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유독 반짝이는 곳이 있다. 바로 ‘포천’이다. 최북단에 자리한 포천은 그 어느 지역보다 춥고 눈이 많이 내려서 사람들에게 ‘겨울왕국’으로 불린다. 눈과 얼음으로 즐기는 축제도 다양하다. 포천지점 직원들은 “그래서 스노볼과 포천은 딱!”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어둑어둑해질 저녁 무렵, 포천지점 회의실은 웃음꽃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강사가 준비해온 스노볼 재료가 테이블에 준비되자 기대감까지 한껏 고조되었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맑고 투명한 유리병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스노볼은 19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초기의 스노볼은 지역 마을의 기념품으로 지역 장인들에 의해 소량으로 판매되다가 1878년 파리 유니버설 엑스포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었다. 이후 여러 공장이 제품을 생산해 전 유럽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스노볼은 눈 내리는 겨울을 연상시키는 모습 때문에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수집품으로 손꼽혔다. 핸드메이드로 만든 제품은 진귀한 선물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1941년 미국 영화 <시민케인>의 한 장면에서, 스노볼이 인상적으로 나오면서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IBK핸드메이드에 신청을 한 홍희선 과장은 “스노볼 만들기가 우리 지점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동료들과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연이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동료들이 무척 행복해했어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재료를 챙기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스노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투명하고 동그란 유리병 안에 축소 모형을 넣고 투명한 액체로 채워주면 된다. 강사는 “작업이 너무 일찍 끝날까 봐 걱정하면서 왔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마음을 전했다. 그때까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작업이 생각보다는 어렵게 진행이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리라는 것도.
작업은 동그란 원형의 플라스틱에다 접착제를 이용해 눈사람, 천사, 전나무, 산타클로스 등의 장식품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됐다. 장식품을 본 직원들은 “예쁘다”, “귀엽다”, “모두 다 붙이고 싶다”는 감탄사를 릴레이처럼 이어갔다. 강사는 “여러 개를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장식품은 3~4개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직원들은 고심을 거쳐 서너개의 장식품을 고르고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마찬가지로 접착제를 이용해 유리병 뚜껑에 장식품을 붙인 동그란 플라스틱을 부착한다. 그리고 접착제가 잘 붙을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붙이는 과정이 완료되면 장식물이 부착된 뚜껑을 물에 넣고 휘휘 적어줍니다. 유리병 안에 들어가기 전의 적응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직원들이 다음 순서를 이어갔다. 그런데 물에 들어간 몇몇 직원들의 장식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기를 깨끗이 닦고 다시 접착제로 붙이기를 반복했다. 테스트를 위해 다시 물속에 넣을 때는 직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강사는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과정은 모두 다 다르네요!”라고 했고, 그 말에 직원들이 웃었다. 김지환 차장은 아들이 집으로 가져온 스노볼이 생각난다고 했다.
“초등생 아들이 재작년에 미술 시간에 만들었다며 스노볼을 집으로 가져왔어요. ‘꽤 잘 만들었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과정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아들이 만들어 온 스노볼을 오늘부터는 다르게 볼 것 같아요.”
이어진 과정은 병 속에 정제수를 95% 정도 채우고 글리터를 넣어주는 일이었다. 5%의 여유를 두는 이유는 뚜껑을 닫았을 때 물이 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글리터는 하얀색, 금색, 파란색이 준비되었다. 한 가지 색상을 선택하면 심플한 느낌을, 여러색을 섞으면 화려한 느낌을 줄 터. 이번에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색상을 골라 병에 넣었다. 그리고 글리터가 물에 충분히 적혀질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이제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갔다.
마지막 작업은 뚜껑을 유리병에 넣어 닿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지 못한 고난이도 작업이었다. 물이 밖으로 새어 나오면 안되기 때문에 뚜껑과 유리병이 완전히 밀착돼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둘의 사이가 매우 퍽퍽했다. 뚜껑을 병 속에 넣어 닫으려면 생각보다 힘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유리병이 얇아서 너무 세게 누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적절한 힘 조절까지 필요했다.
직원들은 안간힘을 쓰며 뚜껑 닿기에 몰입했다. 저마다 힘쓰는 모습에 직원들은 또 한바탕 웃었다. 마침내 서정혁 과장이 가장 먼저 뚜껑을 닫았다. “와~”하는 동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김병현 과정도 마무리했다. 먼저 끝낸 두 사람이 동료들을 도왔다.
원형 받침대에 글루건을 바르고 완성된 유리병을 꽂았다. 천사, 산타클로스, 전나무, 눈사람 등 겨울이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장식품이 유리구슬에 채워진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글리터가 마치 하얀 눈꽃 가루처럼 내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와~”하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홍희선 과장은 “겉에서 보니 장식품이 무척 커 보이네요! 강사님이 왜 장식품을 많이 붙이지 않도록 한지 알 것 같아요!”라며 수긍의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정 과장의 표정에는 만족스러움이 가득했다. 선물 받는 이를 떠올린 까닭이다.
“오늘이 조카 생일이에요. 중학생이고 여학생이라 한창 감수성이 뛰어날 때인데, 제가 만든 스노볼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원들은 자신이 만든 스노볼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소중히 감싸 안았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혹은 누군가의 공간에서 반짝반짝 새하얗게 내릴 눈꽃의 세계. 정성 들여 만든 스노볼 덕분에 올겨울이 조금은 따뜻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