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지?” 미아의 물음에 세바스찬이 답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영화 <라라랜드>의 이 대사는 스윙재즈의 특성을 관통한다. 탭댄스는 1930년대 스윙댄스의 지류 가운데 하나인 린디힙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영화 <라라랜드>의 음악들은 신나고 자유분방하다.
차가운 밤공기가 가득한 서울의 한 거리. 어딘가에서 익숙한 재즈 음악이 들려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 걸어가니 한 건물의 지하로 이어진다. ‘탭댄스’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IBK버킷리스트 참가자들이 탭댄스를 배우게 될 현장이다. 시간이 되자 하나둘 탠댄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탭댄스 체험에 참가한 직원들은 모두 8명.
“참가 신청을 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취재진의 물음에 한 명씩 대답을 한다. 영화 <라라랜드>를 좋아하는 대학 동기와 함께 참가 신청을 하기도 했고, 3명의 동기들이 함께 참가신청을 하기도 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이 난 젊은 직원들은 발바닥에 금속이 붙은 탭슈즈가 신기한지 발을 이리저리 굴러보면서 소리를 냈다.
“이거 봐봐!”
어디선가 본 탭댄스 동작들을 흉내내고선 자지러지듯 웃는 직원들. 오늘의 체험이 무척 기대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진 수업.
“원, 투, 쓰리, 포!”
강사의 구령에 따라 박수를 치는 IBK인들. 탭댄스의 기초부터 배우기 위해 발을 구르기 전에 박수로 박자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탭슈즈 대신 손뼉을 치면서 박자를 나눠보는 연습이다. 직원들은 좀 전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탭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댄스’보다는 ‘탭’에 집중해야 한다. 춤을 춘다기보다는 스스로 악기가 되어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탭댄스다. 그래서 탭댄스는 다른 춤과는 달리 상체 움직임이 자유롭다. 몸의 무게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여주면 된다. 그래서 탭댄스는 발로 소리를 내는 몇 가지 스탭이 기본을 이룬다. 발바닥이 지면에 한 번 닿는 스탬프, 발의 앞면을 내려주는 볼 드롭, 뒷축을 들었다 내리는 힐 드롭 등이다. 이런 스탭들을 통해 복합적인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라구!”
입행 동기들은 쉬는 시간에도 서로의 동작들을 살펴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서판교지점 류승인 지점장은 잘못된 동작을 고쳐주었다. 십수 년간 다양한 춤을 즐겨왔다는 류승인 지점장은 간단한 동작 하나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그동안 다양한 춤을 배워왔는데, 탭댄스는 그 어떤 춤과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1시간 정도 수업이 진행되었을까? 이제 어느 정도 스탭을 밟을 수 있게 된 직원들은 음악에 맞춰 리듬을 즐기고 있었다. 커다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며 발을 구르는 것에 익숙해진 듯하다. 간혹 다리를 꼬는 동작에서 엉거주춤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그 열정만큼은 영화 속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자유롭게 연습을 하는 시간. 직원들은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대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는 장안동지점 김슬기 대리와 외환사업부 외환마케팅팀 김동희 대리는 함께 손을 잡고 춤추는 모습을 찍어달라며 류승인 지점장에게 부탁했다.
“한 번 더 해봐요!”
이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IBK인들은 어느새 스며들어 서로를 더 잘 찍어주기 위해 여러 번 영상을 찍었다.
“지점장님도 찍어드릴게요!”
직원들의 제안에 멋쩍은 듯 거절하던 류승인 지점장은 함께 찍자는 투자금융부 문화콘텐츠금융팀 정성희 부장의 제안에 함께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중년에 이른 그들이었지만 춤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막상 찍고 나니 욕심이 생겼는지 다시 한번 찍어달라는 류승인 지점장의 부탁에 직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다같이 음악에 맞춰서 춤 춰봐요!”
강사의 제안에 모두가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리를 잡는다. 왼쪽의 4명이 춤을 추고, 다시 오른쪽 4명이 춤을 춘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가 된 것처럼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며 마무리. 직원들의 열정적인 댄스로 한겨울밤의 추위 대신 자유로운 재즈의 선율과 탭슈즈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IBK인들의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던 저녁, 영화 <라라랜드> 속 세바스찬의 말처럼 때로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즐겁게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