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여름이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덥고 더 습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역대급 더위! 해가 뜨면 부채를 팔고, 비가 오면 우산을 파는 게 지혜다. 볕이 강하면 숲속은 더욱 시원하고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이 풍성해진다. 깊은 골을 찾고 싶다면 높은 산에 드는 게 방법. 우리는 민주지산을 찾았다.
이번 산행을 위해 IBK 충청지역에서 산을 좋아하고 즐겨 찾은 이들이 모인 ‘리틀계룡’이 떴다. 코로나 전에는 정기적으로 산에 올랐는데 한동안 산행을 못 해 인원이 줄었다고. 이제 코로나로 인한 제한들이 풀렸고 산행하기도 좋은 계절이니 다시 인원이 늘지 않을지.
“대전에서 가깝기도 하고 산도 좋아서 자주 찾았거든요. 좋아하는 후배들과 다시 올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채권관리팀 박종욱 팀장은 민주지산에 오고 싶어서 리틀계룡의 후배들에게 산행을 가자고 했다. ‘권유’라 쓰고 ‘꼬드김’이라고 이해하는 게 보통인데, 신기한 건 함께 온 후배들이 더 신나 보인다는 점. 같은 팀 곽재근 과장, 이재균 과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막내인 영업지원팀 이에녹 대리 역시 들뜬 표정이다.
들머리는 물한계곡이다. 전국에 산 깊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 많다지만 물한계곡 역시 빠뜨리면 서운하다. 장장 12km가 넘는 물줄기가 깊은 산골짜기와 계곡을 지나 마을을 통과하면서 장관을 만들어낸다. 우뚝한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물이니 수량이 풍부하다. 하지만 진짜 계곡미는 수량이 아니다.
볕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의 숲과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까 싶은 암반과 바위, 끝이 보이지 않는 소를 갖추어야 하고 때로는 수영장처럼 너른 암반 위를 흐르고 때로는 가파른 돌 사이를 굽이치면서 폭포수 소리를 내야 비로소 손에 꼽을 만하다. 물한계곡의 풍경들이다. 이즈음에는 숲이 드리운 그늘과 땀을 식히는 시원한 물소리가 좋다.
들머리는 물한계곡이다. 전국에 산 깊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 많다지만 물한계곡 역시 빠뜨리면 서운하다.
주차장에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산행 시작. 산행 코스는 물한계곡을 출발해 민주지산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석기봉과 삼도봉에 오른 뒤 안부로 내려와 다시 물한계곡으로 돌아오는, 부채꼴 모양의 원점회귀 코스다. 오르내릴 땐 계곡을 즐기고 능선에서는 조망을 즐기는 산행이다. 분명, 안내지도를 봤을 땐 그래 보였다.
“마침 ‘빅워크’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자연에서 마음껏 걸으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이날 산행은 기부를 겸한 산행이기도 했다. 산행일 당일 IBK에서는 ‘빅워크 : 2023 소중한 발걸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5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되는 ESG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임직원들이 걷거나 뛰면서 걸음을 적립해 목표를 달성하면 IBK 기부금을 더해 기부한다. 목표는 2억 400만 보. 목표를 달성하면 은행 기부금을 더해 총 4억 800만 원을 기부하게 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벤트인데, 지난해에는 200% 이상 달성했다.
물한계곡에서 민주지산까지는 약 4.5km로 급경사의 오르막은 많지 않지만 약한 너덜지대가 많은 편이다. 숲이 울창해 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게다가 거의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물소리가 들린다. 물론
마지막 몇 백 미터는 급경사이니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이 가깝다. 안부가 민주지산과 석기봉 사이이니, 민주지산에 올랐다가 다시 이 안부 삼거리를 지나 석기봉에 올라야 한다. 민주지산까지 100m, 석기봉까지 2.6km. 울창하던 숲에 동그랗게 구멍이 뚫리면 곧 정상이다. 1,241m 민주지산.
