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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가
공간력 시대

글 · 편집실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갖는 힘은 위력적이다. 물리적인 장소는 물론 가상 세계로도 공간은 쉬지 않고 연계하며 확장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때가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공간은 인력, 연계력, 확장력으로 세분화해 진화 중이다.
개성과 미학을 겸비한 요즘 공간이 가진 힘, ‘공간력’ 탐구.




‘오픈런’ 이슈의 진원지, 요즘 팝업스토어들

2023년 1월 더현대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닷새간 열렸다. 일평균 매출 1억 원을 기록한 그곳에는 <슬램덩크> 등장인물들이 머물듯한 라커룸부터 농구 골대 등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인물들의 유니폼, 한정판 피규어 등 200가지 굿즈 상품이 진열됐다. 서울 성수동 또한 팝업스토어 하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핫스폿 중의 핫스폿이다.

LG와 무신사가 협업해 문 연 성수동의 ‘그램 스타일랩’ 매장은 입구에서 쿠폰 용지를 주고 방문객이 도장을 찍게 했다. 매장의 모든 콘텐츠를 체험하고 도장을 모으면 마지막 단계에서 상품을 제공했던 것. 실내는 ‘그램 노트북 체험’, ‘맞춤형 의상 추천’. ‘포토존’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장 인기가 좋았던 콘텐츠는 그램의 모델 뉴진스 관련 굿즈였다. 뉴진스의 상징인 토끼 디자인을 활용한 한정판 노트북 그램을 직접 체험하는 것 외에 파우치와 스티커 등을 전시했다. 또 농심과 제페토가 협업한 팝업스토어 ‘신라면 카페테리아’ 역시 라면의 상징적 색깔인 빨간 외관과 다양한 볼거리로 화제를 모았다. 매장에는 손흥민 선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전시했으며, 신라면을 이용한 포토존 등 여러 체험 공간으로 꾸려졌다.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상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구매 욕구를 증대시키는 기능은 물론 브랜드 혹은 상품의 세계관을 토대로 한 다양하고도 혁신적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일수록

팝업스토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기본 공식이자 특징은 화려한 외관, 또는 포토존이 갖췄다는 점이다. 젊은 층 사이에 소셜 미디어 피드를 채우고 하트가 많이 눌릴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일수록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able)’ 영어 단어의 합성어로, ‘인스타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팝업스토어에 찾아오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콘셉트와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며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한다. 올해 1월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 관련 게시물은 38만 개였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은 SNS를 통해 장소와 이벤트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현장을 다녀간 이들이 SNS에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팝업스토어에서는 공식 SNS 계정을 팔로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등 소셜 미디어 연계를 통한 홍보와 마케팅을 콘텐츠의 일부로 고려한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공간력

공간력이 2023년 주목받은 화제의 키워드라고 해서 그 의미와 역할도 올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여행자가 국내외 여러 관광지와 역사, 문화적 명소를 다니며 인증해왔으며, 가이드북에 수록된 ‘거기서 꼭 가야 할 핫 플레이스’를 따라 움직였다. 요즘 뜬다는 곳, 것이 있다면 기꺼이 달려갔고, 가지 못한다면 사진이나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했다. 이처럼 인증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두고 혹자는 현대사회 소비자의 특징이라 말한다. 공간력이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트렌드 키워드가 되고, 사람들이 공감한 것은 보편성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굳이 팝업스토어가 아니더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공간력은 힘을 발휘해왔고, 마케팅 바이블 서적인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통해 공간력이 소개되며 사람들은 규정된 언어로 공간의 힘과 성능에 주목하게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가 분석한 공간력은 인력, 연계력, 확장력으로 나뉜다.




공간력을 이루는 3력

먼저, 인력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머물게 하는 힘’이며, 인력에 의한 공간력은 소비자를 위한 공간으로 대체 가능하다. 다음, 연계력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 매장으로 이동하는 행위의 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혹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분리된 각각의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공간은 대안으로 각광받았으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공간은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온라인 공간의 장점을 더한 경험 제공 공간으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 확장력은 온·오프라인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현실 세계의 재반영인 ‘메타버스’, 제3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미디어에 따르면 ‘공간 경험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한 방법은 메타버스에 가상현실 매장을 개설해 현실의 오프라인 매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에는 많은 브랜드가 AR, VR 등을 통한 가상 공간에서 현실 공간 체험을 제공했다. 쇼 무대가 있어야 가능할 줄 알았던 컬렉션 런웨이를 가상 공간으로 옮긴 일이나, 매장의 상품을 온라인상의 공간을 통해 입는 등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팬데믹, 누군가는 인류의 재앙이라고 했던 그 거대한 위기 속에서 현실 공간을 가상 공간으로 확장하는 확장력을 통해 다시금 공간은 진화했다.






공간은 생각을 바꾼다는 말

코로나 팬데믹이 온 세계를 ‘혼돈의 카오스’로 밀어 넣었을 때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돌았다. 그리고 2, 3년 여가 지나자 서울 아니라 세계 곳곳의 도시에선 매달 새롭게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사람들은 방문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서고, 상품 구매를 위해 대기하며, 소셜 미디어에 인증 사진을 게시하고 이를 공유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미 지난날의 기능과는 사뭇 다르다. 판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브랜드 경험.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지속해서 변화하고 심화되며 공간력의 위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은 소비자의 환상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며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현실 기반의 공간력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실재하는 공간, 현실 공간의 개념은 온라인과 접목했고, ‘메타버스’라는 전에 없던 신세계로 이어졌다. 한계가 없는 듯했던 디지털 공간은 물리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은 찰나만으로 현대인에게 아찔함을 넘어 공포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그 어떤 휘황찬란한 공간력을 내보이는 장소에 갈 수 없으니까. 또 온라인을 통해 경험할 만한 연계력이나 확장력과도 이내 단절된다. 공간력은 온라인, 디지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디지털에 의존하지 않을 때라는 뜻밖의 한계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또다른 진화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간력은 며칠 사이에 ‘힙 플레이스’로 소문나고 SNS 업로드와 리그램 등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확장, 전파된다. 확장력을 입고서 인력이 창조한 공간으로 재순환된다. 공간력의 크고 센 힘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공간의 현재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