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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SYSTEM

부동산의 미래를
조망하는
‘동·선행 지표’

글 ·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수석연구원
작년 급격한 조정을 경험한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다소 혼재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추이에 대해 수학 공식처럼 단답형 정답이 제시되지 않는 이유는 다분히 인문학적 변수들(매수심리, 정책, 개발 기대감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 변화는 물론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쓰이는 동행 지표와 선행 지표 등을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절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1 Step : 부동산 정책 기조 해석

우선 시장과 가장 높은 밀접성을 지닌 지표 중 하나는 정부 정책이다. 현 정부는 집권 이후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혹은 규제 완화) 관점을 올곧게 펼치고 있다. 근저에는 지난 정부가 규제 일변이었던 이유도 있으나, 금리 충격에 따른 PF 부실과 전세 사기 이슈 등이 터지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 초부터 세금, 대출, 분양, 정비사업 등에서의 규제 해제가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1월에는 서울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곳의 규제지역이 해제됐고, 동시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풀렸다. 또한, 실수요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무력화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접수가 시작됐으며 2월에는 1기 신도시 정비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추진이 발표됐다. 3월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LTV 규제가 일부 풀렸으며 4월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8% 이상 조정되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지난해 의사결정을 주저했던 수요층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 기조는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전국,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추이
자료 : 국토교통부

2 Step : 정부 정책에 단기 반응하는 ‘동행 지표’

규제 완화 정책 영향으로 이에 동반하는 지표들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책 외에 대표적 동행 지표는 거래량과 매도물량, 청약경쟁률, 미분양 등이다. 거래량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접점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면 가격움직임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하락 폭을 줄이거나 상승 전환하는 추세를 그린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2년 10월 558건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1월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해 4월에는 3,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아파트 매물량도 점차 줄고 있으며, 매매가격은 작년 12월 0.51% 하락에서 올해 4월 0.27% 하락으로 약세 움직임이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단지의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분양 주택도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서울에서 시작된 개선 움직임이 서울과 근접한 경기, 인천까지는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이 누적된 대구, 경북 등의 지방 지역까지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 및 매매가격 변동률
자료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R114

3 Step : 중장기 관점에서 벌어질 일들은 ‘선행 지표’

시장을 대표하는 선행 지표에는 전·월세가격과 인허가 및 착공물량 등이 있다. 전·월세가격은 상승 폭이 커지면 시차를 두고 갈아타기 수요가 누적되며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과거 임대차3법이 시행된 후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매매가격도 일정 시차를 두고 오름폭을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며 매매가격도 동반해서 떨어지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빠지는 사이 월세가격은 2~30%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용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가 월세가 70만 원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임차인들의 주거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착공 및 분양으로 시장에 나온다. 이후 약 3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입주하면서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주택 인허가 및 착공물량은 2021년 54~58만 채 수준이었지만 2022년 들어서는 38~52만 채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특히, 신축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서울과 수도 권 중심으로는 착공물량이 40%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향후 2~3년 내 신축 입주가 줄어들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까지 2.5만 채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2024년에는 1.4만 채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 움직임과 동 · 선행 지표의
방향성이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만큼, 경착륙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


4 Step : 정책과 주요 지표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인사이트 제시

동·선행 지표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동행 지표 중 거래량과 매도물량, 청약경쟁률, 미분양 수치 등에서 개선세가 확인된다. 즉 정부가 주요 대책을 발표하며 언급했던 거래 정상화와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선행 지표 중 전세가격이 빠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월세가격은 올라 임차 시장 지표는 다소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인허가와 착공물량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어 향후 2~3년 뒤에 수급 불안 재연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22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조정받은 주요 이유 3가지(가격 부담, 금리 인상, 대출 규제)도 일정 수준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 움직임과 동·선행 지표의 방향성이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만큼, 경착륙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 즉 2023년 상반기에 저점을 다진 이후 하반기에는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상승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일대는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주택들이 집중된 만큼 2024년까지는 신규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