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보 가드너
초록 나무와 향기로운 꽃은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든다. 식물을 키우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반려동물처럼 식물과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식물을 가족처럼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일컫는 ‘식집사(‘식물’과 ‘집사’를 합친 말)’란 단어가 등장한 것도 가드닝의 인기가 높다는 걸 말해준다. 오늘부터 식집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들이 있다. 바로 여신기획부 여신지원팀 소속 IBK인들이다.
클래스가 진행되는 공간은 꽃과 나무로 가득했다. 마치 비밀의 화원에 발을 디딘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일까. 다섯 사람의 표정이 시나브로 상기되었다. 이번 클래스를 신청한 조현수 대리의 모습이 더욱 그랬다.
“얼마 전 독립을 했어요. 제가 사는 공간이 따뜻하고 싱그러웠으면 좋겠다 싶어서 클래스를 신청했는데,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이곳에 오자마자 예쁜 꽃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돈독하고 사이좋은 팀원들과 함께하니 이 시간이 더욱 기대됩니다.”
다섯 사람은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했다. 모종삽까지 드니 모습이 그럴싸했다. 강사가 테이블 위에 식물들과 화분을 준비해 놓았다. 동시에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 클래스에서는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구근식물인 수선화 2종과 히아신스, 무스카리를 심기로 했다. 강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수선화, 히아신스, 무스카리는 벚꽃이 피기 전에 꽃을 피워요. 이른 봄에 꽃을 피우니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식물들이죠. 아마 다 심고 나면 봄의 정원이 연상될 거예요. 오늘 이 시간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세 가지 식물은 물은 좋아하지만, 과습에는 취약해요. 그래서 배수가 잘되는 흙에다 심어줘야 합니다. 자, 작업을 시작해볼게요!”
다섯 사람이 귀를 쫑긋하며 집중했다. 눈빛이 반짝였다. 새 주인을 만나게 된 식물들이 싱그러움을 뽐냈다.
눈앞에 식물들을 전부 심고 나면봄의 정원이 떠오를 거예요
마음과 정성을 다해 심다!
먼저 강사가 시범을 보였다. 첫 번째 작업은 작은 화분에 각각 심겨 있는 식물을 빼내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주는 일이다. 다섯 사람도 커다란 양동이를 가운데 두고 흙을 털기 시작했다. 김수진 대리는 “흙을 만지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김수진 대리의 손이 익숙했다.
금세 이야기꽃,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태섭 대리가 부서원들의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다.
“저희는 점심을 같이 먹고, 가끔은 문화생활도 함께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MT도 다녀왔고, 최근에는 공포 영화를 함께 봤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부서원들끼리 이렇게 친하기 힘든데,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희 다섯 명 중 연장자인 박한호 대리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저희 다섯 사람의 중심 역할을 해주시거든요.”
이태섭 대리의 말에 박한호 대리가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다섯 사람의 얼굴에 꽃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다시 집중의 시간! 식물의 흙을 다 털었으면 이제 큰 화분에 옮겨 심어줘야 하는데 먼저 화분에 흙을 깔아줘야 한다.
“배수를 위해 맨 밑바닥에는 마사토를 깔아주세요. 그리고 펄라이트라는 경량토를 섞은 흙을 올려주세요. 그런 다음 식물을 배치하고 다시 흙으로 덮어주면 됩니다.”
강사의 손길에 정성이 가득했다. 다섯 사람도 작업을 시작했다. 혹 뿌리가 다치지 않을까, 잎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이들의 손끝에서 느껴졌다. 사실 가드닝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분명 물도 주고, 햇빛도 적당히 쐬어 주었는데 식물이 제대로 크지 않고 죽어버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있다.
김연주 대리가 식물을 키우지 않았던 이유였다. “제가 키우던 식물이 죽을까 봐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그런데 오늘을 계기로 마음이 바뀌었어요(웃음). 평범한 일상을 활기 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쁨이 될 것 같거든요.”
김연주 대리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식물이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 식물과 교감하며 얻는 정서적 안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강사는 “식물을 키울 때 물과 햇빛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는 데,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통풍”이라고 조언했다.
나의 공간에 들일 나만의 정원 완성!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자기 만의 방식으로 화분에 식물을 배치했다. 키가 작은 식물은 앞에, 키 큰 식물은 뒤에 배치하는가 하면, 서로 무리를 지어 풍성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각자 식물의 배치는 달랐지만, 요리조리 살피며 정성을 다하는 이들의 마음은 같은 듯 보였다. 식물을 배치하고 흙을 덮고 지그시 눌러주는 동안 머릿속 잡념은 사라지고 마치 식물의 일부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꽃에 얽힌 강사의 이야기도 수업의 재미를 배가했다. 박한호 대리는 “식물의 삶이 인간의 인생사와 같은 것 같다”는 말로 부서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제 마지막 작업을 할 차례. 화분에 식물을 다 심은 다섯 사람은 흙 위에 이끼와 돌을 얹었다. “와! 예쁘다”, “마음에 들어!” 꽃향기를 맡고, 눈으로 아름다운 식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다섯 개의 화분이 다섯 개의 작은 정원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다섯 사람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깃들었다. 김수진 대리는 “제가 직접 심은 식물이라 집에 있는 식물들보다 더 애정이 갈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조현수 대리는 “이 화분 속 꽃들처럼 제 인생에도 봄처럼, 꽃들처럼 좋은 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라면서 밝게 웃었다.
자신이 직접 심은 꽃 화분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시간. 다섯 사람은 저마다 봄기운 가득한 식물을 한아름안고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시작될 식물과의 동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잔뜩 묻어났다. 즐거운 가드닝, 식집사 라이프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