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하고 돈독한 다섯 명, 입행 동기의 특별한 시간
겨울비 내리는 평일 저녁, 다섯 명의 IBK인들이 을지로에 자리한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IT디지털개발부 김나정, 임범모 대리, IT금융개발부 김남희 대리, IT시스템운영부 신재문 대리, 빅데이터센터 이홍은 과장이 호기심과 설렘을 반반씩 나눠 가진 표정을 하고서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다. 테이블 위에는 붓펜과 하얀 여백의 종이들이 준비돼 있었다. 이들은 캘리그래피를 활용해 2024년 탁상 달력을 손수 만들어보기로 했다.
“2023년에 저희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잘 시작하자는 의미로 함께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로 바빠서 그냥 넘어갔는데, ‘IBK버킷리스트’ 덕분에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달력을 만들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분방하고 멋스러운 글씨체인 캘리그래피는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손글씨로 쓴 광고, 영화, 상품 제작에 다양하게 활용돼 왔고, 손글씨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캘리그래피를 취미로 배우기도 한다. 강사가 캘리그래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간단히 설명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으로 영화 포스터, 책 표지, 광고 등에서 다양하게 선보여지고 있어요. 먹과 붓 또는 펜을 이용해 글씨를 쓴다는 점에서 서예와 비슷하지만 도구의 느낌, 글씨체, 쓰는 이의 개성 등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서예와는 또 다른 자유로운 글씨 디자인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서 캘리그래피에 대한 감을 익혀나갔다. ‘캘리그래피’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하지만, 한번도 배워보지 않았다는 이들이 도전에 나섰다.
‘봄날’이라는 글자에서는
금방이라도 예쁜
봄꽃들이 피어날 것
같았고, ‘구름’이라는
단어는 몽실몽실한 하얀
구름을 닮아 있었다.
글씨 쓰기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손맛’을 느끼다
곧바로 실습으로 이어졌다. 각자의 자리에 놓인 종이와 붓펜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수업은 가장 기초 단계인 선긋기부터 시작됐다. 펜과 점점 친해지는 시간이다.
“종이에 직선, 곡선, 굵은 선, 가는 선, 물결선 등을 그려보면서 펜의 느낌을 느껴보세요. 선을 많이 연습하면 글씨에 여러모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단계예요. 처음에는 좀 힘들겠지만, 붓펜을 볼펜 잡듯이 편하게 사용해보세요. 힘을 세게 쥐면 붓이 휘므로 적당한 힘으로 조절해서 써야 합니다.”
펜의 감각을 익히면서 선을 연습한 후에는 단어를 써보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강사가 준비해 온 유인물에는 캘리그래피로 된 다양한 단어가 쓰여 있었다. 강사는 “보고 쓰는 ‘임서’의 과정을 배운 후 점차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글씨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붓과 종이에서 집중한 채 단어를 썼다. 그리고 이내 다들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신재문 대리가 “앗! 이거 정말 쉽지 않은데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나머지 네 사람이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이자마자 ‘와~’ 하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봄날’이라는 글자에서는 금방이라도 예쁜 봄꽃들이 피어날 것 같았고, ‘구름’이라는 단어는 몽실몽실한 하얀 구름을 닮아 있었다. 강사의 펜은 마치 종이 위에서 가볍고 부드럽게 춤을 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강사는 “캘리그래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쓰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감성을 담는 글씨’라고 합니다.”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잘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이들은 심기일전의 자세로 다시 종이와 펜에 집중했다.
다음 순서는 문장 쓰기. 몰입과 집중의 시간이 이어졌다. 김나정 대리가 “글자들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써질 뿐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강사에게 SOS를 요청했다. 강사의 펜에 다시 한번 모두가 집중했다. 캘리그래피는 두 글자 이상의 글자를 쓸 때 한 덩어리로 보여지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글자의 크기, 각도, 획의 굵기, 삐침 정도, 먹의 농담을 변형시키면 무한한 느낌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강사의 설명과 더불어 계속된 연습 덕분인지 처음 펜을 잡았을 때보다 글자들이 훨씬 ‘캘리그래피답게’ 보였다. 다섯 사람은 “오랜만에 느끼는 손맛”이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서툴지만, 내 손끝에서 탄생한 캘리그래피 달력
오늘의 달력 만들기 미션은 ‘나에게 주는 응원과 다짐의 메시지’로 총 열두 달을 완성해보기로 했다. 다섯사람이 인화해온 ‘추억의 사진’도 꺼내 놓았다. 몇 년전부터 올해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사진을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젖기도 했다,
달력 한 장, 한 장에 각자의 소망과 바람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홍은 과장은 아내와 함께 축하할 기념일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일상을 기록했고, 김남희 대리는 반려견 ‘치코’와의 이야기, 그리고 동기들과의 추억을 달력에 담았다. 김나정 대리는 매달 이루고 싶은 일과 계획을 써내려갔다. 그녀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운동으로 건강해지기라고 했다. 신재문 대리는 캘리그래피에 그 누구보다 정성을 다했다.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임범모 대리는 사진과 그림으로 잔뜩 개성을 더했다.
어느덧 두 시간이 넘는 집중과 몰입의 시간을 보내고 진심과 정성이 녹아든 손글씨와 동기들과의 추억이 담긴 열 두 달의 달력이 완성되었다. 다섯 사람의 얼굴에 새해의 희망찬 기운이 샘솟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