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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발길 닿는 길(국내편)

현재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미래로 타임슬립

군산 근대문화유산과
선유도

글 · 사진 진우석 
군산은 우리 근대문화유산이 가장 잘 남은 도시다. 일제는 비옥한 호남평야에서 나온 쌀을 수탈했는데, 그 전초기지가 군산항이었다.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채만식이 <탁류>를 썼고, 이 소설을 배경으로 걷는 길이 ‘탁류길’이다. 탁류길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장군의 아들> 등에 나온 정겨운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차 타고 가는 섬인 선유도에 들러보자. 예전 바다였던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달리는 길은 마치 미래로 타임슬립 하는 듯하다.

탁류길 따라 1930년대로 시간여행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 여행의 시작점으로 탁류길이 시작된다. 박물관은 다양한 전시를 통해 과거 무역항인 옛 군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 특히 근대관은 증기기관차 영상과 함께 문이 열려 흥미롭다. 그 안에는 인력거조합, 술도가, 잡화점, 쌀 창고 등 1930년대의 저잣거리가 펼쳐진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위해 군산항을 통해 조선의 쌀을 가져갔다. 1926~1928년에는 조선의 전체 쌀 생산량의 1/4을 수탈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채만식의 <탁류>다. 박물관 왼쪽에 옛 군산세관이 있다. 대한제국기에 건립된 벽돌 건물로 고풍스러운 모습이 잘 남아 있다. 아이들이 해설사와 함께 다니며 역사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옛 군산세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수덕산 공원으로 들어선다. 군산구불길 리본과 안내판이 곳곳에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공원은 제법 숲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공원을 내려오면 해망굴이 나온다. 마침 인력거 한 대가 한 쌍의 커플을 싣고 해망굴로 들어선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 인력거를 보니, 그야말로 과거로 들어온 기분이다. 해망굴은 1926년 도심과 해망동을 연결하기 위해 뚫었다. 지금은 주민들의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좋다.

해망굴을 나오면 군산 시민의 휴식처인 월명공원으로 올라선다. 이곳은 울창한 벚나무가 가득해 봄철 벚꽃놀이 명소로 유명하다. 월명공원의 상징은 수시탑(守市塔)이다. 일제강점기 신사가 있던 자리에 군산 발전을 기원하며 세웠다. 채만식문학비를 보고 긴 계단을 내려오면 벽화마을인 말랭이마을이다.

말랭이마을 앞에 과거 히로쓰 가옥이라 부르던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있다. 해방 후 적산가옥으로 과거 일본인들이 군산에서 부유하게 살았던 흔적을 보여준다.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등 많은 한국영화가 여기서 촬영됐다. 근처에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인 초원사진관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탁류길의 마무리는 금암동에 자리한 째보선창에서 하는 게 제격이다. 예전 이곳 상권을 장악한 ‘째보(언챙이)’라고 불리는 객주가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째보선창에는 군산의 새로운 명물인 비어포트가 들어서 있다. 널찍한 수제맥주 체험장으로 군산에서 생산하는 보리와 맥아로 수제맥주를 만드는 업체들이 상주한다.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금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켜는 맛이 일품이다.

대한제국기에 건립된 벽돌 건물인 옛 군산세관

인력거가 있는 해망굴. 마치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 한 것 같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근대관은 마치 1930년대처럼 느껴진다.


차 타고 가는 신선의 섬, 선유도

군산에서 선유도 가는 길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새만금사업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하고,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무녀도를 징검다리처럼 지나 선유도에 닿는다. 고군산군도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로 이뤄진 섬의 무리다. 고군산은 옛 군산이란 말이다.

선유도에 수군만호가 있던 군산진(群山鎭)이 있었다. 군산의 중심이 선유도에 자리했다. 군산진은 1710년 육지인 군산 해망동 부근의 진포(鎭浦)로 이전했는데, 이때 ‘군산’이란 이름까지 가져갔다. 그래서 선유도를 비롯한 섬들을 ‘고군산군도’라고 부른다.

선유도의 최고 명소는 선유도해수욕장이다. 선유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선유팔경 중 3개가 선유도해수욕장에 해당한다. 선유도해수욕장에 뛰어들기 전에 집라인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왼쪽에 자리한 거대한 탑이 집라인 타워다. 1층에서 벨트와 헬멧 등 안전 장비를 작용하고 타워에 올랐다. 타워의 높이의 약 45m, 아파트 11층에 해당한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출발대에 서자 선유도해수욕장의 수려한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출발! 구령과 함께 출발대 문이 열리자 엄청난 속도로 와이어를 타고 내려간다. 이때가 가장 짜릿하다. 잠깐 정신이 어질하다가 점점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백사장에서 노는 사람들 위를 날아가는 맛이 일품이고, 왼쪽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속도가 점점 줄더니 어느새 도착지가 가까워진다. 거리는 약 700m인데 순식간에 도착했다. 아쉬워 입 맛을 쩝 다신다.

이제 해수욕장에 몸을 담글 차례. 깨끗하고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은 거대한 운동장 같다. 곽재구 시인은 여기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떠올리며 ‘선유도’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해변에서 바다로 갈수록 모래에서 갯벌로 바뀐다. 시나브로 뜨거웠던 대지는 식으면서 노을이 내려앉는다. 선유팔경 중 하나인 선유낙조의 시간이다. 썰물 덕분에 넓게 열린 갯벌을 따라 걷는다. 노을은 갯벌까지 붉게 물들였다. 갯벌에 닿는 발바닥 촉감이 부드럽다. 첨벙첨벙 바다를 걸으면서 위대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탁류길의 출발점이자 군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은 영화에 나온 그대로 남아 있어 반갑다.
수국이 곱게 핀 신흥동 일본식 가옥

비어포트는 군산의 새로운 명물로 걷기를 마치고 시원하게 한잔하기 좋다.

선유도 집라인은 바다를 시원하게 가로지른다


군산 탁류길과 선유도 가이드

군산 탁류길 코스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해망굴~월명공원~동국사~째보선창~군산근대역사박물관, 거리 7.5㎞, 2시간쯤 걸린다. 선유도 아름다움의 핵심은 선유도해수욕장이다. 짜릿한 집라인은 필수이고, 대봉전망대와 장자도 스카이워크 등을 걸어보자.

맛집

군산의 별미는 박대다. 박대는 참서대과 생선으로 말려서 구워 먹는 걸 최고로 친다. 선유도는 남도밥상(0507-1302-9832), 군산 시내는 일력생선(063-445-6445)이 박대구이 정식을 잘한다. 활어회는 선유도어촌계수산물센터의 고래포차(010-7511-1270)가 푸짐하다.

숙소

군산 시내에는 깨끗한 호텔과 모텔이 많다. 선유도의 선유도리조트(063-471-0999)가 깨끗하고, 장자도에 많은 펜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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