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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만능은 아니지만

글 ·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퇴직연금 계좌(DC·IRP)를 보유한 사람들은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 지정에 대한 안내를 예외 없이 계속 받고 있다. 관련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또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대한 정확한 내용과 나의 퇴직연금 운용 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지 알아보자.





디폴트옵션은 최소한의 보완 장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IRP에서 원리금 보장상품 만기시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따로 결정하지 않고 그냥 놔둘 경우, 고객이 사전에 정해 놓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반면 DB형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운용 책임을 지는 제도로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시장이 300조 원을 넘어선 규모로 성장했지만, 연간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퇴직연금 운용상품이 대부분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운용상품을 투자상품으로 유도하여 장기수익률을 높이고자 정부에서 관련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여기서 사전에 알고 가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아도 금전상의 불이익은 없다.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한 제도이지만, 지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 등 제재 사항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령 시행일인 2022년 7월 12일 이후, 1년간 유예기간이 적용되고 이후 신규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한다. 또한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상품 만기시 현금성 자산으로 편입되어 운용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둘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이 우수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 가입자(DC·IRP)가 적립금의 운용지시를 일정 기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디폴트옵션 상품에 편입된 투자상품의 비중에 따라 위험도 및 수익률이 차이 나기 때문에 운용실적에 따라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TDF와 디폴트옵션 기본으로 설정해야

다음으로 디폴트옵션에 대한 궁금해하는 사항 몇 가지를 알아보자. 첫 번째,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기존 상품의 운용이 달라지는가? 그렇다. 만기 상품은 지난 7월 11일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부터 자동 재예치는 불가능하고, 만기가 된 상품의 자금은 현금성 대기자산, 즉 은행의 보통예금(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가입 가능한 상태로 이자가 적은 상품) 성격으로 남아있게 된다. 이전에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운용해 만기가 되면, 동일 상품으로 같은 기간 자동으로 재투자가 됐다. 따라서 디폴트옵션 지정을 사전에 해 놓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정기예금의 이자만큼의 수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 펀드만 투자하는 기존 가입자도 디폴트옵션을 반드시 지정해야 하는가? 그렇다. 가입자의 디폴트옵션 선정은 기존 적립금의 운용 방법과 관계없이 이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으로 예외 없이 미리 선정해야 한다. 다만,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였더라도 만기가 없는 실적배당형 상품, 즉 펀드의 경우에는 펀드를 별도로 해지하지 않는 이상 디폴트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세 번째, 금융기관에서 디폴트옵션을 지정하라고 계속 메시지가 오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기존의 퇴직금 운용을 투자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정기예금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만기 상환자금이 투자되지 않아 남아있을 때도 최소한 정기예금 금리만큼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운용실적이 검증된 투자상품을 10% 수준에서 시작하여 점차 비율을 확대해 가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 증권사의 경우 펀드가 편입되지 않는 ‘초저위험 옵션’, 펀드의 비중에 따라 ‘저위험 옵션, 중위험 옵션, 고위험 옵션’ 등으로 구분해 디폴트옵션의 선택권을 부여하여 운용하고 있어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게 옵션을 정할 수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 TDF, 디폴트옵션 지정은 기본인 셈이다.

최근 TDF(Target Date Fund) 상품도 뜨고 있다. TDF는 목표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 주는 펀드다.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TDF는 대부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나라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펀드 이름에 있는 숫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펀드 명에 ‘2040’ 표시가 있다면 그 의미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2040년으로 정하고 주식 비중을 70% 이상으로 운용하다가 은퇴 시점이 되는 2040년이 될 때까지 주식 비중을 30% 수준으로 서서히 낮춰 포트폴리오를 보다 안정적으로 조정하는 운용전략이다.

앞서 살펴본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투자자가 상품 운용의 공백이 발생해 방치될 위험을 보완해주고자, 상품운용을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한편 TDF는 수많은 상품군 중에 투자자가 매번 상품을 정하기 어려우니, 글로벌 지역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은퇴 시점에 다가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전략 상품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수

따라서 TDF와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투자자가 운용되는 상품 전체를 정확히 알고, 매번 본인의 퇴직연금 상품의 운용을 꼼꼼히 관리할 수 있다면 필요 없는 제도다. 하지만 직장인, 자영업자 등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가능 상품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산운용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디폴트옵션 지정과 TDF 운용은 퇴직 이후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평균적으로 수익률 증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디폴트옵션을 지정하고, TDF를 일정 부분 운용한다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원금 보장, 또는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과 리밸런싱(비중조정)이다. 어느 금융기관, 누구도 나의 퇴직연금의 수익률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을 나의 투자성향에 맞게 제대로 지정하고, 운용의 일정 부분은 TDF로 운용하며, 주기적으로 상품점검 및 리밸런싱하는 것이 바람직한 퇴직연금 관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