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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SYSTEM

매매와 전세의
‘랑데부’ 언제까지?

글 ·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 수석연구원
보통 전세와 매매는 선행과 후행 관계를 형성한다. 바꿔 말하면 손잡고 함께 달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이는 전세와 매매의 타고난 성격 차이로 설명된다. 일단 전세 성격은 100% 실거주와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이 주된 특징이다.
즉 투자재 개념은 거의 없다. 반면 매매는 어떨까? 거주 관점 수요는 물론 투자와 투기수요 등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혼재된 시장이다.

정부는 사람들의 주택 소유욕을 통제하기 위해 집이라는 자산에 대해 ‘사는 것이(Buy) 아닌 사는 곳(Home)’에 대한 의미를 강하게 부여한다. 하지만 필자가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개인 상담을 수천건 진행한 결과, 본인 자산의 70~80%를 초과하는 주택 마련에 있어 오직 거주 목적으로만 매매에 나선 사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전세가격이 오르내리면 매매가격도 오르내린다

실수요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에 선행지표 관계다. 예를 들어 전세가 포함된 임대차 가격이 불안정하면 2~4년 주기로 이사해야 하는 무주택자의 스트레스가 커진다. ‘이참에 집 사자’로 매매 전환 수요가 누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금융위기 같은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한다. 근 20여 년 사이 전세와 매매가격 추세를 특정 시기별로 쪼개면 2001년~2006년, 2014~2019년, 2020~2021년, 2022년 등의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2001년 전세가격 급등은 2002년까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매매가격이 2006년까지 급등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2014~2015년 당시의 전세가격 상승은 2019년까지 이어지는 매매가격 상승을 불러왔으며, 2020년의 전세가격 폭등은 즉각적인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2년의 전세가격 급락은 2023년 상반기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사회적 파장이 크게 있었다.

전국 아파트 매매 · 전세가격 변동률
자료 :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매매가격은 전세가격과 따로 놀 수도 있다?

전세가격의 선행성을 확인했지만, 또 다른 관계를 가졌던 경우도 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가 특수한 사례다.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금융위기가 유럽 재정위기로 연결됐고 2008~2009년 국내는 미분양이 16~17만 가구가량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반값을 표방한 보금자리주택지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요층 대부분이 매매를 뒤로 미루는 국면이 지속됐다. 이영향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세시장에 수요가 쏠리면서 매매가격이 장기간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격은 오히려 폭등하는 이른바 ‘각각 따로 노는’ 시장이 형성됐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 좁혀진 갭(매매-전세 편차)을 활용한 갭(레버리지)투자가 횡횡하는 결과로 발전했다.


임대차3법에서 시작된 전세제도 지각변동

2020년 전세와 매매의 관계를 동행관계로 변형시킨 이벤트가 발생한다. 바로 2020년 4.15총선에서 압승한 정부 · 여당이 7월 말 임대차3법(3법 중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밀어붙인 사례다. 기존 계약까지 소급 적용하면서 2년 단위의 전세계약이 4년 주기로 변경됐다. 이에 임대인들은 부랴부랴 기존 계약은 5% 이내의 갱신계약으로 묶여버린 가운데, 신규계약 중심으로 4년 치 임대료를 몰아서 받으려는 인식이 생기면서 종국에는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2020년 전국 및 서울 전세가격이 12~14% 급등했는데, 오름폭의 대부분이 하반기에 집중됐다. 이처럼 전세가격 단기 폭등은 즉각적으로 매매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선행 · 후행의 관계가 급작스럽게 동행 관계로 변질(?)됐다. 즉 정치의 개입으로 인한 법 제도 전면 개편으로 인해 가격 데이터에 왜곡과 거품이 많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역전세 진통 막바지, 돌고 돌아 선행 · 후행 관계 복원 중

급격한 제도변화 후폭풍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2년 전세가격 급락으로 이어졌고, 매매가격도 동반해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특히 올해는 떨어진 전세가격 영향으로 전세사기와 역전세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최근에는 정권 차원의 전세사기 · 역전세 대책이 발표되는 등의 부동산시장 경착륙도 경험했다. 다만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통해 보증금 반환 목적의 임대인에 한하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해 전세가격이 2년여 만에 상승 전환된 상황이다. 실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역전세 우려감은 일단락됐다고 평가된다. 또한, 현재는 임대차3법 시행 후 3년 차로 제도의 안착 과정에 있으며, 급등한 월세가격 부담으로 인해 전세시장으로 다시 임차인이 회귀하는 움직임도 강해졌다. 즉 정부대책, 제도안착, 전세유턴 등 이른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몇몇 전문가가 가장 우려했던 전세가격 하락 이슈는 보기 좋게 틀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연동되는 매매가격도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차츰차츰 원래의 선행 · 후행 관계가 복원되는 분위기다.


대출규제 완화

  • 7월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대출규제 완화
  • (임대사업자) 대출 RTI 하향(1.25~1.5→1.0배)
  • (개인) DSR 40% 대신 DTI 60% 적용

금융지원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일상회복 금융지원 프로그램 운영
  • (대환대출) 5대 은행 저금리 대환대출 시스템 가동(’23. 7월)
  • (무이자대출) 경공매 시점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으로 최우선변제금 한도 내 지원

의무보증 · 책임중개

  • 임대사업자 의무보증 가입요건 개선 (기존 등록임대주택은 유예기간 부여)
  • 공인중개사가 매물 · 임대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확인 · 설명 하도록 제도 개선

임대차3법 합리화

  • 중장기적으로 임대차 신고제,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제도 합리화 방향 검토


전세는 입주물량에 ‘매우 민감’ 매매는 ‘다소 둔감’

전세와 매매시장이 일시적 동행관계를 지나 원래의 선 · 후행 관계로 복원 중인 가운데, 실수요 중심의 전세시장은 당장의 입주물량에 매우 민감한 특징도 있다. 상대적으로 매매는 입주물량에 다소 둔감한데 그 이유는 입주물량이 많거나 적어도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라면 매머드급 입주단지가 지역 가격을 되려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평균 3년가량의 공사기간을 고려하여 2025년까지의 입주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을 기점으로 2024년과 2025년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인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상승 반전한 전세가격 추세가 2024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에 후행하는 매매가격 움직임이 전세가격 추세로만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선행지표가 개선된 만큼 2년 가까이 조정된(아직 회복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 중심지에 국한됨) 매매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된다.

장기평균 대비 2023~2025년 입주물량 추이
출처 : 부동산R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