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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특집

IBK가 만나다

행복을 찾아서

박신후
오롤리데이 대표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 · 편집실 사진 · 김경수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다는 것,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빨리 흐르고 곧잘 바뀌는 세상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를 만들고, 긴긴 시간 운영하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생기 넘치고 고유함으로 유지되는 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귀중한 메시지 ‘행복’을 전하는 ‘오롤리데이’의 박신후 대표에게 물었다.

Q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가 10년 차가 됐어요. 흘러온 10년은 어땠나요?

10년간 브랜드를 운영했다고 하면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10년을 했느냐’ 그러는데, 돌아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해요. 트렌드를 다루는 브랜드 일 특성상 대개는 시즌을 앞서 준비하죠. 예를 들어 다이어리 출시를 앞뒀으면 그해 여름에 디자인하고 발주를 진행해요. 그래야 9, 10월에 출시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2024년으로 착각하고 지낼 정도예요. 늘 시간을 앞당겨서 살아온 영향이 있나 봐요. 일이 돌아가는 소용돌이 속에 있으니 더 모르는 듯해요. 소용돌이 밖에서 보면 위력적이잖아요. “10년을 버텨내다니” 하는 말을 듣는데, 버티다 보니까 10년이 지났네요. 남편과도 벌써 12년을 살고 있는 걸요.(웃음)



Q

지난 시간 한결같이 사람들 곁에 있었던 덕에 오롤리데이의 이미지는 행복의 대명사가 됐잖아요. 지난해 펴낸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에서 브랜드 운영기부터 대표로 겪는 시행착오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얘기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내 메신저, 게시판 등에 편지를 올리곤 하는데, 최근에 했던 얘기는 이래요. ‘우리 모두 주니어의 과정에 있다. 신입 사원만이 아니라 처음 리더가 된 사람, 처음 대표가 된 사람이 있다. 대표 자리에선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순간이나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 그래야 바꿀 수 있다’고요. 그동안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고, 저에 대한 신뢰로 앞으로도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무언가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리숙함과 서툶으로 인한 ‘우당탕탕’은 있을 수밖에 없죠. 우리가 주니어로 겪는 시행착오에 대해 동료 간에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 동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고칠 수도 없고요. 팀원들과 가능한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수용하고 고쳐요. ‘긍정은 무모하게 잘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정하는 것’부터 긍정이래요. 상황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마음이 긍정적인 거라는데, 전 그걸 잘해요. 또 일어난 일에 대해 감정적으로 빠져들지 않는 편이에요. 고민은 많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요. 생각을 진짜 많이 하는데, 전전긍긍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파고들지 않게 걷어내요. 무엇보다 일 자체를 좋아하고요. 무슨 일을 하든 고난과 어려움이 동반되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난관을 마주 할 때도 생각보다는 타격이 있진 않아요.



Q

2021년 중국에서 오롤리데이 브랜드를 무단 도용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됐죠. 당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는데, 소송은 어떻게 됐어요?

중국에 어떤 분이 알려줘서 보니까 싹 다 가져다 썼더라고요. 로고, 상품, 매장 디스플레이, 상호 전부. 카피캣은 이전부터 비일비재해서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었는데, 중국의 경우 브랜드 자체를 통째 도용했으니 ‘멘붕’이었죠. 얼마 전 중국 법원의 판결이 났어요. 중국 업체의 상품 생산 즉각 중단, 신문에 사과문 게재, 배상까지요. 그때를 계기로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지적재산권에 대해 배웠어요. 큰돈 들여 큰 공부한 셈이죠.



Q

무단 도용 사건 당시 오롤리데이의 팬덤 ‘해피어’들이 펀딩으로 소송 비용을 모았고, 오롤리데이는 ‘비 해피어 캠페인’을 벌이며 뜻밖의 행보를 보였어요.

위기가 왔으니 기회로, 우리 걸로 만들자고 했어요. 스포트라이트받았을 때 우리가 하려는 말을 제대로 하자 싶었죠. 마침 비 해피어 캠페인을 준비할 때였고, 일(!)이 터진 거예요. 상황을 보면 상반되잖아요. 중국에선 브랜드를 무단 도용했는데, 행복하자고 캠페인을 한다는 게요. 그럼에도 ‘온고잉(ongoing)’했어요.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우리의 할 말을 하자고. 제가 상심하고 기운 빠져 있으면 팀원들이 어떻게 힘이 나겠어요. 책임감으로 ‘그냥’ 했어요. 지금도 완벽한 리더가 아니고 부족한 게 많은데, 계속 성장하는 리더인 건 맞아요.



Q

‘행복’에 관한 일관된 브랜드 철학과 결을 유지해 왔고, 행복을 메시지로 전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해피어가 있을 테고요. 해피어와의 우정도 10년 시간에 비례해 깊어졌겠어요.

오롤리데이가 행사할 때마다 항상 찾아주는 고객들이 있어요. 반갑고 고맙죠. 초심 잃지 말고 꾸준히 해야겠다고 맘먹게 해주는 존재예요. 계속 지금처럼 하겠다고, 실망시키지 싶지 않은 생각을 하게끔하죠. 다정한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볼 때 제가 힘을 얻어요. ‘10년 동안 나 잘했구나’ 싶고요. 돌아보면 큰 이슈, 큰 잡음 없이 잘해왔다 싶어요. 10년간 브랜드가 성숙해진 만큼 해피어들의 시간도 그랬을 거예요. 10년 세월이면 20대는 30대가 됐잖아요. 많은 것이 바뀌고도 남죠. 근래에 본 어떤 후기는 오롤리데이의 다이어리를 8~9년째 쓰는 분인데, 대학생 때 쓰기 시작해 이젠 육아일기를 기록한다는 거예요. 그간의 일기에 자신의 연애, 결혼, 출산, 육아가 다 담겨 있다니. 누군가의 세월에 브랜드가 함께했다는 것이 뭉클했어요.

긍정은 무모하게 잘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정하는 것부터
긍정이래요.



Q

행복이란 메시지에 집중한 시간이 쌓였는데, 이쯤 되면 혼연일체되지 않았을까요?

저다운 브랜드를 만들려고 시작한 것이 이젠 브랜드로부터 제가 더 좋은 영향을 받아요. 오롤리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지침이 돼요. 어떤 결정을 할 때 ‘오롤리데이다운가’를 고려하고 고민해요. 아무래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고민의 폭이 커지잖아요. 일과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일의 효율성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모든 선택에서 오롤리데이다움을 우선으로 생각하죠.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 일이 즐거워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브랜드가 한때 한 번 향유하는 것이 아니길, 상품이 고객이 나이 들어서도 쓸 수 있는 것이길, 같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롤리데이는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예요. 시간이 흐른 만큼 깊어지는 가치가 있을 거예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브랜드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어요. 상품이 아니어도 콘텐츠를 즐기면 되니까요. 브랜드와 팬이 같이 나이를 먹고, 그다음엔 그 팬의 아이가 다시 오롤리데이의 팬이 되는.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하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에요.





박신후가 <with IBK> 매거진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말연시는 행복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때이죠. 1년간 어떤 생각으로 일했는지,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는 기록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올해 무엇에 진심이었는지, 언제 좌절을 느꼈는지, 어떻게 행복했는지 꼭 써 보세요. 그렇게 해보면 새해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예요. 내년엔 잦은 행복, 자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 질문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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