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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카툰으로 보는 역사

조선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가 이서구

글 · 박성일 일러스트 · 유남영
조선 시대 후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이서구는 ‘조선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 놀라운 예언가였다.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로부터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풍수지리, 역학, 천문학 등에도 뛰어났던 그는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예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서구가 남긴 미스터리한 예언을 살펴보자.


설화 속 이서구는 새소리를 알아듣고, 살인자를 잡기도, 비둘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후임자를 예견하기도, 이방의 아들이 중의 아들임을 밝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원혼을 만나기도 하고, 이계(異界)와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전설에 따르면 이서구는 도술, 예언, 풍수에 아주 능했는데, 이런 능력을 백성을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풍수에 관련한 설화가 많다. “수저(水低) 30장이요, 지고(地高) 30장이 될 것이다.” 변산 앞바다 쪽의 바닷물이 30장 밑으로 내려가고, 해저의 땅이 30장 위로 올라온다는 예언이다. 30장이면 대략 90미터에 해당한다. 바닷물이 90미터 내려가고 땅이 90미터 위로 올라옴은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서해안이 융기하면서 많은 부분이 육지가 된다는 예언인데 실제로 부안 앞바다는 지금의 새만금 간척지가 된 곳이다.

나합(羅閤)의 탄생을 미리 예견하기도 했다. 기생으로 나주목사 김좌근의 첩이 된 ‘요녀(妖女) 나합’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전주에는 한벽당이라는 정자가 있다. 어느 날 이서구가 한 벽당의 경치를 감상하다가 “앞으로는 이 한벽루 옆으로 불말(火馬)이 지나다닐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그의 말대로 일제강점기, 굴이 뚫리면서 기차가 통과했다. ‘불말’은 기차를 의미하며 1931년 한벽터널이 개통되어 1981년까지 기차가 다녔다. 그런가 하면 전주의 집 방향을 서향에서 남향으로 바꿔 가난을 벗어났다는 ‘가사좌향(家舍坐向)’에 관한 내용도 전해 내려온다.

이서구와 연관된 많은 전설은 ‘기록’이 아닌 ‘구전’되어 오고 있다. 세도정치의 혼탁함 속에서 나라를 구원해 줄 예지자요 해결사, 오늘보다 더 나은 조선을 기대했던 민초들의 판타지는 그래서 더욱더 이서구를 조선의 노스트라다무스이자 선각자로 동일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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