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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BRIEFING 2

‘싱글 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글 · 한애란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남성은 33.7세, 여성은 31.3세. 2022년 기준 평균 초혼연령이다. 2000년(남성 29.3세, 여성 26.5세)과 비교하면 결혼 시기가 4~5년이나 미뤄졌다. 만혼·비혼은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 그 결과 노동공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출산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경제엔 큰 마이너스 요인이란 분석이다.

남성의 ‘결혼 프리미엄’ 현상

‘남자는 결혼을 해야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겨서 일도 더 열심히 한다.’ 이런 주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맞아. 그러니까 결혼은 해야지’라며 동의하는 이도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 무슨 꼰대 같은 소리?’라며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만 30~54세 인구 4명 중 1명이 미혼(2020년 기준)이다. 특히 30대 남성 미혼율이 42.5%나 되는 상황에서 이런 소리를 잘못했다가는 뺨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런 주장이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이른바 ‘남성 결혼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경제학계는 ‘왜 기혼 남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을까’를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선 기혼 남성은 미혼 남성보다 임금을 10%가량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남성 근로자는 결혼 후 임금이 약 6% 오르는 프리미엄이 있다고 확인됐다(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2019년).

왜 결혼한 남자는 임금이 높을까. 이렇게 물으면 아마 ‘그야 돈 잘 버는 남자가 결혼을 많이 하니까’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결혼해서 임금이 높아진 게 아니라 임금이 높아서 결혼할 수 있다는, 즉 거꾸로 인과관계를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요즘엔 ‘무전불혼’이란 한탄까지 나오니 말이다.

그런데 경제학은 이런 상식에 도전한다. 2003년 케이트 안토노비치 UC샌디에고 교수가 2003년 연구한 일란성 쌍둥이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일란성 쌍둥이는 신체적·정신적 특성이 비슷하다. 즉 소득잠재력이 거의 같다. 그런데도 결혼한 쌍둥이 남성은 미혼인 쌍둥이보다 27%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결혼 자체가 남성 임금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초혼 연령 추이
연령대별 미혼율 변화

결혼해서 임금이 높아진 게 아니라
임금이 높아서 결혼할 수 있다는,
즉 거꾸로 인과관계를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요즘엔 ‘무전불혼’이란 한탄까지
나오니 말이다.



미혼 남성은 일을 덜 한다

결혼 프리미엄은 왜 생기는 걸까. 여러 경제학 연구가 밝혀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생산성. 결혼한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구하고, 더 많이 일하게 된다. 불쾌하고 힘든 일도 기꺼이 맡거나, 이직할 때 더 높은 임금을 좇게 되는 식이다.

또 다른 이유는 고용주의 선택이다. 고용주는 기혼 남성이 안정성과 책임감이 높다고 믿기 때문에 결혼한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혼한 남자가 노동시장에서 ‘결혼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건, 거꾸로 말해 미혼 남성은 노동시장에서 열위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은 1월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미혼 남성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기혼 96%, 미혼 83%), 주당근로시간도 적고(기혼 44시간, 미혼 43시간), 시간제 근로 비중은 높았다(미혼 10%, 기혼 6%). 한국은행은 이렇게 분석한다. “혼인율 하락으로 남성 미혼인구 비중이 증가하면, 남성의 고용률과 평균 근로시간이 모두 줄어들어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 총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눈에 띄는 건 학력 차이보다 결혼 여부에 따라 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더라는 점이다. 남성이 대졸이냐, 고졸이냐는 경제활동 참가율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2.2%p 격차) 기혼이냐, 미혼이냐의 차이는 꽤 컸다(12.1%p 격차).

한국은행 결론은 이렇다. “미혼인구 증가는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을 모두 감소시킨다. 따라서 혼인율을 높이는 것은 미래 노동공급뿐만 아니라 현재 시점의 안정적인 노동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청년이 결혼할 수 있고,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단 뜻이다.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 구입·임대비용을 지원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도와주는 정책이 그런 예다.

눈에 띄는 건 학력 차이보다
결혼 여부에 따라 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더라는 점이다.



결혼 페널티와 여성 노동력

이쯤에서 문제 제기가 나올 만하다. 아니, 왜 미혼 여성 얘기는 하지 않느냐고. 혼인율의 노동시장 영향을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성별에 따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즉 남성과 달리 여성은 기혼보다 미혼이 더 많이 일한다. 왜 그런지는 자명하다. 경제학 용어로 ‘결혼 페널티’ 탓이다. 출산과 육아, 전통적인 남녀 역할관 탓에 기혼 남성과 반대로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은 미혼 때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문제는 ‘여성은 미혼이 더 일을 많이 하니까 노동공급을 늘리기 위해 미혼을 장려하자’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혼인율 하락→출산율 저하→미래 노동공급 여력 제한’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성 고용률(현재의 노동공급)과 출산율(미래의 노동공급)이 충돌하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하면 이 둘을 양의 상관관계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여성 미혼인구 증가와 관련해서는 바로 이 점을 고민해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경제활동을 포기할 필요 없는 기업 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그 해답이다. 물론 말처럼 쉽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이지만.

여성 미혼율과 경제활동참가율(30~54세 기준)

‘결혼 안 하면 불이익’이란
협박과 다그침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효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결혼 안 하면 독신세?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하기 싫다는데, 무슨 수로 마음을 돌릴까. 이런저런 당근책을 준다 한들 과연 혼인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급한 마음에 좀 더 화끈한(?)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미혼자에 ‘독신세’를 부과하자는 식이다. 당근 대신 채찍을 휘두르자는거다. 역사적으로 독신세는 실제로 도입된 적 있다.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독신세를 만들고, 싱글인 자녀는 재산 상속에서 제외했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리더 무솔리니는 순수혈통 보존을 위해 1927년 독신세를 만들었고, 독일 나치즘의 히틀러도 이를 따라 했다.

그래서 그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결혼 안 하면 불이익’이란 협박과 다그침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효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미혼은 기혼자보다 가족부양 책임이 덜한 대신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동시장에서 미혼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다면 기업 업무환경도 그에 맞춰 더 유연해지는 게 맞다.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등 기업이 쓸 수 있는 수단도 많다. 근로자를 결혼하게 만들 수 없다면, 미혼인 근로자가 기꺼이 즐겁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답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임금도 늘어나고 생활이 안정된다면, 어쩌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지 모른다.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싱글대세’ 대한민국에 놓인 과제다.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