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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발길 닿는 길(해외편)

분화구 사이를 걷고,
파도와 마주하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 마우이

글 · 사진 서영진 
하와이의 진면목은 섬들 깊숙이 들어설수록 경이롭다.
빅아일랜드에서는 화산 분화구 사이를 걷는 이색 체험이 가능하며, 마우이는 세계적인 서핑스폿과 고래 마을을 간직하고 있다.

마우이 할레아칼라 분화구에서 일출을 맞는 여행자들


킬레아우아 화산 국립공원 트레킹

130여 개의 하와이 군도 중 가장 큰 섬이 빅아일랜드다. ‘하와이’라는 지명도 본래 빅아일랜드에서 비롯됐다. 빅아일랜드에는 사막과 열대우림, 눈 덮인 봉우리 등 다양한 기후와 식생이 공존한다. 그중 섬이 품은 가장 신비스러운 영역이 화산 국립공원이다. 연기가 모락모락 솟는 화산 둘레를 질주하고, 분화구 사이를 걷는 일은 빅아일랜드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열망하는 체험이다.

빅아일랜드는 마우나로아산(4,169m)을 중심으로 화산 국립공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지름 4.5km 킬레아우아 화산(1,222m) 일대는 마그마가 실제로 뿜어 오른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으며 화산 트레킹으로 사랑받는다.

여행자들은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분화구 인근까지 직접 걸을 수 있고, 유황연기를 온몸에 쬐며 사우나를 체험하기도 한다. 연기 속을 헤치고 달리는 차량들의 드라이브 행렬도 목격된다. 용암 위에 조성된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루트는 18km 이어진다. 분화구 일대의 ‘볼케이노 캐빈’에서 하룻밤 묵는 별난 체험도 가능하다.

킬레아우아의 할레마우아우 분화구는 불의 여신 펠레가 살고 있다는 전설을 지닌. 하와이 원주민들의 성지다. 용암석을 주워오거나 훼손하는 행위가 금기시 된다.


분화구를 오르내리는 이키 트레일

본격적인 화산 걷기는 킬라우에아의 이키 분화구에서 펼쳐진다. 이키 트레일은 화산 국립공원의 대표 하이킹 코스다. 5.3km의 순환루트를 포함해 약 8km 코스가 5시간가량 이어진다. 이키 분화구는 1959년 대폭발했으며 시간당 약 200만 톤의 용암이 579m까지 치솟았다. 흘러내린 마그마가 분화구에서 굳는 데는 30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걷기 여행자들은 대부분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크레이터 림 루트를 거쳐 이키 트레일에 합류하면 울창한 오하이나무 숲을 지나 이키 분화구 바닥까지 내려 설 수 있다. 용암호에는 돌로 만든 이정표인 ‘아후’가 길 따라 늘어서 있다. 꿈틀거렸던 대지의 태동과 마주하는 순간은 신비롭다. 쩍쩍 갈라진 메마른 땅에는 수십년 세월이 흘러 생명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피어난다. 이키 트레일을 걷는 동안 ‘나후쿠’ 용암동굴과 용암이 솟았던 분출구를 구경할 수 있다.

화산 국립공원의 트레일 코스는 총 240km에 달한다. 이키 트레일 외에도 800여 년 전 암각화를 만나는 ‘푸우 로아’ 암각화군 트레일, 카우 사막과 화산 퇴적물과 조우하는 풋프린츠 트레일 등에 도전할 수 있다. 할레마우아우 트레일은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걸어 유명해 지기도 했다.

마우나로아와 함께 빅아일랜드의 양대 산맥인 북부 마우나케아산은 별자리 관측과 하와이 최고의 산악 하이킹 루트로 사랑받는다. 천문대가 있는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는 꼬박 하루가 소요된다.

