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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1943년 런던 폭격으로 파괴된 하원의 복구 계획을 밝힌 연설에서 윈스턴 처칠이 한 말



처칠 총리가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던 시절을 훌쩍 넘겨 오늘날 그곳은 사람을 모으고 움직이게 하는 힘을 낸다. 이른 아침 오픈런으로 줄 서는 진풍경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차치하더라도 그 이전부터 우리는 사람을 부르는 공간의 위력을 봐 왔다. ‘여행지에서 꼭 가봐야 할 스폿’, ‘이 계절에 분위기 끝내주는 카페와 숙소’ 같은 여행 가이드북이나 매거진 기사를 한 번쯤 읽지 않은 이가 있을까. 매력적인 만듦새와 콘텐츠로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공간보다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 눈길이 간다. 소셜 미디어를 즐기는 이들일수록 자신이 경험한 공간력을 거의 ‘반드시’ 공유하고 중계한다.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이 자연스럽고 능숙한 그들에게 공간은 어쩌면 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하나의 방편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사람들을 집결시키고 정치와 공동체를 위한 토론을 이어갔던 ‘광장’도 사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공간의 한 예다. 우리가 ‘공간력’으로 부르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에게 공간은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좋은 구실이지 않았을까. 예나 지금이나 공간에선 연결과 소통이 일어나며, 과장을 좀 더 보태 화목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2023년 <아름다운 은퇴>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테마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겨울호 주제인 ‘공간력’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공간의 확장과 의미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