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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BRIEFING 1

배터리 혁명과
K-배터리의 미래

글 ·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인 가운데 환경규제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되며 배터리의 보급량을 늘리는 것이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 시장의 전망과 배터리의 중요성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업체의 성장세는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203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유럽 내 주요 완성차 기업의 전동화 로드맵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비 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 15개 이상의 주가 캘리포니아의 배출 규정을 벤치마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ker)가 2월 발표한 세계 전기차 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규모는 2조 7천억 달러(약 3,50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예상 시장 규모인 5,438억 달러(약 706조)에 견주어 연평균 성장률 21.6%를 적용한 수치이다. 전기차는 원가 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 원가를 낮춰야 보급량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기술 개발로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주요 국가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시점
EU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미국
(캘리포니아)
2035년 2025년 2025년 2030년 2030년 2030년 2030년 2035년 2035년


2023 전기차와 이차전지를 둘러싼 환경 변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며 2023년 들어 전기차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사실상 에너지법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지침이 3월 31일 마련되어 전기차 보조금도 명확해졌다. IRA는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최저법인세 등을 두어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으로 이해된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준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지역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에만 해당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를 위한 장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배터리에 들어간 부품 50%(2029년부터는 100%) 이상이 북미산이면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받는다. 배터리에 들어간 광물의 40%(2027년부터는 8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했다면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양극·음극의 활물질이 광물로 분류되면서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 양극재·음극재 회사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국내 업체의 경우 반드시 미국에서 양극재, 음극재 등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IRA 세부 지침상 부품은 북미 제조가 필수이지만 광물은 아니다. FTA 미체결 국가에서 채굴하더라도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제조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셀(배터리 완성품) 회사들도 공급망 구축이 한결 용이해지면서 한시름 놓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받을 수 있는 누적 세액공제액은 10조 원이 넘을 전망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미국 설비를 증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높은 광물 수입 의존도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과제이다.

IRA는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으로 이해된다.

둘째, 2023년 들어 중국의 신에너지차 구매보조금이 폐지되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 저장, 산시 등 중국 지방정부들이 신에너지차 수요 진작을 위한 새로운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시는 ‘수요 확대 및 성장 확대 행동방안’을 통해 2023년 한 해 동안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 같은 친환경차에 대해 취득세를 면제한다. 구매보조금 정책을 연장해 2023년 6월 30일까지 상하이시에 등록된 소형 승용차를 폐차·전출시키고 순수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1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저장성은 ‘신에너지산업 성장 가속화 행동 방안’을 통해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 연간 생산량을 120만 대(자동차 생산량의 60%) 이상으로 확대하며 내연기관차를 신에너지차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북한·러시아·이란과 함께 중국은 안보상 미국의 우려 대상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하자 다양한 변신술이 등장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업체 BYD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리튬의 보고(寶庫) 칠레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중국 4대 배터리 업체인 고션하이테크는 IRA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당당히 등재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라는 점과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다국적기업으로 변장한 것이 미시간주에서 먹혀들었다. 세계 최대 이차전지 제조업체 CATL은 미국 자동차 업체와 기술제휴로 IRA 법망을 빠져나가려 한다. 포드와 테슬라가 IRA우회 전략을 제공해 CATL과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핵심원자재법(CRMA)
EU 역내 채굴 ↑
핵심원자재 채굴, EU 전체 연간 소비량 대비 최소 10% 이상을 목표함
EU 역내 가공량 ↑
EU 역내 핵심원자재 가공량 최소 40% 이상을 목표함
핵심원자재 재활용 ↑
핵심원자재의 역내 재활용 비율을 최소 15%까지 끌어올리기로 목표함
제3국 수입량 제한
모든 가공 단계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량을 EU 연간 소비량의 65%로 제한
자료 :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셋째, 미국 IRA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2023년 2월 ‘탄소중립산업법’을 발표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핵심 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 법안을 지난 3월 16일 발표했다. 순환 경제 기반의 탄소규제인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에 더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제로 대륙’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EU의 ‘핵심원자재법’은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 축소와 역내 투자 확대 등을 통한 EU 역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원자재 가치 사슬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 원자재 확보 방안, 공급망 리스크관리,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U 역내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핵심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역내 전략원자재 공급망 강화와 수입 다변화 목표를 설정했다. EU는 CRMA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U 연간 전략원자재 소비량의 10% 추출, 40% 가공, 15% 재활용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EU 연간 소비량의 65% 이상을 단일한 제3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수입 다변화에 나선다.

리튬 삼각지대

넷째, 세계 리튬매장량 1위인 칠레가 지난 20일 리튬 개발을 전격 국유화했다. 리튬의 세계매장량 55%차지하는 리튬 삼각지대 칠레-아르헨-볼리비아와 인근 멕시코까지 합세한 ‘중남미 리튬동맹’이 구체화되고 있다. 리튬 채취 주도권과 가격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주요 7개국(G7)은 이에 맞서 리튬 등 핵심 광물 과잉 입찰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구매자 클럽’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배터리의 미래와 정부 지원

중국의 전기차 부문 기술과 가격 경쟁력은 우리보 다 우위에 있다. 그러면 이차전지 배터리는 어떤가?
중국 배터리 업체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한국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구축한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두고 한중간 경쟁이 치열하다. IRA 세부지침 완화로 인해 일본·중국 등의 진입 역시 쉬워지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광물협정을 통해 FTA 체결국과 동일한 지위를 획득했다. 중국은 노스볼트, FREYR 등 이차전지 기업과 VW, 포드, 테슬라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이 셀 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이면서 성장성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가능성이 핵심으로 보인다. IRA의 생산세액공제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는 선도 기업보다 비용 경쟁력이 열위한 후발 진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미국 시장이 2차전지 후발 기업들에게 경쟁력 축적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면 국내 기업들에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IRA 대응 차원에서 중국산 리튬 등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하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배터리 등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 자원 확보 경쟁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자원 채취부터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