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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선

푸드경쟁 극과 극

제로 푸드 vs 탕후루

글 · 염세권

다이어트 식품으로 하나둘 생겨나던 제로푸드는 이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건강 관리를 위해 당류를 줄인 제로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음료를 포함한 모든 식품 분야에서 Zero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반대로 과일 겉면에 설탕을 입힌 탕후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극과 극의 사회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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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탕, 무알콜, 무카페인…
Zero Food Trend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먹거리가 넘쳐나서 문제다. 당뇨를 포함한 각종 성인병과 간질환 등은 모두 알콜과 설탕의 과다 복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에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알콜 음료, 무설탕 캔디를 찾기 시작했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도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제로 슈가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 건강 관리를 위해 저당 제품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무설탕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크게 대두된 것이 바로 탄산음료다. 탄산음료에 주로 사용되는 액상과당은 다른 제품에 비해 흡수가 빨라 식후 혈당을 급격히 증가시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설탕이나 액상과당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대체당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인공 대체당으로는 사카린과 아스파탐, 둘신, 시클라메이트 등이 있고, 천연 대체당으로는 식물 유래 화합물로 설탕의 10,000배의 맛을 낸다고 하는 글리시리진과 스테비오사이드가 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스테비아 방울 토마토’가 바로 스테비오사이드 성분을 이용해 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제로 슈가는 단순히 건강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현상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2년 이마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탄산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반면, 대체당을 사용한 탄산음료는 209%증가했다.

시장을 잠식한 제로 슈가와
건강 관련 이슈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으로는 제로 슈가 소주가 있다. 제로 슈가를 표방한 소주가 시장에서 히트를 치면서 다른 브랜드에서도 이에 질세라 앞다퉈 제로 소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주뿐만 아니라 맥주나 하이볼 같은 제품에서도 제로 슈가는 필수가 됐다. 이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도 제로 슈가를 표방하며 새로운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제로 슈가 양념치킨이 출시되기도 했으며, 허쉬에서는 제로 슈가 초콜릿을 출시했다.
이처럼 제로 슈가 열풍이 시장을 점령하자 여러 학계와 매스컴에서는 대체당으로 만들어내는 제로 슈가 제품들이 실제로 설탕에 비해 건강에 좋은 건지,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건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는 제로 슈가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네거티브 마케팅이라고 꼬집으면서 설탕과 꿀의 당은 흡수 및 분해 속도가 빠른 단순당으로 즉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성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당을 과량 섭취하는 경우 두통, 현기증과 같은 인지기능 저하, 지방 축적과 같은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다만 건강 유해성을 판단하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인공 감미료 하루 허용 섭취량(ADI)은 적정량의 0.1~14%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제로 칼로리, 제로 슈가 제품 섭취가 늘어나면서 인공 감미료 섭취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즉, 유행에 따라 무분별하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섭취할 제품에 대해 잘 알아보고 소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로 슈가 열풍에 대한 반작용인가?
탕후루 열풍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입혀 굳힌 중국식 간식이다.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한 화베이 지역의 대표적인 겨울 간식으로, 최근에는 중화권 전역에서 즐겨 먹고 있다. 이는 국내로 넘어와 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간식이 되었다. 2022년 240곳에 불과했던 탕후루 점포는 2023년 11월 기준 1,000곳를 훌쩍 넘어섰다. 제로 슈가 트렌드가 유행하는 가운데 설탕 범벅인 간식도 유행하는 이상한 현상이다.
종합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은 2024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모순의 일상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급부상하던 트렌드가 갑자기 꺾이거나 정반대되는 소비 행동이 공존하는 현상이 현재 트렌드의 특징이라는 것. 예를 들어 골프나 오마카세 등 젊은 층이 열광하던 분야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 ‘플렉스(과시형 소비)’를 외치던 사람들이 오픈채팅 ‘거지방’에서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관성 없이 양극단으로 벌어지는 소비 행동을 ‘모순의 일상화’라고 정의한 것이다.
제로 슈가와 탕후루처럼 우리 사회가 점차 양극단으로 벌어질 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세대 갈등이나 성별 갈등처럼 사회가 극단적으로 치우칠 때 갈등이 발생한다. 사서오경에 속하는 <중용>에서는 부족하거나 치우치지 않고 중간의 도(道)를 택하라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다소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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