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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경제 전망과 진단

글 · 이종규 경제학 박사·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2023년 10월 국제통화기금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9%로, 2023년(3.0%)과 큰 차이는 없다.
물가상승률은 2023년보다 낮아지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세계경제 전망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23




갑진년 세계경제 전망

2024년 세계경제는 전체적으로는 2023년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큰 변화를 겪는 와중이다. 예를 들면 나라별로 경제 흐름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IMF의 2023년 10월 전망 자료를 보면 불과 3개월 전의 전망에 비해 국가별 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는데, 미국은 상향 조정한 반면 유럽과 중국에 대해서는 하향 조정했다.



IMF의 국가별 성장률 전망 수정 내용

자료: IMF WEO, October 2023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새해의 새로운 세계경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기 특수 요인과 아울러 장기적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데다 코로나를 계기로 세계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먼저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 살펴보자. 현 세계는 정치적 이념이나 지역에 따라 갈등을 보이고 있다. 종전의 세계화 시대(The Age of Alobalization)와는 달리 지금 상황은 신냉전체제로 불릴 만하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된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 시대는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전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 속 보호무역주의 경향 심화에 이어 점차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경제의 특징

세계경제 질서가 변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는 중이다.




1. 지역별 분화

지역별 혹은 국가별로 경제 사정이 완연히 달라지는 소위 분절화(Fragment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전 세계 공통적 요소에 의한 영향보다는 각국의 독자적 요소가 경제적 성과로 나타나는 경향 때문이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형성되었던 세계 공급망(Global Value Chain)이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와해된 결과로 해석된다.
세계경제의 분절화 추세 속 미국경제가 예상외의 호조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호조는 달러화 강세를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2년에는 미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경제가 불경기로 접어들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는 그해 3월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 2023년 8월까지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그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는 사실상 0% 수준에서 지금은 5.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당초 걱정과는 달리 미국경제는 호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국내 소비가 예상보다 활발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된 데다 코로나 이후 적극적으로 인력을 확충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등 활발한 소비 여건이 형성되었다.



세계경제 흐름

냉전 시대 세계화 시대 신냉전 시대
시기 1945~1989 1990~2008 2009~2020 2021~
정치 자유-공산 진영 대립 미국 주도 중국의 부상 미 · 중 갈등
경제 질서 역내 교역 위주 세계화, 자유무역 생산의 지리적 집중 세계적 분절화 진행
지배 이념 신자유주의 자국우선주의
주요 사건 80년대 물가안정 달성 중국 · 인도의 진입 선진국 경제위기 코로나 방역
금융자유화 국제화 전쟁과 분쟁 발생 확산
실물 경제 서구 선진국 위주 성장 선진국 경기 부진 선진국 경기 부진 생산시설 재배치
(생산시설 이전) (고령화 금융불안 등) 세계 성장률 추세적 하락
원자재 가격 변동 원자재 가격 안정 원자재 가격 안정 자원 보호주의
금융 제한적 국제 이동 금융세계화 양적 완화 금융불균형 해소
금융비대화 금융불균형 심화
환율 안정 달러화 약세 글로벌 초과 유동성 달러화 강세
물가 안정 안정; ‘중국효과’ 안정(이례적) 불안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과 유럽의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시장 경색 등 종전 성장 전략의 문제점이 부각된 데다 정치 체제의 경직성 문제 등이 가세하며 경제 상황이 부진하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높은 에너지 가격에 더해 핵심 산업인 제조업이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동안 독일은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하고 중국산 원자재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최근 중국의 국산화 정책 추진과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제조업 생산은 위축세다.




2024년 세계경제는 전체적으로는 2023년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큰 변화를 겪는 와중이다.




2. 인플레이션의 역습

세계화 시대와 비교해 신냉전 시대의 또다른 특징으로 인플레이션의 역습을 들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중국의 막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물가가 안정되었다. 1980년대 이후 형성된 물가안정기대심리가 작동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었으나 물가는 안정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 공급망이 단절됨으로써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더해 전쟁 등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으며, 달러화 강세 등 금융 요인이 가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발생했다. 양적 완화 등의 이례적인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서는 오르지 않던 물가였는데, 그에 비하면 근래의 물가 상승은 천지개벽에 해당한다.




3. 저금리 시대의 종언

고물가 대응책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 금리를 인상했다. 물가는 언제 어디서든 화폐적 현상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단절이 물가 상승을 촉발하긴 했지만, 그 전에 양적 확대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의 금리 인상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앞으로 당분간은 고물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인하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불확실성 증대

2024년 세계 전망과 관련해 유의할 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각국이 정책 공조를 펼치는 등 경제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면서 어느 정도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의 분절화로 위험 요소 관리는 어려워졌고, 국제적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새로운 위험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 부문의 비대화 등 구조적 문제마저 가세해 부정적 차원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요컨대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소위 하방위험(Downside Risk) 요소가 늘었다고 하겠다.



2024년 경제적 위험 요소

상방위험(Upside Risk) 하방위험(Downside Risk)
세계
  • 인플레이션 조기 진정
  • 주요국의 내수 활성화
  • 중국경제의 조기 회복
  • 고금리 지속
  • 중국경제의 부진 지속
  • 원자재 가격 불안 심화
  • 주요 원자재의 수출 통제 등
  • 인플레이션 지속
  • 금융불안 심화
  • 부채 부담 증대
  • 지정학적 위험 증대
  • 주요국의 사회불안 확산
국내
  • 반도체 등 대규모 시설투자 실행
  • 대중국 수출 회복
  • 경기부진의 장기화
  •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 가계부채 등 문제 가시화
  •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지속
  • 금융불안 심화
  • 자영업자, 소상공인, PF 대출 등
  • 정책 및 체제 불확실성
  • 낙관적 대응 혹은 정책 무력성
  • 기후변화와 자연 재해 발생
  • 지정학적 위험
  • 양안 문제, 북한의 위협 등



우리나라 경제 전망

IMF는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치도 발표했는데, 우리 경제는 2023년 1.4% 성장에서 2024년 2.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2023년 8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지겠으나, 당분간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도는 3% 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불확실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경기가 부진해지면 국내 경기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세계 경기의 선행 지표역할을 하는데,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반도체 수출 부진은 그만큼 연장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가진 문제점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가계와 기업 부문의 높은 부채 의존도로 인해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될 터다. 경기 부진의 장기화는 과다 차입자의 부도 등으로 이어지고, 금융 불안을 야기할 개연성이 있다. 남북한이 서로 대치중인 상황과 신냉전 시대의 도래로 지정학적 위험이 더 고조될지 모를 일이다.






정책적 시사점

우선, 총량 면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202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만, 가계부채 누증 등 국내 경제 문제를 완화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물가상승률이 높고 재정적자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 수단 동원은 쉽지않다. 한국경제의 체질을 다지고 미래 지향적 투자 활동을 적극 전개하며 경제 성장을 촉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불확실성에 대비한 활동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가시화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안정 장치를 미리 마련하는 데도 유의해야 하겠다. 한편 개별 주체의 입장에서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과도한 차입이나 위험투자 등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종규 경제학 박사이자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다. 대구가톨릭대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