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웹 서비스 시작, 2015년 법인 설립으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테이폴리오는 건축가의 작품이자 지역성을 강조한 감각적인 숙박 시설을 중개하는 파인 스테이 플랫폼이다. 이미 숙소 정보를 찾는 데 능통한 여행자나 SNS ‘좀 한다’하는 이들 사이에서 25만 팔로워의 스테이폴리오는 셀러브리티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실제로 많은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가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휴가의 찬란한 한때를 SNS에 업로드한다. 지난해에는 B2B 상품으로 숙박 상품권 개념의 기프트 카드와 충전식 상품인 스테이 캐시 등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테크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AI챗봇 서비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또 ‘아만’, ‘호시노야’ 리조트 등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를 숙소 라인업에 추가했고,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서촌 한옥 재생 프로젝트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트렌드가 종횡무진하는 여행과 숙박업계에서 탁월한 심미안과 비즈니스 감각으로, 파인스테이 큐레이션이라는 전에 없던 장르를 개척한 스테이폴리오의 이상묵 대표가 창업할 당시 스마트폰으로 방을 예약하는 시스템의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남들보다 싸고 많이 파는 일에 몰두한 숙박 사이트 등이 대세였다. 혹자는 시장에 이미 숙박 플랫폼이 있는데, 도대체 왜 그 숙박업이냐고 묻곤 했다.
“저를 포함한 건축학과 출신이 직접 공간을 시공하는 것 외에 공간을 연결해 공유하는 분야에서 일하면 어떨지를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여행 전 좋은 숙소를 찾는 과정에 시간을 할애하는데, 절대적으로 이를 아낄 수 있는 큐레이션된 사이트는 없을까. 왜 안 만들까. 직접 해볼까. 이렇게 된 거죠. 공간에 관한 일반적이지 않은, 차별화된 경험을 팔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품을 출품할 때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듯, 의미 있는 작품을 엄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듯, 그렇게 가치 있는 공간을 연결해 플랫폼을 구상하게 된 거죠. 스테이와 포트폴리오를 합쳐 ‘스테이폴리오’ 라는 이름을 짓게 됐고요.”
아가 숙박이라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일을 상상하며 플랫폼 서비스를 출범했다. 머무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고, 여행할 지역을 정한 뒤 숙소를 찾는 기존의 여행 방식은 스테이폴리오를 거치며 바뀌어 갔다. 숙소를 여행 중 하룻밤 묵는 곳이 아닌, 가장 먼저 정하는 목적지이자 여행의 이유로 삼는 사람들이 늘었고, 스테이폴리오의 팬덤이 생겨났다. 스테이폴리오의 숙소 네트워크는 현재 500여 곳으로, 일본과 베트남 등지의 해외 숙소 100곳, 서울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 400곳이 있다. 특히 서울 스테이 대부분은 스테이폴리오 사무실이 있는 서촌 지역에 분포하는데, 이상묵 대표가 구현한 ‘수평적 호텔’에 기인한다. 호텔이라면 으레 수직으로 높다랗게 올라선 건물을 떠올리지만, 그 건축물을 평면에 뉘여 각 공간을 퍼트린 형태라면 어떨까. 객실은 마을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고, 컨시어지와 식당, 카페, 서점, 상점 또한 마을 곳곳에 자리한다. 이를 연결하니 하나의 호텔, 즉 수평적 호텔이 된다.
“직영 숙소는 35곳 정도입니다. 특히 서촌에 있는 스테이는 대부분 한옥이에요. 지역을 호텔로 보면, 각 숙소는 객실이고, 골목길은 엘리베이터 개념입니다. 사무실이 있는 서촌에서 자주 보는 숍의 주인장들과 친분을 쌓으며 협업하는 형태로 지역 브랜드와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요. 서촌에서 이름난 블렌딩 티 숍인 ‘에디션덴마크’에서 조식을 먹고, 책방이자 컨시어지를 겸하는 ‘한권의 서점’에서 서촌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는 식으로 여행하는 거예요. 지역성으로 콘텐츠 플레이를 시도하는 실험이라고 볼 수 있죠.”
최근에 싱가포르와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일본 웹사이트(stayfolio.jp)를 개설했고요. ‘코로나 시국’에서는 팬데믹보다 앞서서 비대면 서비스로 숙소를 운영했던 덕을 봤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전면 해제된 지금은 ‘그다음’을 준비하고 실행합니다. 예를 들면 미주나 유럽권의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어디로 갈까’ 하면서 스테이폴리오 앱을 켜도록, 그 앱이 제일 좋다는 평가로 인정받고 싶어요. 글로벌 파인 스테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스테이폴리오의 넥스트 레벨입니다. 다국어 서비스는 이미 제공하고 있고요. 거래액을 보면 10% 이상의 외국인 투숙객이 있고, 앱을 사용하는 외국인 유저가 점차 생겨나고 있죠.” 스테이폴리오를 경험한 이들은 감도 높되 일정하고 안정적인 공간과 서비스에 만족하며 다시 찾는다.
이상묵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그 공간을 찾아갔을 때오롯이 느끼고 충분히 경험하는 ‘와우 포인트’가 스테이폴리오의 핵심이다. 투숙객이 ‘뜻밖에’ 감동할 수밖에 없는 ‘반전미’만큼이나 공간과 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 역시 스테이폴리오의 강점이다. 항상성에 대한 생각에는 늘 ‘버전 업’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나온 말 중 ‘스탠드 얼론(stand-alone)’을 자주 쓰는데, 개별화된 것을 지향하면서 거대한 콤플렉스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동시에 갖췄다는 의미예요. ‘따로 또 같이’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200개 나라, 현지의 4만 개 숙소를 연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요. 스테이폴리오가 ‘숙소계의 미슐랭’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