민주지산 정상에서 한숨 돌린 후에 곧바로 능선을 따라 출발. 점심은 석기봉에서 먹기로 한다. 서너 시 무렵 소나기 예보가 있었는데 하늘이 맑지만 멀리 먹구름이 조금 있다.
능선을 걷는 일은 능선에 오르거나 능선에서 내려가는 것에 비해 편안하다. 능선에서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고 자잘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긴장과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2km 남짓 걸어 다다른 석기봉. 민주지산 지리에 익숙한 박종욱 팀장의 제안대로 근처 정자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이미 단체산행객 무리가 있다. 삼도봉 방면으로 가다가 찾은 아담한 공간.
“이걸 어떻게 다 준비하셨어요. 산에서 이런 음식을 먹게 될 줄이야.”
“종가까진 아니지만 내가 맏이라 아내가 뚝딱뚝딱 잘 챙겨줘.”
“준비하신 분도 대단하시고, 이걸 배낭에 지고 온 이에녹 대리도 대단해!”
“맛있게 먹겠습니다!”
“응, 그래, 대신 남기면 안 돼.”
함께 폭소가 터졌다가 젓가락들이 일제히
분주해진다. 에너지 보충을 위한 부침개와 족발, 수분 섭취를 위한 도토리묵 오이무침과 참외를 비롯해 작은 깔개 두 장에 빈틈이 없다. 산행의 비결은 목마르기 전에 물을 마시고 배고프기 전에 먹는 거다. 배가 고파지려던 때에 휴식과 함께 든든한 점심을 먹었다. 산행의 원칙 또 하나. 그리고 비가 올 것 같으면 서둘러 이동하는 것.
발걸음이 빨라진다. 석기봉에서 삼도봉은 멀지 않다. 1km 남짓. 유명하기로는 전북, 전남, 경남을 나누는 지리산 삼도봉이 있고, 민주지산 삼도봉은 충북과 경북, 전북을 가른다. 알프스 몽블랑 정상의 눈이 녹아 동쪽으로 흐르면 스위스 남쪽이면 이탈리아, 서쪽이면 프랑스가 되듯, 삼도봉에 떨어질 빗방울이 동쪽으로 떨어지면 김천 부항천이 되어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우리가 오른 물한계곡으로 떨어지면 금강이 되어 서해로 흐른다. 전북 쪽으로 흘러도 무주남대천이 되어 금강이 된다. 무주가 워낙 산이 많아 그렇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삼도봉 정상에는 커다란 데크가 있어서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겠다.
“생각보다 높았어요. 올라갈 땐 숨이 턱까지 차더라고요. 근데 계곡 물소리, 울창한 숲이 참 좋았고, 앞에서 이끌어주신 팀장님, 저를 챙겨주신 과장님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곽재근 과장과 이재균 과장이 이에녹 대리의 ‘수훈’을 이야기하자 이 대리는 공을 돌렸다.
물한계곡은 물론 좋았다. 한여름에 도깨비처럼 스르륵 들어가 신선처럼 놀다가 구름처럼 사라지고 싶을 만큼 좋았다. 하지만 그림의 떡보다 내 앞의 강정 하나가 더 맛난 법. 멀리 떠날 수 있다면 유명한 계곡을 찾아도 좋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주변의 산을 찾아보자. 어디서나 산을 볼 수 있는 나라답게 시원한 계곡은 어디에나 있다. ‘리틀계룡’이 추천하는 충청권 계곡은 계룡산의 수통골이다. 그늘과 계곡도 좋고 입구의 맛집도 있으니 찾으실 계획이라면 문의하시길.
“비 소식 때문에 걱정했는데 무사히 산행을 마쳐 다행입니다. 14km가 짧은 거리는 아닌데 잘 마무리한 후배들에게 고맙습니다.” (박종욱 팀장)
덧붙임. 4명이 14km를 걸었으니 셈해 보자.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으나 2만 보는 훌쩍 넘기는 거리, 이날 ‘리틀계룡’의 이름으로 적립한 걸음 수만 약 10만 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