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이 확실하다.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데이터센터라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일반인들은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른다. 데이터센터의 사전적인 의미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구축 · 실행 · 제공하고, 이러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와 연관된 데이터를 저장 및 관리하기 위한 IT 인프라를 보관하는 물리적 건물 또는 시설이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ICT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수백에서 수만 대의 ICT 장비(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저장장치 등)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전용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의 데이터센터는 주로 연구용 슈퍼 계산기와 정부, 금융 및 증권의 데이터 저장 그리고 방송 등의 일방향 서비스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통신과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포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게임, 쇼핑 및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주는 OTT(Over The Top)까지 우리 일상에서는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되었다. 이 또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실현할 수 없는 서비스이다.
현재 또는 미래의 데이터센터는 소위 ABC 기술인 인공지능(AI), 빅 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에 의해서 ICT 산업 및 파생된 신생 산업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의 서비스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제조업, 농업 및 수산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생태계까지도 송두리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ICT의 사용을 넘어 주문에서부터 개발, 생산, 배달, 재활용,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산업별로 존재하는 관행과 질서를 바꾸고 그 결과로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 간 시장 위상까지도 결정하는 변화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면, 교통(특히, 택시), 숙박 및 물류산업 등이 이미 기존의 사업방식을 유지하면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기존 산업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도 결국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artner는 2023년 글로벌 ICT 지출이 전년 대비 5.5% 성장한 약 6,218조 2,400억원(4조 6,436억 USD)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속적인 경기 불안에도 ICT 산업을 이끄는 분야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나며 2023~2024년까지 2년간 10% 이상 성장을 예상하였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Arizton는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2~2027년 5년간 연평균 6.71%씩 성장해 약 7조 4,800억 원(58억 USD)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였다. 데이터센터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서버시장 규모와 관련해 한국 IDC에 따르면 국내 서버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 9.1%를 기록하며 2026년 매출 규모가 3조 9,76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2022년 기준 160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경우, 2010년 21개에서 2023년 40개로 최근 3년 동안 증가 폭이 커졌으며 2027년에는 74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4개 이상 신규 상업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 · 계획 중으로 투자액 규모는 약 14조 원에 달한다. 전력공급량으로 보면 2023년 544MW에서 2027년 1,850MW로 3배에 가까운 전력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거점으로 대한민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및 인도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 대한민국은 남북의 문제만 제외하면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
공학자인 필자는 기술적 관점에서만 데이터센터를 보아왔다. 그러나 Chat 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출연, 산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기술과 서비스의 융 · 복합화 그리고 모든 산업의 디지털화로의 가속화에 따라서 데이터센터는 모든 산업을 삼켜버릴 기세다. 여기서 데이터센터를 ICT 기술의 집약체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7월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회사인 CBRE 그룹에서
같은 맥락에서 국내의 주요 대형건설사들도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 산업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건설시공에서 탈피하여 직접 시행하고 운영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성장성과 잠재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에도 유리한 지리적 장점이 있어서 해외기업들의 한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CBRE 그룹에서 분석한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의 저해 요인은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가용 전력 부족이다. 제한된 전력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북미,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새로운 데이터센터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노던 버지니아는 2,132MW의 총 IT 사용전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이고, 싱가포르는 데이터센터당 가용 용량은 4MW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전력 제약이 심한 시장이다. 데이터센터 임대료는 250~500kW 기준으로 월 300~450 USD로 싱가포르가 가장 높고 시카고는 115~125 USD로 가장 낮다. 아시아 지역만 보면 싱가포르는 더 이상 데이터센터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의 경우 과거에는 국내 통신사와 대기업의 주도로 데이터센터 산업이 흘러왔다면, 현재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진출 글로벌 사업자는 Actis(UK), Digital Edge(Singapore), SC Zeus(Singapore), STT GDC(Singapore) 및 Stack Infrastructure(USA) 등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이 불리한 싱가포르 시장의 이동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 가운데 약 60%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신설 계획까지 합치면 해당 비율은 2029년 약 86%까지 늘어난다. 데이터센터 1곳당 평균 연간 전력 사용량은 25GWh/yr 수준이다. 4인 가구 6,000세대가 쓰는 전력을 한 개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늘어나는 전력소요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방안’ 등 해결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서울, 경기도, 인천이 아닌 지역에 신설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 시설부담금 50%를 할인해 주는 등의 혜택을 주도록 한국전력 기본공급약관 시행세칙을 개정하며 지방 데이터센터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예정 통지 1,001건 중 67.7%인 678건이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한 허수 신청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 산업의 핵심시설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적 전력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투자와 지방으로의 균형적인 분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대한민국의 ICT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건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