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원해지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 추격 신이다. 거친 엔진 소리와 속도감 있는 드라이빙, 절묘하게 스쳐 지나가는 장애물에 멋진 드리프트까지 더해지면 어쩐지 짜릿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서킷에서 운전을 배워봐야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공도레이싱 만화 <이니셜 D>를 보고 자란 세대도 있을 것이고, 좀 더 대중적으로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즐겨 봐온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시원한 질주는 범죄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꽉 막힌 출퇴근길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언젠간 시원하게 질주할 날을 꿈꾸고 있다.
그 꿈, 공도에서는 어렵지만 서킷이라면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서킷 레이싱이 접근성이 높아졌다. 올해 마지막을 장식할 버킷리스트는 바로 서킷 레이싱. 오랜 기간 레이스를 꿈꿔온 IBK직원들이 인천 BMW 드라이빙 센터에 모였다. 처음 방문한 드라이빙 센터는 참가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BMW의 다양한 차량이 전시되어 얼마든지 탑승해볼 수 있었고, 멋진 올드카도 전시되어 있었다. 또 드넓은 대지에 다양한 코스의 서킷이 준비되어 있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체험에 앞서 프로그램 소개와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고, 교육이 끝난 후 서킷으로 나가 차량에 탑승했다. 파란색 바디에 글씨가 쓰인 차량을 보니 왠지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정은 팀장은 “안녕~ 오늘 잘 부탁해~!”라며 인사를 건넸다.
“우선 한 차량에 두 분씩 탑승을 할게요. 제가 지정해주시는 분들이 함께 타시면 됩니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윤달현 과장과 김태리 과장이함께 탑승을 했고, 이정은 팀장과 제천지점 김창선대리가 함께 차량에 올랐다. 운전대에 손을 올린 참여자들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은 4가지 코스에서 기본적인 드라이빙 기술을 배워볼 예정입니다. 가장 첫 번째 주행 코스는 멀티플A 코스로 자동차와 친해지는 시간이예요.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급가속이나 급브레이크를 해보면서 주행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 콘이 놓인 지점까지 가속을 한 뒤 브레이크를 밟아보세요.”
강사의 말처럼 우리는 출퇴근길이나 주말에 여행을 떠날 때도 몇 시간씩 운전을 하고 있지만,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본 적이 별로 없다. 따라서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조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강사의 설명이다. 참여자들은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생각보다 정지 시점이 늦어졌다. “지금보다 브레이크 더 세게 밟으셔야 해요. 브레이크에 올라탄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세게 밟아주세요. 그래야 앞에서 사고가 났을 때 안전하게 정지할 수가 있어요.”
참여자들은 거친 조작감이 익숙하지 않은지 브레이크를 밟고 몸이 휘청거릴 때마다 당황스러운 웃음을 내비쳤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해왔지만 그런 급브레이크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서 노면이 젖은 상황에서 핸들을 잘 조향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서큘러A 코스와 오버스티어 대처를 연습하는 다이내믹 코스로 이어졌다. 서큘러A 코스에서는 스프링클러가 계속해서 노면에 물을 뿌리고 있었는데, 코너링 중 차가 미끄러질 때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주행 속도에 따라 차가 바깥으로 밀려나는 ‘언더스티어’의 발생 정도가 달라지는데요. 이때 겁을 먹고 바깥을 바라보게 되면 그대로 차가 바깥 차선으로 밀려나서 접속사고가 나거나 차가 전복될 수 있어요.”
참여자들은 코너 바깥쪽에 위치한 콘을 밟기도 했지만 대체로 코너링을 잘해냈다. 다이내믹 코스에서는 핸들을 꺾은 각도보다 차가 더 많이 꺾이는 ‘오버스티어’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코너링 상황에서 주행 속도가 올라가면 뒷바퀴가 바깥으로 흐르면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노면이 젖어 있거나 블랙아이스를 밟으면 직선 주로에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코스에는 차량이 지나갈 때 차 뒷바퀴에 좌측 혹은 우측으로 충격을 줘서 인위적으로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있었다. 참여자들은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는 법을 배웠다. 이날의 체험은 멋진 드라이빙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는데, 생각보다 실생활에서 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이후 참여자들은 서킷에 들어가 운전을 시작했다. 일반 참여자들을 포함해 5대의 차량이 줄을 지어 서킷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흡사 레이싱 경기를 방불케 했다. 체험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지만 체험을 마친 참여자들의 표정은 만족스러웠다.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참여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