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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한때,
갱년기에 대하여

단아산부인과의원
이유미 원장
글 · 편집실   사진 · 김성재

인생의 한 계절을 일컫는 갱년기는 누구나의 삶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단계다.
여러 신체적, 심리적 변화로 제2의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고 관리한다면 건강한 갱년기를 맞이하고 지낼 수 있다.




Q. 갱년기는 여성의 생리가 1년 이상 멈추고 신체 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인데요. 원인과 대표적인 증상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갱년기는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여성호르몬 감소가 주원인으로,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동반합니다.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체온 조절이 안 된다는 겁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중추와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가 가깝게 있어서 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라 체온 조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인데, 흔히 안면홍조라고 하죠.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 외에 땀이 많이 나고 수면 중 등이나 발바닥에서 열을 느끼곤 합니다. 대부분 안면홍조는 육안으로 드러나는 증상이라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등이나 발에서 열을 느끼는 경우 한참 고생하다가 오지요. 더러는 관절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관절액을 조절하는 성분이다 보니 에스트로겐 감소의 영향으로 관절에 영향을 미쳐 무릎과 팔, 다리 관절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에스트로겐을 ‘촉촉함’이라고 표현한다면, 갱년기 증상은 촉촉함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부와 혈관, 관절 등 신체곳곳의 탄력을 유지하던 에스트로겐 감소로 촉촉했던 피부나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관절이 건조해지면서 뼈끼리 부딪히면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리 측면 또한 촉촉함이 사라지면서 우울감, 불안,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이죠. 갱년기 증상은 평균 2~3년 정도 지속된다는 통계가 있지만, 개인차는 존재합니다.

Q. 갱년기 증상 중 안면홍조, 발한, 관절통, 불안과 우울 외에 특이 증상이 있다면요. 혹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도 있을까요?

A.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갱년기에 발생하는 수면장애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니고, 일단 잠들었는데 중간에 깨 다시 잠을 못 자는 경우를 말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수면의 질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라 취침을 촉촉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수면장애는 여성호르몬 감소가 주원인이 아닌 경우가 있으므로 전에는 잠을 잘 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면 의사와 충분히 상담 후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으론 배뇨장애가 있습니다. 배뇨장애가 지속되면 신우신염으로 연결되기도 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여성 신체 특성상 요도가 짧아서 방광염이 잦을 수밖에 없는 해부학적 구조입니다. 하지만 갱년기 전에는 염증이 생겼어도 에스트로겐이 방광의 탄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회복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갱년기에는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방광이 상하면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방광염이 되고, ‘곧 나아지겠지’ 하다가 신우신염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죠. 갱년기를 겪는 이들 대부분은 안면홍조, 발한, 관절통 등으로 증상을 알아차리고 병원에 옵니다. 한편 잦은 배뇨장애, 방광염 증상으로는 갱년기를 자가 진단하는 것이 드뭅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증상 등이 배뇨장애인데요. 배뇨장애로 불편함을 느끼지만, 갱년기로 예상하기보다 단지 노화의 증상으로 여기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나이가 들어 그렇겠지’라고 쉬이 생각하지 말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해요. 정확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Q. 폐경 시기가 당겨지는 '조기폐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기폐경을 진단하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 전조 증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먼저, 갱년기와 폐경기의 차이를 알려드리면 갱년기는 다시 갱신할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요. 폐경기는 닫힐 폐(閉)를 써서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갱년기와 폐경기 모두 생리 주기의 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규칙적으로 하던 생리가 한 달에 두 번 하거나, 석 달에 한 번 하는 등 주기가 뒤죽박죽되는 거죠. 불규칙한 생리가 짧게는 1~2년, 길게는 7~8년도 지속되다가 어느 무렵에는 1년간 생리를 하지 않게 되고, 그때 폐경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 과정을 40세 이전에 겪는 경우를 조기폐경으로 진단합니다. 생리혈의 양이 줄었다면서 폐경을 의심하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어요. 양이 줄어드는 건 세월이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 생리 기간이나 혈의 양은 당연히 줄어요. 오히려 늘거나 똑같다면 병원을 찾아야 하고요. 양의 변화보다 생리 주기가 변하는 것으로 전조증상이 나타나기에 주기가 변했다면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45세 전후로 1년간 생리를 하지 않을 때 조기폐경으로 진단했어요. 요즘은 40세로 낮춰졌지만, 40세 이전에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다고 해서 바로 갱년기나 폐경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체중 변화나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을 먼저 진단하죠. 지속해서 경과를 지켜보고 장기간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조기폐경 진단을 내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조기폐경에 관심이 커지지만,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통계적으로 폐경보다는 몸의 변화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향도 작용합니다. 그래서 조기폐경일까를 미리 염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신체 변화를 잘 파악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호르몬 요법 치료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치료를 통한 효과는 무엇인가요?

