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뇌과학자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발히 활동 중이신데요. 구체적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보통 ‘어렵다’라고 생각하잖아요.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게’ 전달해주는 것이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과학인데 사람들은 과학을 ‘안물안궁’ 식으로 대하곤 해요. 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되게 중요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어렵기 때문에 피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게 하는 것을 목표로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방송과 유튜브 출연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 KBS2 드라마 <두뇌공조> 자문과 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선 “인간은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늘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존재”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인간이 가진 능력 중 호기심은 변화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나요?
사실 인간의 뇌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진화했어요.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고자 뇌가 존재하는 거죠.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주변에 뇌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겁니다.(웃음)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아요. 바뀌지 않고, 무슨 말을 해도 요지부동인 거죠. 뇌가 없는 미생물, 박테리아, 식물들은 다 타고난 유전자의 계획대로 움직여요. 그런데 만약 세상이 변했는데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해진 대로만 움직인다면 그 종은 멸종되겠죠. 그런데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 소모가 가장 커서 경험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관성이 있어요. 이러한 뇌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게 바로 호기심입니다. 뇌는 위기가 닥치거나 위험한 상황을 겪었을 때 가장 많이 배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데 호기심은 그런 상황이 오기 전부터 뇌가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래서 뇌가 있지만 호기심이 없다면 세상에 대해 ‘안물안궁’, ‘어쩌라고’가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인간은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데 그 원동력이 호기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Q. 독일 생활 중 ‘남다른’ 취급을 받으며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고, 그 호기심이 인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고, 뇌과학계에 들어섰다고 말씀하셨어요. 박사님의 호기심의 원천은 어디서 비롯됐나요?
호기심의 원천은 다양한 경험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 살았는데 서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기숙사였어요. 한 친구는 아프리카 부족의 족장 아들이었는데 그 친구 아버지에게는 50명의 부인이 있었어요. 성적으로 엄청 자유분방한 문화를 갖고 있는 친구였죠. 반면에 이라크,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들은 남에게 머리카락도 보여주면 안 되는 문화권에서 자랐고요. 이렇게 전 세계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지낸 경험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저 사람 머릿속에 뭐가 있을까’ 등의 질문을 만들어내더라고요. 호기심이 호기심을 낳는 거죠.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정의가 깨지는 순간 궁금증이 생겨나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걸 알게 되고, 또 새로운 걸 알게 돼요. 생각해보면 독일 생활을 통해 겪은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경험들이 호기심을 더 키우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Q. 혹시 호기심을 없애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울한 마음 상태에서는 호기심이 잘 생겨나지 않아요. 호기심이 없어진다는 것은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우울한 사람에게 우울을 잠깐이라도 잊게 하는 방법이 엄청나게 궁금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던지는 겁니다. 그러면 우울한 사람도 잠깐은 눈이 반짝입니다. 그래서 궁금한 게 없어질 정도로 우울해지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적어도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는 궁금해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Q. 낯선 것을 선택하고 시도할 때 주저함이 없는 편인가요? 두렵고 낯선 상황 속에서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뇌는 어떻게든 제일 편한 길을 찾아요. 가장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해결책을 원합니다. 게을러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안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게으른 개발자가 훌륭한 코드를 만들어낸다고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혁신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렇기에 낯선 걸 피하고 싶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선택할 때 자신과의 시간 약속을 정해놓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퇴사가 고민이면 3년은 해보자고 시간을 정하는 거죠. 그럼 그 기간 동안 쌓인 데이터로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겠죠. 선택의 상황에서 스스로 시간을 주고, 실행은 미래에 할 수 있도록 장치를 세우는 겁니다. 그러면 두려움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리고 선택한 길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요.
인간은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데
그 원동력이 호기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 장동선 뇌과학자 · 과학 커뮤니케이터 호기심으로 인해 삭발까지 하게 됐던 경험담이 있는 그는 ‘사람들을 궁금하게 하자’는 것을 미션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궁금한뇌연구소 대표이자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과학 커뮤니케이터까지. <알쓸신잡>, <공상가들>, <뭐털도사> 등 방송 출연과 <장동선의 궁금한 뇌>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며 많은 이들에게과학과 함께 호기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Q. 호기심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긍정적인 면과 위험한 면이 있을텐데요.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상 속 훈련법이 있을까요?
선택을 할 때 중요한 건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답을 선택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호기심의 상자를 열었을 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호기심이라면 무조건 피해야겠죠. 호기심의 문을 다양하게 열어보는 건 좋은데 선택할 때 이 문을 열어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지 아니면 이 문을 열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문을 여는 건 아닌지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2024년 새해 계획이 있다면요.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말아줘’라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사람에 대한 건강한 호기심으로 서로 궁금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편한 세상일 수도 있으나 저 또한 궁금해하는 친구가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거든요. 이러한 방향으로 정신과 의사 등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고 이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아픈 세상인데 그 아픔을 서로 궁금해하고 공유하는 건강한 호기심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또한 3년 동안 밀린 책을 출판하는 목표도 갖고 있고요. <with IBK>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BK가 간다!
장동선이 <with IBK> 매거진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 많았는데 성인이 돼서 호기심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면 새해에는 본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장소에 가는거죠. 그 과정에서 호기심은 분명 다시 돌아올 테니까요. 작은 호기심이 새로운 발견으로 그리고 더 큰 변화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의 모든 호기심과 모든 새로운 시도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