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PB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 상
품으로 각 기업의 정체성과 특장점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가격을 넘어 품질과 트렌드로 발 빠
르게 무장하며 차별화에 성공도 거뒀다. 소비자가 PB상품에 꽂힌 이유다.
업계에서도 PB상품의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상품의 돌풍이 거
세다. 상품의 차별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갖춘 대형마트 PB상품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제
대로 빛을 보고 있다. 대부분 품목에서 유명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30~50% 저렴한 것이 특징.
최근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라면이나 음료 품목까지 PB상품이 유명브랜드 상품의 매출을
앞서고 있다. 특히 저가 라면이 인기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라면 한그릇’은 지난 1월 매출이 전년 대비 89.7% 증가하는 등 한 달 동안에
만 12만 9,000개가 팔려나갔다. 홈플러스 짜장라면 ‘이춘삼’도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3월 15일 기준 누적 판매량은 75만 개에 달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간편가정식 PB 브랜드 ‘피코
크’는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로 ‘고급 가성비’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컬리는 자
체브랜드 ‘KF365(컬리프레시)’, ‘KS365(컬리세이프)’ 등을 운영하며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싼 맛’에 사던 PB상품이 가격과 품질을 다 잡으며 고물가 시대를 맞아 ‘대세’
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쏘아 올린 장바구니의 목마름은 중고거래는 물론 공동구매의 신분도 상승시켰다. 경기 불황을 먹고 자랐던 이들 시장이 변모하고 있는 것. 공동구매는 특정 물건을 함께 구매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거래 형태다. 최근에는 개인이 하나로 묶인 제품을 이웃 주민과 함께 구매해 나누는 지역 커뮤니티형 공동구매가 유행 중이다.
휴지나 세제, 화장지, 생필품 등 주로 대용량으로 사는 상품을 공동 구매한 후 지역 주민끼리 나누는 식이다. ‘1+1’ ‘2+1’ 형태로 묶어서 파는 상품을 소분하기도 한다. 생필품 이외에도 달걀, 채소, 김치 같은 식료품 등 주로 대용량으로 구입하면 단위가격이 저렴해지는 제품이 그 대상이다. 혹은 일정 개수나 금액 이상 구입하면 무료 배송인 제품도 공동구매 단골 품목이다. 요즘은 배달비 부담으로 인해 배달 음식마저도 공동구매로 진행하는 문화까지 생겼다.
꼭 중고거래를 위해서뿐 아니라 지역 내 공동구매를 위한 장으로서 지역 커뮤니티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인 당근마켓에서는 ‘같이 사요’ 게시판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공동구매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쿠팡이츠도 앱 내에 ‘친구 모아 함께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 이웃들과 오픈(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그때그때 함께 배달시킬 인원을 구하는 ‘배달파티’도 성행하고 있다. ‘뭉치면 싸고, 흩어지면 비싸다’라는 인식은 이제 상식이 됐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외식 물가 속 술값도 함께 치솟고 있다. 특히 식당에서 6,000~8,000원, 높게는 9,000원에 팔리고 있는 소주는 이제 ‘서민 술’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젊은 층의 발길이 소주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식당으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콜키지(corkage)’는 ‘코르크 차지(cork&charge)’의 줄임말이다. 손님이 가져온 술을 매장에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컵과 얼음 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식당에서 부과하는 비용을 말한다. 비용은 가게마다 다르고, 또 이를 아예 받지 않는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식당도 있다. 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이나 위스키에 한해서 제공하던 서비스다. 하지만 최근 회, 삼겹살 등 한식을 파는 식당에서도 콜키지 프리 서비스가 확산하는가 하면 주종도 소주, 맥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 병 수에 제한을 두고 콜키지 비용을 받지 않는 것. 소주 할인을 이벤트로 내거는 식당도 많다. 주류 매출이 좀 줄어들더라도 콜키지 프리 정책이 마케팅에서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앙코플레이트’, ‘테이블링’, ‘어디가지’, ‘식신’, ‘캐치테이블’ 등 맛집 검색·예약 플랫폼들은 ‘콜키지 가능’이나 ‘콜키지 프리’ 식당을 따로 모아 소개할 정도다. 외식업계의 불황형 마케팅인 콜키지 프리가 불황 속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해법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