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과 흰 돌을 갖고 바둑판 위에 번갈아 두어 가며 승부를 겨루는 게임인 바둑. 서로 에워싼 집을 많이 차지하면 이기는 영토 싸움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게임이다. 흑돌과 백돌이 서로 많은 집을 지으려고 경쟁하는 것이 마치 침묵의 전투처럼 보이고, 그 과정에서 돌들의 삶과 죽음이 발생한다. 그래서 흔히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고 교훈을 얻기도 한다. 조용하고 정적인 스포츠지만, 임형일 대리는 예술과 철학을 담고 있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바둑에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바둑을 취미로 두셨어요. 그래서 집에 바둑판이 있었는데 7살 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바둑돌을 가지고 노는 게 부모님이 보시기에 신기하셨나 봐요. 그렇게 바둑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웬걸, 1년도 안 됐는데 학원 안에 적수가 없더라고요. 프로 입단을 목표로 프로기사를 양성하는 학원으로 옮겨 6년 동안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웠어요. 13살까지 바둑을 배웠는데, 프로까지 가는 데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프로의 길은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바둑을 취미생활로 이어가고 있으니 바둑과 함께 한 지 25년이나 됐네요.”
바둑 세계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로 나뉜다. 아마추어는 급수와 단수가 있는데 급수는 18급부터 1급까지 숫자가 작을수록, 단수는 1단에서 7단까지 숫자가 클수록 높은 위치다. 프로에 입단하면 1단(초단)부터 9단 사이에 있고, 바둑으로 유명한 이창호, 이세돌, 신진서는 모두 프로 9단으로 9단은 입신(入神), 신의 경지에 이른 바둑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현재 임형일 대리는 아마 5단, 타이젬(인터넷 바둑) 9단 기력을 갖추고 있는데, 타이젬 9단이면 한국에서 바둑 좀 둔다는 한국기원 본원 연구생과 견줄 만한 실력이라고 한다. 전국 대학교 바둑 동아리 대회 우승, 고양시장배 바둑대회 우승, 이창호배 바둑대회 준우승, 문체부장관배 장려상 등 다양한 바둑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 것을 보니 비록 프로의 길은 가진 못했지만, 취미생활로 이어진 그의 바둑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바둑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첫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만 대결하기에 어떤 경기보다 가장 공평하고 깔끔한 대결이라는 점일 것이다. 임형일 대리 또한 바둑은 상대방과 겨루는 게임이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대국할 때마다 늘 새로운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바둑을 수천, 수만 판을 했을 텐데 같은 내용의 대국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만큼 바둑은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가진 매력이 있죠. 매번 대국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바둑의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둑은 상대가 있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으로 대국에 집중하는 것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상대를 의식하는 순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끌려가면서 두게 되거든요.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를 찾고, 오직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에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도 바둑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바둑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임형일 대리는 망설임 없이 두 번 다시 없을 그날의 대국을 떠올렸다.
“프로 지망 시절에 이세돌 9단에게 지도 대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보통 지도 대국은 다면기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상대로 동시에 대국합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바둑판 2개를 놓고 저를 포함해서 동시에 2명을 상대했는데, 이세돌 9단이 속기로 바둑을 두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그것을 신경 쓰다가 덩달아 저도 빠르게 두었던 것 같은데 복기를 해주면서 바둑을 너무 급하게 둔다고 꽤 혼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결국 그때 같이 둔 친구보다 훨씬 일찍 대국이 끝나버리고 말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두번 다시 없을 대국 기회였는데 제대로 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그대국을 통해 바둑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대국입니다.”
“몇 년 전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에 나온 주인공 장그래를 보며 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바둑으로는 ‘완생’하진 못했지만, 장그래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때때로 일을 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수 싸움을 하다 보면 바둑을 두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상담이 끝나고 고객과의 시간을 복기해보는 습관이 만들어졌는데, 그 덕분에 좀 더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IBK인으로 바둑에서 배운 지혜를 업무에 적용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임형일 대리. 바둑에서는 ‘완생’하지 못했을지라도, ‘미생’이기에 매력적이고 아름답던 시간은 임형일 대리 삶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앞으로도 바둑을 벗 삼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돌을 옮기는 순간에도 미동 없이 침착한 그는 바둑과 참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
1.
대국에서
중요한 건 예절
바둑은 서로 마주 앉아 진행하는 스포츠인만큼 다른 말로 수담(手談)이라 불리기도 한다. 상대방의 집중을 방해하기 위해 몸짓을 크게 하거나, 부산스럽게 행동하는 건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서로 간의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
AI를 활용해
복기하기
2016년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 세계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점점 더 발달하고 있는 AI를 통해 대국 복기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AI를 뛰어넘는 바둑 실력을 갖추게 될지도.
3.
사활 문제
많이 풀기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는 뜻의 사활은 바둑에서 온 용어인 만큼, 바둑돌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사활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이기기 위해서는 ‘미생’을 ‘완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