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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권순재 원장
글 · 강일서   사진 · 김경수

최근에는 젊은 치매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현재 심장병, 암, 뇌졸중과 함께 ‘4대 주요 사망 원인’이며, 많은 사람이 ‘가장 피하고 싶은 병’으로 손꼽는 질환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억은 물론 가족과 본인에 대한 기억까지 잊어버리는 슬프고도 무서운 질환, 치매에 대해 권순재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이번 주제가 “치매 증상과 진단, 관리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치매 초기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치매의 중요한 초기증상은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고혈압 당뇨 및 고지혈증 등의 만성 성인 질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뇌의 전반적인 위축이 일어나며 특히 내측 측두엽이라고 하는 양측 안쪽 면의 위축이 두드러집니다. 이곳에는 해마라고 하는 사건의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노화 등 전반적인 손상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치매 환자분의 초기증상은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인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여 저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면 치매가 온 시기부터 기억손상이 소급되어 옛날 일에 대한 기억이나 일상생활에서의 기억은 비교적 잘하지만 최근 새로 바뀐 주변의 일이나 최근 생긴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또 다른 초기증상으로는 불안과 짜증이 있습니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일에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에 화를 내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화를 잘 내며 생활반경이 좁아지며 늘 하던 것만 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Q. 치매와 건망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치매와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는 회복 및 쇠퇴 여부입니다. 건망증은 기억력 자체보다는 주의력의 저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사건 중에서 일부, 예를 들면 약속이 있는데 그 시간과 장소를 미세하게 잘못 기억할 수가 있으며, 이때 다시 들으면 그 기억이 떠오르는 재인(Recognition)이 일어나게 됩니다. 또한 건망증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잠시 그랬다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치매는 일단 돌입하게 되면 회복되지 않고 점차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리다가 약속 자체를 잊어버리게 되며, 이때 기억에 대해서 지적받으면 (일정 이상 진행된 경우) 화를 내고 부정하며 자신의 기억을 고집하는 일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리고 점차 언어기능 전반, 일상생활 기능 전반으로 기능 저하가 확대됩니다.

Q.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 vs 혈관성 치매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를까요?

A. 알츠하이머 치매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으로서 전체 치매 원인의 50~80%를 차지합니다. 소위 노인성 치매라고 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유전적 요인, 고혈압 당뇨 등의 신체 질환, 음주 흡연, 우울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주로는 뇌의 전반적인 위축과 특히 내측 측두엽의 위축이 일어납니다.

뇌에 아밀로이드 판과 신경판, 신경원성유 매듭 등이 축적되며 65세 이후에 발생한 경우는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악화되나 65세 이전에 유전으로 발생한 조발성 가족성 알츠하이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특정한 혈관질환(뇌졸중, 소혈관 질환)이 선행된 후 이후에 발생하는 치매입니다.

보통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1~3개월간은 심한 인지기능 저하가 오고 혼란 상태에 빠지다가 점차 회복되는데 그래도 이전과 같은 정도로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 상태부터를 혈관성 치매라고 하는데 다발경색성 치매처럼 한 번에 많은 부분이 손상되는 경우에는 계단식 손상을 보이지만 소혈관질환처럼 혈관의 끝부분이 손상된 경우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이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이 사회 활동을,
일상생활을 좀 더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이 조금 더 오랫동안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치료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치매는 정말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A. 치매의 원인에 따라서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압수두증이라고 하는 질환입니다. 이는 뇌척수액의 순환이 저해되어 뇌가 뇌척수액의 압박을 받는 상태로 이 질환에 대한 전문가나 잘 의식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파킨슨병으로 오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표정, 의욕감소, 그리고 자석 걸음이라고 하는 다리를 바닥에서 잘 못 떼게 되는 증상이 특징적이며 V-P shunt라고 하는 수술을 통해 완치될 수 있습니다.

그 외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 같은 경우는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조기 치료 여부, 관리 여부, 주변 환경에 따라서 경과의 차이가 크게 나서 어떠한 논문의 경우 치매의 실질적인 말기상태라고 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기관으로의 전원이 치료 여부에 따라 최대 7~8년의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노년의 독립적인 7~8년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치매의 증상 중에서 소위 정신행동 증상이라 불리는 망상, 우울증과 같은 증상은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로 잘 조절되어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이를 치료하는 추세입니다.

Q. 치매 완치를 위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 예방 및 관리법에 결정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그리고 원장님은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먼저 일찍 발견해서 조기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퇴행성 질환이 그렇지만 손 데지 않고 놔두는 기간에 점차 악화되며 초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아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실제로 진료를 보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던 환자분들도 1~2년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의 예방이 중요합니다. 평소 관리할 수 있으며 거의 치료에 준하는 예방법입니다. 혈관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노인우울증의 예방도 무척 중요합니다. 노인우울증은 그 자체로 치매의 증상이기도 하며 치매의 치료 가능한 강력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약물 처방에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시지역, 고소득자 지역일수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편인데,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우울증 등을 방치하면서 더 큰 질병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Sarcopenia(근감소증)이라고 하는데, 근육량의 증가와 인지기능의 보존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평소에 근력 운동 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치매 환자분에게 무슨 문제를 풀거나 작업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친구, 가족과의 약속, 운동 등 사회 활동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과 진료를 승패로 보자면 내과는 환자가 죽으면 의사가 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정신과는 좀 다릅니다. 환자가 살아있어도 의사는 지는 겁니다. 그들이 사회 활동을, 일상생활을 좀 더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이 조금 더 오랫동안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치료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도 ‘당신의 정신강의학과의원’을 작년에 개원하시면서 의료인생 2막을 펼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장님의 병원 운영 비전 또는 앞으로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A. 당신의 정신건강의학과의 모토는 “이제 당신의 마음이 당신을 위해 움직입니다.”입니다. 대한민국은 전통, 문화, 사회의 압력이 매우 높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유교적 문화, 장유유서 등의 서열적 문화, 강박적인 효에 대한 관념이 많은 사람을 짓누르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경쟁적이며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이 소외되기 쉬운 각박한 사회. 또한 사람들의 기준도 높은 편이라 역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실패했다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사회적 관념, 의무, 반드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도그마, 이것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살아가며 그렇기에 정신은 자신의 편을 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이란 사회의 완벽하고 모범적인 구성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와 스스로의 행복 사이에서 잘 조율하며, 자신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당신은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이 달라지는 현재 사회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정표를 만들어주고, 더 나아가서 인간이 인간 개인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권순재 의사
  • 현. 당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전. 인천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및 치매전문센터장
  • 전.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노인정신의학 임상강사
  • 전북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졸업
  • 전북대학교병원 수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취득
  • 작가 및 라디오 등의 방송 활동 중
  • 대표 저서. 『약한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이제 독성관계는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