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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사람들

IBK산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하다,
황석산
이열치열 정신으로 무더위 정면돌파

글 · 하상원 사진 · 이대원 영상 · 윤승현
짙은 산록과 시원한 계곡이 교차하는 황석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산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폭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계곡을 중심으로 등산 코스가 구성된 덕분에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어 등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함께했던 유쾌한 황석산 등반의 추억을 되짚어본다.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5형제, 날개를 펼치다

때 이른 장마가 잠시 주춤한 사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여름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고온과 불쾌지수를 한껏 끌어올리는 높은 습도 탓에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됨에 따라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전환점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더위의 습격에 일상의 활기를 잃어가던 김광주 대리 역시 호시탐탐 반전의 계기를 노리고 있었지만, 바쁜 업무에 쫓겨 쉬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힘겹게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김광주 대리는 우연히 ‘IBK산’을 통해 황석산 등반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평소 ‘망설임은 사치요, 기회는 잡는 사람이 임자다’ 라는 원칙에 충실해 온 김 대리는 곧바로 지원했다.

김광주 대리는 “이열치열이라는 말마따나 때 이른 무더위를 초장에 제압하려면 등산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황석산 등반을 지원하게 됐다”라며 “다른 무엇보다 함께 등산을 할 ‘파티원’을 모집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어보였다.

김광주 대리의 마수(?)에 걸린 인원은 함께 입행한 동기들이었다. 그의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동기모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황석산 등산 합류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김광주 대리의 집요한 영업 끝에 등산에 참여하게 된 인원은 김하늘, 이영채, 홍정표, 조성환 대리 등 총 5명이었다.

힘든 와중에도 ‘인생샷’은 놓칠 수 없지!
무사고·안전 산행을 기원하며... ‘나도 살포시 돌맹이 한점’

오랜만에 밟아보는 흙길의 포근함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들머리는 물한계곡이다. 전국에 산 깊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 많다지만 물한계곡 역시 빠뜨리면 서운하다.



오늘의 목표 ‘무사고 안전등반’

5형제가 시작지점인 거연정휴게소에 모인 시간은 제법 늦은 오전이었다. 새벽부터 바지런히 움직였지만,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황석산까지의 여정이 생각보다 더욱 험난했던 까닭이다. 당초 계획과 다르게 다소 늦어진 등산에 5형제의 마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등산에 앞서 준비운동을 빠뜨릴 수는 없는 법.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풀며 본격적인 등산을 대비했다.

평소 등산을 즐긴다는 ‘이지맨’ 김하늘 대리는 “산의 높이가 낮다고 방심하면 오히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한다”라며 “이번 등산의 목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라고 강조했다.

5형제가 함께 오를 해발 1192미터의 황석산은 등산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말하면,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마냥 쉽지만은 않은 코스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여름 무더위와 정면승부를 택한 5형제의 걸음마다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꼼꼼히 준비운동을 마친 5형제는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이고 각자의 짐을 야무지게 둘러맸다. 자,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다.

등산 중 방심은 금물, ‘가파른 경사지만 마냥 즐거워’
충분한 수분 보충으로 기력 충전 완료

이 맛에 등산한다! ‘피바위 앞에서 5형제’


황석산에서 만난 우리의 아픈 역사

거연정휴게소에서 출발한 5형제는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오늘의 등산코스는 우전마을에서 시작해 사방댐과 피바위, 황석산성을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는 최단 코스로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난이도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코스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장엄한 풍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관통하는 우전마을과 사방댐을 지나 흙냄새 물씬한 땅을 밟은 지 30여 분. 오늘 등산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인 ‘피바위’에 도착했다. 웅장한 바위 언덕 위로 세찬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장면은 한여름 무더위를 통째로 휩쓸어가 버릴 정도로 경이로웠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황석산만의 특별한 풍경에 취한 5형제는 그렇게 한참 동안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가장 먼저 피바위에 도착해 쏟아지는 물줄기에 대뜸 머리를 들이민 홍정표 대리는 “그동안 다녔던 산 중 단연코 황석산이 1등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올여름 피서를 충분히 즐긴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환상적인 풍광과는 달리 피바위에는 우리네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군대와 민중의 구분 없이 조선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전쟁에 참여했던 임진왜란 당시 황석산 인근 주민들도 왜구에 맞서 치열하게 전쟁을 치렀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치마폭에 돌을 나르거나 병기를 수리하며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황석산성의 함락으로 패배가 기정사실화 되자 여성들은 왜구의 손에 치욕적으로 죽느니 차라리 스스로 깨끗하게 생을 마감하겠다며 치마로 얼굴을 감싼 채 바위에 몸을 던졌다. 당시 수많은 여인들이 흘린 피와 한이 바위에 스며들어 붉게 물들었으니, 이를 기억하기 위해 ‘피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피바위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이영채 대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 선조들의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라며 “이번 산행을 계기로 후손들의 현재를 지켜준 선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10분간 주어진 꿀맛같은 휴식 시간
황석산성에 새겨진 소중한 추억 한 컷


정상까지 단 100계단, ‘낙오는 없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 머물렀던 피바위를 지나자 비로소 ‘등반’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가파른 산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습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며칠 전 내린 빗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듯, 길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형성돼있을 정도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시련은 있을지언정 포기는 없다’고 했던가. 물기를 한껏 머금은 산길에 자꾸 발이 미끄러졌지만, 5형제는 오히려 더욱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피바위 이후로 선두로 산을 오르며 후발주자들에게 큰 소리로 위험요소를 경고해주던 조성환 대리는 “산이 그리 높지 않아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길이 더 험하고 경사가 가팔라 체력 소모가 심하다”라며 “그래도 이왕지사 등산에 나선 마당에 정상은 찍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5형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종종 선두를 교체했다. 선두에 선 사람은 자신이 확인한 위험요소를 뒷사람에게 전하며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대비하고자 노력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등산 초반에 이어지던 ‘수다’는 다소 줄었지만,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파이팅’ 구호의 데시벨은 더욱 높아졌다. 그렇게 1시간 30분 가량 험난한 산길을 지나자 인공적으로 만든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정상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천국의 계단’에 이른 것이다.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도착한 황석산 정상은 차라리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사방에 훤히 뚫린 하늘에서 고고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5형제는 잠시 감상에 빠진 듯 멍하니 정상에서의 풍경을 감상했다. 등산 내내 이번 산행을 신청한 김광주 대리에게 장난스러운 원망을 늘어놓던 동기들이 정산 등반 촬영을 위해 한 데 모이자 ‘고맙다’며 가볍게 어깨를 치는 모습에서 진한 동기애를 느낄 수 있었다.

김광주 대리는 “얼른 내려가서 갈매기살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라며 “이번 산행을 계기로 동기들과 자주 소통하고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라며 이 자리를 빌려 함께 등산에 나서준 동기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세계적인 등산가들은 하나 같이 ‘등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순간은 하산할 때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하산 시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등산으로 인해 몸은 녹초가 됐지만, 5형제는 경계심을 바짝 세운 채 조심스럽게 하산을 시작했고 결국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등산을 마칠 수 있었다.

유쾌했던 5형제의 황석산 등반이 더없이 소중한 추억으로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황석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엄한 풍광에 취하다

황석산 무사고 등반 완료를 보고합니다!


황석산 INFO
  • 주소 경남 함양군 서하면
  • 코스 우전마을 - 사방댐 - 피바위 - 황석산성 - 정상
  • 문의 055-96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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