에 속하지만, 정작 완도와는 거리가 멀고 가는 배도 없다. 고흥과 장흥 사이에 있기에 고흥의 녹동항과 우두항, 장흥의 회진항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녹동항에서 오전 5시 50분에 출발한 여객선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거금대교 아래를 지나 미술관으로 유명한 연홍도를 스쳐 금당도 울포항에 닿았다.

“여그가 절경인디 어찌 알고 오셨소. 요래 먼저 가보고 담은 여길 가시쇼. 근데 짬뽕은 꼭 먹어야 해. 해물이 엄청 많아 육지랑 비교가 안 되지. 짬뽕을 안 먹으면금당도에 갔다고 할 수 없지. 암~” 울포항 매표소 사장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여행 코스를 확정했다.

금당팔경은 조선 후기 송시열의 제자 위세직(1607-1689)이 노래한 ‘금당별곡’ 가사에서 유래한다. ‘수색도 기이하다 다시금 살펴보니/호산에 피는 꽃이 물아래 비칠세라...’ 위세직은 금당도를 유람하고 감회를 남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해양 기행가사다.

금당별곡에 나오는 8개의 절경은 지금의 금당팔경과 다르다. 현재는 1경 율포귀범(울포항), 2경 교암청풍(가마바위 일대), 3경 공산제월(공산에 뜬 달), 4경 각암목적(코끼리바위), 5경 성산효종(스님바위), 6경 사봉세우(금당적벽), 7경 학령낙조(가학리 일몰), 8경 화도모운(초가바위)이다. 대개 해안에 있어 유람선을 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중 교암청풍과 금당적벽은 트레킹으로 둘러볼 수 있다.

수색도 기이하다
다시금 살펴보니
호산에 피는 꽃이
물아래 비칠세라...

가마바위 가는 길. 본래 썰물 때에 바다에 잠기는 곳을 바위로 메워 언제든 갈 수 있게 했다.
가마바위 위쪽 봉우리 정상 풍경.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으로 사용하는 바다 건너 비견도, 그 너머는 거금도다.

금당도 최고 절경, 교암청풍

세포마을 안쪽, 작은 포구에 차를 세웠다. 교암청풍을 찾아가는 트레킹 코스는 세포마을 포구~가마바위~봉우리~세포마을 포구, 원점 회귀로 거리는 약 3㎞, 1시간 30분쯤 걸린다. 길은 포구 앞의 정자 왼쪽의 대숲으로 나 있고 ‘교암청풍 해안 전망 좋은 곳’이란 이정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숲으로 들자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고사리 같은 풀들이 원시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20분쯤 걸어 가마바위 앞에 닿았다. 본래 가마바위는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는데, 바다를 돌로 채워 아무때나 건너갈 수 있게 됐다. 이 가마바위 일대가 교암이고, 여기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교암청풍’이라고 한다. 가마바위에 서자 건너편 세포전망대 아래의 해안절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경에서 절경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가마바위에서 세포마을로 돌아올 때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해안 전망 좋은 곳’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 해안으로 내려서자 입이 쩍 벌어진다. 처음에는 울릉도동해안 산책로 같은 해안 절벽이 나오더니, 갈수록 제주 용머리해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시루떡처럼 첩첩쌓인 바위는 과거 금당도에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런 절경이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와 봉우리에 오르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고작 65m 정도 높이지만, 조망은 육지의 1,000m급이다. 동쪽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비견도 너머로 고흥의 거금도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북쪽으로는 금당도의 평화로운 들판과 최고봉 삼랑산(220m)이 아스라하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휘파람이 절로 나는 능선길을 따르면 세포마을로 돌아온다.

세포전망대 가는 길의 작은 덱 전망대. 가마바위와 거금도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을 청소 나온 차우리마을 할머니들이 정겹다.

세포전망대와 적벽청풍

세포마을 포구에서 장문재까지 차로 이동해 금당적벽을 찾아 나선다. 안내판에는 금당적벽이 적벽청풍으로 적혀있다. 금당적벽 코스는 장문재~세포전망대~노을전망대~노을적벽~장문재로 길이는 2.5㎞, 시간은 1시간 30분쯤 소요된다. 장문재에서 출발해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텐트 한 동이 들어갈 만한 작은 덱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는 백패커의 단골 사이트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조망을 자랑한다. 앞서 들렀던 가마바위 일대와 비견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세포전망대가 자리한다. 뛰어놀아도 될 정도로 널찍한 덱 전망대다. 여기서 본 바다는 크고 작은 부표가 가득하다.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으로 마치 바다가 육지의 논밭 같다. 금당도는 섬 안에 너른 들판이 있고, 바다에도 기름진 들판이 있는 셈이다.

세포전망대에 닿기 전의 갈림길이 금당적벽 가는 길이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따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절벽이 나타난다. 이름은 적벽이지만 흰빛이 돈다. 형체가 기기묘묘한데, 곳곳에 구멍이 뚫린 곳도 있다. 절벽을 구경하며 계속 길을 따르면 폐양식장이 나온다. 여기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조금 가면 출발했던 장문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트레킹을 마치고 차우리마을을 둘러본다. “어디서 왔소”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말을 붙인다. 이야기는 금세 금당도 자랑으로 이어진다.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섬이니 자주 놀러 오라고 하신다.

차우리마을에는 동백나무가 둘러싼 작은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본래 민물고기를 기르던 양식장이었다. 섬에서 민물고기를 길렀다는 게 재미있다. 양식장은 세월이 지나 연못으로 변했다. 수초가 물을 깨끗하게 정화한 연못에는 마을과 산이 담긴 그윽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기암이 우뚝한 공산 아래 옹기종기 모인 정겨운 마을을 둘러보고, 식당을 찾았다. 짬뽕을 먹기 위해서다. 푸짐한 해물에 고기까지 푸짐하게 들어간 짬뽕을 맛보며 금당도 여행을 마무리한다.

차우리마을의 연못에 마을과 공산이 담겼다. 예전에는 민물고기 양식장으로 사용했다.
드론으로 본 금당도 전경. 섬은 기름진 들판과 바다를 껴안고 있다.
금당도의 별미인 짬뽕
  • Tip금당도 가이드

금당팔경은 유람선을 타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관광객이 많은 휴가철에만 운행한다. 교암청풍과 금당적벽의 절경은 트레킹으로 즐길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3시간쯤 걸리는 공산 산행을 추천한다. 기암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교통

고흥 녹동항과 거금도 우두항, 장흥 회진항에서 배가 다닌다. 고흥 쪽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1일 4~5회 운행. 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호가 운행한다.

문의

평화해운 061-843-2300, 금당도 매표소 010-5053-9451

맛집과 숙소

면사무소 맞은편의 중국집 남해루(063-843-0073)는 풍성한 해물과 고기를 넣은 매콤한 짬뽕이 일품이다. 숙소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최근에 문을 연 하얀민박(010-6692-0073)이 가장 깔끔하다.

RELATED CONTENTS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