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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사람들

IBK산

덕유의 설경에 빠지다
10년 후의 우리를 위하여

글 · 서승범 사진 영상 · 이대원 영상편집 · 윤승현
고향과 학교, 동아리로 연을 맺은 이들이 설경이 일품인 덕유산에 올랐다. 구천동 굽이굽이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도착한 향적봉. 백두대간 하얀 능선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우정이 산줄기처럼 끝없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등산은 처음이지만 운동은 좀 합니다

연일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얼어붙은 설 연휴 첫날, 덕유산 자락의 삼공리에 4명의 IBK인들이 모였다. 겨울에 인기가 좋은 덕유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덕유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편안하게 오르거나, 한 발 한 발 애써 걸어 오르거나.

산에 오른다는 건 단순히 정상에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상의 높이를 경사로 나누고 보폭으로 쪼개어 내 발로 고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다. 잠시 눈꽃을 구경할 거라면 몰라도 산행을 한다면 곤돌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 삼공리는 무주구천동으로 유명한 구천동의 산행 들머리다.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까지 오르는 길이 8.5km 정도다.

오늘의 대원들은 평소 운동으로 우정과 체력을 다진 팀이다. 함께 산행에 나선 건 처음이지만 추운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몸을 푼다. 축구와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답게 스트레칭 또한 익숙하다. 입구에서 백련사에 오르는 6km는 완만한 산책로 같아서 오르면서 몸을 예열할 수 있기에 스트레칭을 간단히 마치고 출발한다. 겨울 덕유의 풍경 속으로.


이날 덕유산을 오른 IBK인들은
평소 운동으로 우정과 체력을 다져온 한 팀이다.
겨울산행의 시작은 제대로 된 방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오랜 운동으로 합을 맞춘 만큼 산행 전 스트레칭 또한 늘 하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백련사 오르는 길, 이들은 문득문득 장난을 쳤고,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거대한 육산의 넉넉함을 즐기는 길

덕유산은 이름에서부터 덕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거대한 암봉이 우뚝한 산세(이를테면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랄지)를 자랑하기보다 거대한 육산으로 사람들을 넉넉히 품는다.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고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위치가 남한의 백두대간 한가운데 있어 비와 눈이 많다. 임진왜란 때도 덕유산에 숨어든 이들은 안개에 가려 왜군이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사람을 살린 넉넉한 덕이 있는 산, 덕유산의 유래라고 한다.

이번 산행을 꾸린 하남공단기업성장지점의 양동현 대리는 설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 모임의 맏형인 황인남 대리는 서전주지점, 유일한 유부남으로 유쾌를 담당하는 정승균 대리는 익산지점, 모임의 막내인 이정욱 대리는 전주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결혼을 앞둔 양동현 대리는 고향인 전주를 자주 찾는다. 그래서 아주 익숙하게, 오랜 시간 자주 만난 친구들처럼 편안하다.

백련사까지는 길이 무척이나 편안하다. 간혹 차들이 다니는 포장도로와 산기슭에 산책하기 좋도록 만든 ‘어사길’ 중에 원하는 길을 걸으면 된다. 중간에 여섯 군데 다리가 있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걸어도 좋다. 우리도 어사길을 따라 걷다가 포장도로를 이용했다. 갈 길이 멀기에. 수다도 떨고 영상도 찍다 보니 백련사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두툼한 겉옷도 벗고, 간식도 챙겨 먹었다. 노래 가사처럼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모를 코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아도 얼굴을 보고 전하는 안부는 또 다른 법, 정승균 대리와 이정욱 대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고 있다.

백련사까지는 ‘구천동 어사길’과 포장도로를 골라 걸을 수 있다.
얼어붙은 계곡과 그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가 가득하다.

힘들지만 함께라서 힘들지 않다.


여기가 끝인 거야?