빅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 이정표
칼레아우아 화산의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루트

마우이 북쪽 저스 해변에서 파도를 타는 서퍼들


마우이 할레아칼라 & 서핑스폿 저스해변

빅아일랜드 북쪽 마우이 섬은 기이한 화산지대와 서핑해변이 매력적이다. 해발 3,058m에 위치한 세계 최대급 휴화산 할레아칼라는 이색 지형을 만나는 일출 체험이 인기 높다. 어둠과 구름을 걷어내고 분화구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이방인들은 새벽부터 분주하게 모여든다.

이곳 원주민말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 할레아칼라는 달 표면을 닮았다. 둘레 34km의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9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성긴 그늘을 드리우며 담겨 있다. 달을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 우주영화들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일출과 함께 할레아칼라 화산재를 밟으며 걷는 케오네헤에헤에 트레일에 도전할 수 있으며, 오헤오 협곡의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하이킹도 이채롭다.

할레아칼라에서 인기 높은 레포츠는 분화구에서 일출을 본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다운힐 프로그램이다. 구름을 뚫고 마우이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내리꽂는 행위는 스릴과 땀으로 뒤범벅된다.

마우이의 북쪽해안인 후키파 비치로 향하면 온통 서퍼들의 세상이다. 후키파 비치의 저스 해변에는 세계 각국의 수준급 서퍼들이 모여들어 경연을 뽐낸다. 내셔널 지오그라피 잡지에도 여러차례 소개된 서퍼들의 천국이다. 저스 해변은 본섬인 오아후섬 노스쇼어의 선셋비치와 함께 세계적인 서핑스폿으로 손꼽힌다. 서핑구역은 원주민과 이방인, 숙련자와 초보자의 영역이 구분돼 있다. 집채만한 파도와 마주하는 경이로운 시간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하와이 왕국의 수도, 고래 포구 라하이나

마우이는 고래의 사연을 간직한 섬이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혹 등고래의 주요 활동무대가 하와이 마우이섬 일 대다. 혹등고래는 알래스카에 머물다 새끼를 낳 기 위해 해마다 마우이섬 인근으로 이동한다.

마우이섬은 예로부터 고래와 연관이 깊다. 섬서쪽의 라하이나는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로 19세기 포경선들이 몰려들던 곳이다. 하와이 왕조를 통합한 카메하메라 왕의 궁전 잔해뿐 아니라 1901년부터 고래잡이 선원들이 묵었던 호텔이 남아 있다. 담장과 푯말에는 귀여운 고래그림도 곳곳에 그려져 있다. 라하이나는 허먼 멜빌의 고래소설 ‘모비딕’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라하이나 인근의 카아나팔리 해안은 마우이 최대의 휴양지다. 하와이 왕족이 휴가를 즐기던 아름다운 비치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세계적 리조트들이 들어선 해변에서 배를 타고 깊은 바다로 나서면 고래를 구경하며 스노클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뷰포인트 ‘블랙 락’의 절벽 다이빙은 마우이의 마지막왕 카헤카리 왕을 기리는 횃불 세리머니와 함께 진기한 체험을 선사한다.

해변을 빼곡히 채우는 서프보드
하와이 전통춤을 형상화한 조형물

마우이 최대 휴양지 카아나팔리 해안


빅아일랜드 화산 국립공원 트레일

빅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 트레일은 킬라우에아 방 문자센터에서 화산활동에 대한 영상을 보고 지도 와 주의사항을 숙지한 뒤 시작한다. 방문자센터 외 에도 출발포인트들이 있으며 이키 트레일 순환로만 걷는 데는 3시간가량 소요된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트레일 코스가 이어지며 이키 분화구의 고도차는 122m이고 경사로와 바위 지대를 포함한다. 난이도 는 중급. 곳곳에 용암 조각과 거친 땅이 있어 등산화 를 준비해야 한다. 화산과 기상 상태에 따라 구간별 출입이 제한되기도 하며, 트레킹 구간은 건조지대 로 충분한 물과 모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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