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 1004섬 분재정원

신안군 섬 여행의 들머리는 목포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면 압해도가 나오고, 서쪽 끝자락으로 가면 비로소 천사대교가 나온다. 무려 7.22㎞ 길이의 천사대교는 차로 약 8분쯤 달려야 암태도에 들어선다. 다리를 건너는 시간은 8분으로 제법 길다. 그러나 배를 타고 다니던 지난날에는 목포에서 1시간 40분, 압해도송공항에서 30분이 걸렸다. 심지어 안개나 바람이 심하면 100일쯤 뱃길이 끊기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섬사람들에게 천사대교는 그야말로 천사의 선물이다.

천사대교를 건너기 직전 압해도의 1004섬 분재정원에 먼저 들르는 게 순서다. 이곳은 분재 특화 정원이자 수목원이고 미술관이다. 2024년 1월 1일까지 애기동백꽃으로 뒤덮인 ‘겨울꽃축제’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인공 눈을 만들어 동백에 뿌리는데, 흰 눈을 머금은 붉은 동백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축제가 끝나도 애기동백은 1월 내내 한창이다.

동백꽃을 즐긴 다음에는 700여 점의 분재를 둘러보자. 구구절절한 사연을 간직한 분재도 많다. 야외 분재정원을 본 후 온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수종의 우아한 분재에 발길이 멈춘다. 실한 매실이 주렁주렁 열린 매화 분재는 봄에 꽃이 피면 얼마나 향기로울까. 보리수, 소사나무, 마삭줄, 모과, 향나무, 철쭉 등 다양한 분재를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태도, 1004요트투어와 ‘파마머리 벽화’

신안군에서 운영하는 1004요트투어는 천사대교 아래 오도항 선착장을 출발해 천사대교를 지나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암치도까지 1시간쯤 걸리는 럭셔리 관광 요트다. 바다에서 천사대교의 웅장함과 주변 섬들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1004요트투어는 신안군에서 운영하기에 성인 1명당 요금은 2만 5,000원으로 획기적으로 싸다. 요트 투어가 비싸다는 편견을 깼다.

요트에 오르면 훌륭한 시설과 규모에 절로 흐뭇해진다. 요트가 출항하면 앞쪽으로 가도록 하자. 바닷바람 맞으며 해먹에 앉아 짜릿함을 느껴보고, 마도로스 유니폼을 빌려 선원처럼 요트 곳곳에서 포즈 잡고 기념사진 찍는 것도 마냥 신난다.

요트가 천사대교 아래를 지나면 마치 먼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기분이 든다. 바람(!)처럼 멀리는 못 가고 암치도에서 다시 뱃머리를 돌린다. 암치도에 서식하는 백로와 왜가리를 구경한 뒤엔 요트 뒤편 좌석에서 와인을 땄다. 한 잔을 곁들여 해상의 낭만을 즐길 차례가 된 것이다. 와인을 가져가면 와인 잔을 준비해주니 참고하자. 잔을 들고서 바다와 파도와 지나가는 어선, 천사대교에 차례로 건배하며 들이켜는 그 맛이란! 풍경은 시나브로 근사해지고, 기분 역시 절정에 치달으면서 1004요트투어는 마무리된다.

암태도 기동삼거리는 북쪽 자은도 가는 길, 남쪽 팔금도 가는 길로 갈린다. 그리고 여기, 이름난 ‘파마머리 벽화’가 있다. 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담벼락에 노부부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파마머리를 배경 삼아 인증숏을 찍는다. 집주인 문병일 씨 부부가 벽화의 실제 모델이다.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해양복합 문화단지

자은도는 천사대교 건너 가장 북쪽에 있다. 여러 명소가 있지만, 그중 이곳의 핵심은 1004뮤지엄파크다. 해송 숲이 아름다운 양산해변에 자리한 해양복합 문화단지로, 1004섬 수석미술관과 세계조개박물관, 신안 자연휴양림 등이 자리한다.

수석미술관 옆으로 야외 수석정원이 펼쳐진다. 수석뿐 아니라 다양한 야생화와 멋스러운 분재가 그득하다. 거대한 수석 사이에서 사진 찍고 가라고 직원이 귀띔해주었다. 꽃향기 그윽한 길을 걷다 보면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란 말이 떠오른다. 딱 그 말처럼 인간 세계가 아니라 낙원에 온 기분이다. 수석미술관에는 원수칠 관장과 기증자들이 기증한 약 1400개의 수석 작품을 전시했다. 기기묘묘한 모양의 수석들을 둘러보면 돌은 꽃과 다름없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된다. 수석은 돌로 표현한 예술의 세계가 아닐는지.

세계조개박물관에서는 임양수 전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관장이 40여 년간 원양 어선을 타며 세계의 바다에서 수집한 다양한 조개와 고둥을 전시한다. 무려 1만 1000점의 조개와 고둥이 있어 해양 자연사박물관이라고도 일컬을 만하다. 전시 콘텐츠가 체계적이라아이들의 자연사 교육에 좋다. 옥색, 청색, 다홍색 등 화려한 조개를 보다 보면 조개 역시 바다의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수집품인 조개로 채워진 ‘수집가의 방’은 고고학자의 방을 보는 듯 신기하다.

1004뮤지엄파크의 자랑은 양산해변을 거느렸다는 점이다. 해송 숲과 양산해변에는 사구가 있다. 해변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막처럼 보인다. 1004뮤지엄파크 안에 자연휴양림이 있다. 이곳에 묵으면서 느긋하게 1004뮤지엄파크를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퍼플섬에선 보라색 드레스 코드가 필요해

퍼플섬은 온통 보라 색연필로 칠한 동화 같다. 보라색 하나로 1,004개가 넘는 신안의 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됐다. 퍼플섬은 안좌도와 연결된 반월도와 박지도를 말한다.

퍼플섬의 재미는 보라색 드레스 코드다. 꼭 드레스가 아니라도 여행자가 쓰는 물건 중에 보라색이 있다면 무료입장에 도전해볼 만하다. 동료 여행작가는 보라색 고무장갑을 가져오는 걸 봤다.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매표소 직원이 한참 고민하더니 혀를 내두르며 통과를 외쳤다. 지금껏 이런 입장객은 없었다고 했다.

안좌도 주차장을 시작으로 가장 먼저 반월도로 갔다. 섬까지는 보라색 걷기 전용 다리로 연결됐다. 섬과 연결된 도보 전용 다리인데,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박지도 주민인 김매금 할머니의 소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걸어서 섬에 들어가는 맛이 삼삼하다. 워낙 작은 섬이라 걸으며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박지도로 넘어가는 퍼플교를 건너기 전, ‘어린 왕자’포토 스폿이 있다. 여기서 한 컷 남기기는 필수다. 박지도는 호롱박 모양의 조형물이 포토존 노릇을 톡톡히 한다. 박지도에서 다시 퍼플교를 건너 안좌도로 나오면 퍼플섬 여정은 마무리된다.

퍼플섬은 온통 보라 색연필로
칠한 동화 같다. 보라색
하나로 1,004개가 넘는
신안의 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