운동으로 다진 우정, 테니스도 치고 볼링도 함께 즐기지만 역시 스포츠는 축구! 하지만 축구는 축구고 등산은 등산이다. 격렬한 움직임과 휴식이 뒤섞이는 축구와 달리 등산은 느릿느릿한 걸음을 꾸준하게 반복해 격렬함에 이른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2.5km로, 출발 지점부터 백련사까지 걸은 거리에 비하면 반도 안 되지만 가파른 경사가 내내 이어져 우리의 숨과 멘탈을 축내는 코스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도, 허벅지가 천근만근이라 해도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 건 능선과 정상에 서야만 볼 수 있는 조망과 그 길을 걸어 오른 자만 느낄 수 있는 벅찬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다. 사소하게 보태자면,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기념 삼아 남기고 싶어서, 그리고 찬바람 부는 능선에서 뜨끈한 라면 몇 젓가락 뜨고 싶어서일 거다.

현실적으로 네 가지 목표 중에 가장 어려운 건 ‘정상석 인증샷’이다. 인증샷이란 자고로 다른 사람 없이 일행 혹은 단독으로 찍는 게 ‘국룰’이어서 정상석 앞에는 기다란 줄이 이어진다. 더구나 덕유산은 곤돌라를 타고 오른 이들도 설경을 구경하고 인증샷을 남긴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단 이야기는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했다.

“제가 먼저 가서 줄을 서 있을게요. 숨 고르고 천천히 올라오시죠.”
아, 멋짐이란 이런 것인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가 힘들면 다 힘든 법이다. 아직 정상이 보이지도 않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휴식을 자르고 일어나는 건 힘이 남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편하기를 바라서다. 황인남 대리가 그렇게 휴식 중간에 일어섰다.

앉아 쉬라고 만든 벤치에 누워 숨을 골라가며 겨우 도착한 정상. 역시나 정상석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니 적어도 40분은 기다렸을 줄인데, 우리에겐 황인남 대리가 있었던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건네는 동료들에게 황 대리는 다시 한번, 이번엔 약간의 허풍을 섞어 멋짐을 선사했다.
“여기가 끝인 건가. 더 오를 곳이 없는 건가.”

향적봉 오르는 길에 뒤돌아 만난 조망에 잠시 여유를 갖는다.
정상에서 바라본 산줄기. 때로 내려앉고 때로 솟구치며 끝없이 이어진다.


저 산줄기처럼 끝까지 함께 하자고!

인증샷을 찍었으니 이제 능선을 바라보며 조망을 즐길 일만 남았다. 짙은 녹음이 세상을 뒤덮는 여름보다는 하얀 눈이 골골샅샅에 내려 음과 양이 판화처럼 또렷하게 드러나는 겨울이 조망에는 제격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설악과 태백을 거쳐 온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줄기가 덕유산이다.

IBK의 젊은 네 남자와 함께한 산행은 참으로 즐거웠다. 합도 좋고 에너지도 좋아 함께 있으면 즐겁고 힘이 났다. 황인남 대리는 맏형으로 먼저 수다를 떨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필요할 땐 누구보다 먼저 나섰다. 모임의 ‘엄마’ 역할을 맡은 양동현 대리는 세심하게 모든 것을 기획하고 준비했고, 모임의 ‘미드필더’인 정승균 대리는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필요한 역할을 찾아냈다. 막내 이정욱 대리는 ‘막내가 없었으면 이 모임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막내 멤버의 역할을 해내 형들의 귀여움을 톡톡하게 받고 있었다.

산줄기 마루금은 골짜기로 내려섰다가 다시 봉우리로 올라서곤 하면서 이어진다. 이들의 우정 또한 그렇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힘차게 내년을 기약하는 IBK인들
무사히 하산을 마치고 다음 산행을 다짐(?)하며


덕유산 INFO
  •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 1로 159
  • 코스 구천동탐방지원센터~향적봉(8.5km, 편도)
  • 입산시간 하절기(4~10월) 오전 4시부터 15시
    동절기(11월~3월) 오전 5시부터 14시
  • 문의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063-322-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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