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역시 주식이나 채권 모두에서 기대감이 늘고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경제 펀더멘탈이 따라와 줄지도 아직은 의문인 상황이다. 어쩌면 2024년 투자환경은 2023년보다는 조금 개선되어 있을 수 있으나 성급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만큼 투자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위험 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보다는 지금의 비중을 유지하되 조금 안정적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장기 성장성을 갖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2024년 이후는 경기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가 하락하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 비중은 늘릴 필요가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감안한 투자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투자자들에게 2024년 경제는 기대와의 싸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경기 지표가 바닥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내년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 내외로 보이는데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2.1% 내외에 형성되어 있고 한국은행 등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도 아직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경제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과거 경기 회복기처럼 경기 반등을 체감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에도 주요국들의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도 올해만큼 높기 때문이다.
2024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의 중심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우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내부적인 재고조정은 마무리되고 있어 수출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큰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의 경기 흐름을 보면, 2024년 성장률은 침체국면까지는 아니지만 2023년보다 0.6~1.2%pt 정도 낮아지며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견조한 미국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초과저축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거대한 규모의 초과저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초과저축으로 인해 소비 중심의 미국경기 확장이 올해까지 연장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초과저축은 올해 말까지는 대체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미국경제는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의미와 파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보다 깊다. 과열 양상까지 보이는 미국의 노동시장은 미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노동시장이 형성된 데에도 초과저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초과저축은 고금리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기준금리가 5% 넘게 오르며 가파른 금리 상승이 있었지만 가계 부문의 건전성이나 자금 조달 여건 등에서 큰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 성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과저축이 가계 부채의 조기 상환과 이자 지금 여력의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에는 미국 가계가 지금의 고금리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그동안 초과저축으로 인해 미루어졌던 고금리의 부정적인 영향이 경제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 역시 2024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2023년 중국경제는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더 큰 한 해가 되고 있다. 당초 2023년 중국경제는 리오프닝과 시진핑 3기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가파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상반기 중 2023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는 5%에서 6%를 넘보는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경제는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했고 경제지표들은 중국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다시 낮추며 2023년 성장률 기대는 5%대 초반으로 다시 하락한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의 부진, 높은 실업률과 고용불안 등이 회복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었다. 또한 미국과의 마찰 지속과 미국의 여러 가지 제재 등에 따른 무역의 위축도 중국 경기 반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여기에 비구이위안 사태 등 부동산 기업의 신용위험이 다시 주목받으며 중국 투자에 대한 경계심도 더 높아졌다.
2024년 중국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은 2023년보다 낮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보면, 올해 나타난 우려 요인과 크게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중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성장 동력이 너무 빠르게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 국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동 공급이 감소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을 가파른 성장세로 이끌었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의 시대가 마감됨을 의미한다. 노동의 공급이 줄어들면 투자를 통해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중국 투자 증가율 역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중국으로의 외부 투자가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는 부분이 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내수 부문은 수출 부문에 비해 불안과 둔화 우려가 더 크다. 우선 고금리로 인한 여러가지 파열음과 위축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가계부채와 관련한 부담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2024년에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지속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조임으로써 소비나 부동산투자 등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과 이미 높아진 이자 부담 비용 역시 소비 경기를 제약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가계대출 부문의 우려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기업 부문의 자금난 가능성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 증가나 투자자금 수요 등으로 자금은 더 필요한데 조달 창구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기업 전반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흐름이지만 특히 주목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곳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표를 보면 중소기업 대출태도 강화 폭과 대출 수요 증가 폭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내년 중소기업발 신용위험 현실화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총선이라는 큰 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로 인한 정쟁이나 사회적 갈등 격화, 선심성 정책의 남발에 따른 성급한 기대와 실망, 정부 정책의 일관성 훼손 가능성 등이 2024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고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금리 측면에서 보면 추가적인 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던 금리는 우리나라나 미국 모두 2024년에는 하락하는 흐름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가장 큰 동인은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기대다. 2022년 이후 한국은행이나 미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강한 긴축을 유지해 오고 있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풀어 놓은 대규모 유동성이 유례없이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저효과가 점차 소멸되고 통화긴축의 효과가 누적되며 물가 상승률은 점차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가 확인되면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긴축에서 이완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연준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팬데믹 기간 가장 많은 유동성을 풀었고 이로 인해 긴축 시 가장 강한 긴축을 시행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 결정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금리 인하 시기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과 이로 인해 시장금리 하락의 기울기도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장금리가 하락한다고 해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가 때문이다. 물가는 고점을 지나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둔화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진행 중인 두 곳의 전쟁 때문이다. 이미 전쟁 3년 차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올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모두 여전히 종전 시점을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가운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공급망과 관련한 교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양적완화로 미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유동성이 더 많이 풀렸고 인플레를 억제하는 중국 효과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물가가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수준은 코로나 이전보다는 높을 수 밖에 없다.
금리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역시 2024년은 올해보다 평균이 낮아지는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긴축정책의 종료 기대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환율은 거의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거듭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미 연준 긴축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압박은 그만큼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통화정책이 전환돼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면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할 가능성 높다.
다만, 유의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원달러환율이 하락한다고 해도 코로나팬데믹 이전에 형성되었던 것처럼 1,000원대나 1,100원 내외 수준으로 하락해서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2024년 미연준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미국금리가 우리 금리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양적완화 정책을 우리나라는 시행하지 않았고 미국은 대규모로 시행했기 때문에 증가한 유동성 양이 많아 향후 미국 물가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물가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경제가 추세적으로 약화됨으로써 중국 위안화 역시 추세적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원화 균형수준이 이전보다 절하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무역수지 흑자의 절대 규모가 줄어들고 소득수지 흑자가 그 간극을 메우는 국제수지 구조의 변화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주식투자 측면에서 보면 경기 개선이 뚜렷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불확실 요인이 큰 만큼 높은 배당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도 선호하지만 금리 안정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으로 시장의 회복세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만큼 상승 모멘텀이 있는 주식으로의 비중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
투자 종목 선택에서 감안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낙폭 과대와 금리에 대한 주가의 민감도다. 과거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주식시장 바닥 국면에서는 가격지표가 가장 중요한 상승 모멘텀을 형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낙폭이 큰 종목일수록 반등 폭도 컸다는 것이다. 약세 국면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주식의 내재가치 이하로 주가를 하락시켰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하락 국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낙폭과대 주식은 성장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주식이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큰 폭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에 가장 많이 올랐던 주식들이었기 때문이다. 주식가치평가 측면에서 보면, 이들 성장주는 이익의 성장률이 높은 주식들이 아니라 주가 수익 배율(P/E)처럼 Valuation Multiple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 높은 Valuation은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2022년 이후처럼 가파르게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지만,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그 반대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우량한 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단기에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가 아니라 성장성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기간만큼 장기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