A. 실제로 생리를 너무 오래 하면 안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있어요. 전문의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가능한 최대로 자신의 여성호르몬을 활용하는 게 좋다는 거예요. 52살까지 생리를 하는데, 본인은 58살까지 한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하진 않거든요. 자연의 섭리가 허락하는 한 오래, 자연스럽게 여성호르몬이 주는 혜택을 몸이 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거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노화 방지나 웰에이징에 관심이 많은데, 오랫동안 호르몬이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가 될 겁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혹은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폐경을 예상하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도하는 건 분명 방법입니다. 호르몬 대체 요법에 대해 메마른 땅에 물을 부어서 다시 촉촉하게 해주는 과정으로 여겨도 좋을 듯해요. 갱년기가 되면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쥐어짜는데, 기존만큼의 양은 나오지 않죠. 호르몬의 리듬이 깨지면서 우리 몸은 변화에 당황하고 그 영향을 감정이 감당하게 돼요. 갱년기에 심리적인 변화가 생기는 이유인데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사춘기의 감정 변화보다 200배 이상 크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때 역시 호르몬 요법 치료를 통해서 몸의 변화를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죠. 호르몬 요법 치료의 원칙은 최저 용량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기에 본인의 몸 상태와 여러 검사를 통해, 전문가의 진단과 안내를 따라 적절한 치료를 결정해야 합니다.

Q. 남성도 갱년기를 겪을 수 있나요?

A.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는 발표가 있고요. 여성의 갱년기가 보통 50대에 시작된다면 남성의 경우, 당연히 개인차가 있지만 10년 뒤인 60대부터 시작된다고 해요. 남성 갱년기의 주요 증상은 심리적 변화가 커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파이팅 넘치게 하는 활기찬 에너지의 호르몬인데,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서 힘이 빠지고 근육이 줄고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우울함이 크게 오는 것이죠. 흔히 호랑이 같던 아빠가 세월이 흘러 드라마 보면서 우는 일화가 있잖아요. 이런 것이 남성 갱년기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성 갱년기는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사와 충분한 운동을 권장하는데 더러는 호르몬제를 주사로 투약하고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패치 형식으로 제공하곤 합니다. 요즘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의 반응이 좋아요.

Q. 갱년기 증상 예방과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에스트로겐 섭취의 좋은 예시를 알려주세요.

A. 국제학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되는 음식은 콩과 홍삼으로 발표됐어요. 흔히 알고 있는 호박즙, 칡즙, 석류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요. 식사 때 콩밥을 추천해드리는데, 이 콩밥은 밥보다 콩이 훨씬 많아야 해요. 두부와 두유도 권장하고요. 대신 두유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100% 콩 성분의 두유가 좋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우수한 홍삼이 재배되는 곳이잖아요. 홍삼이 몸에 잘 맞는 경우라면 홍삼 섭취도 좋습니다. 그런데 음식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 6개월 이상 식단을 지속했을 때 알 수 있습니다. 한 달 먹고서 효과를 기대하면 안 되고요. 6개월 정도 꾸준히 음식 섭취로 효과를 보는 경우는 30%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음식 섭취로 효과를 본다면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얻은 좋은 결과이니 우선 추천하지요. 음식 섭취가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약이나 호르몬제로 에스트로겐 섭취를 도와드립니다.




‘나이가 들어 그렇겠지’라고 쉬이 생각하지 말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해요.







Q. 원장님이 추천하는 갱년기에 할 만한 운동법은요.

A. 근력 운동을 권해드립니다. 갱년기에는 복부에 지방이 많이 붙는데, 에스트로겐 감소로 난소의 기능이 저하됐다고 판단한 몸에서 난소 보호를 위해 복부에 자꾸만 지방을 붙이거든요. 뱃살이 나오지 않게 운동으로 관리하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배를 포함한 코어 운동에 좋은 플랭크, 허벅지 근력을 위한 스쿼트를 추천합니다. 굳이 헬스장에서 하지 않아도 되고요. 요즘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기상 후부터 취침 전까지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한다면 충분히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미 산부인과 전문의
  • 현 단아산부인과 대표원장
  • 전 연세프라임 산부인과 과장
  • 전 에스더산부인과 과장
  • 전 우리기쁜산부인과 과장
  • 차병원 전문의 과정 수료
  •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유튜브 ‘DR.유미의 성(性)세포들’ 채널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