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서 찾은
로컬의 멋
전통시장이 인기다. SNS에는 전통시장에 위치한 맛집과 카페, 팝업스토어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2024년 4월 기준, 인스타그램에 전통시장 관련 게시물이 총 11만 개나 검색됐다. 사진은 우리가 ‘전통시장’ 하면 떠올리는 올드한 느낌의 사진이 아닌 아기자기한 가게와 디저트들로 가득했다. 50~60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전통시장이 선입견을 탈피하고 MZ세대를 모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면서 우리는 쉽게 지나쳤던 일상에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됐다.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조차 힘들어지자 동네 주변 사소해 보이던 일상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즉, 동네 골목에서 ‘로컬’의 매력을 깨달은 것이다.
한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선정한 올해 여행 트렌드는 ‘초개인화 시대, 여행경험의 나노화’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내면서 변화된 부분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심신 치유와 일상의 여유, 감성 충족 등 자아 성찰적 여행이 주요 트렌드라고 소개했으며,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2023-2025)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통해 관광객의 1순위 여행 형태가 ‘현지 투어를 통한 현지 문화 접하기’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소상공인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시장별 일일 평균 유동 인구는 서울 약령시가 2만 5,490명, 경동시장 2만 1,98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부터 바(BAR)까지
없는 게 없다
로컬 여행에서 절대 뺄 수 없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최근 들어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가게를 열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MZ세대의 심리적 장벽도 낮아지고 MZ세대의 전통시장 방문 빈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방문 빈도를 비교해보면 2023년 서울 신당 중앙시장이 117%, 강원 강릉중앙시장이 70%, 서울 망원시장이 18%씩 상승했다. 이에 오랫동안 소비자를 잃어온 상인들은 스스로 시장을 찾아오는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대기업도 전통시장과 상생하기 위해 점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동시장에 자리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다. 1960년대 지어진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점포로 극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계단식 좌석을 만들었으며, 매장 정면에는 주문대와 제조대가 있어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 크레딧처럼 벽면에 주문 번호와 닉네임을 표시해 고객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선사한다. 같은 건물에는 LG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있다. 1985년 설립된 금성사가 선보였던 흑백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전시해 기성세대에게는 공감과 향수를 느끼게 하고, 폐가전으로 액세서리 만드는 체험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제주맥주는 광장시장에 ‘제주위트시장바’를 열었고, 카페 어니언은 광장시장 초입 60년 된 금은방을 개조해 노상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과 윈윈하는
전통시장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전통시장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팬데믹 동안 일상의 여유를 느끼게 됐고 이는 로컬을 찾는 계기가 됐다. 어릴 적 부모님과 전통시장에 방문해 간식을 먹고, 필요한 물건을 사던 추억을 떠올리며, 로컬에서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욕구가 늘어난 것이다. MZ세대 대부분이 데이트 명목으로 부모님과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유튜브다. 20~30세대가 시청하는 유튜브에 경동시장이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떡볶퀸’, ‘성시경의 먹을 텐데’, ‘홍석천 이원일의 천하일미’ 등 유튜버들이 다녀간 이후 젊은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로컬에 열광하는 MZ감성이다. 힙(신)당동, 힙(을)지로 등 지명 앞에 ‘힙’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중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광장시장은 세월이 풍기는 특유의 감성을 무기로 젊은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난다는 것은 ESG 관점에서도 유리하다.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등이 전통시장에 점포를 내면서 전통시장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를 단순 유행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추억과 재미가 담긴 곳으로, 이 가치를 중심으로 섬세한 마케팅을 한다면 전통시장은 지금보다 더 추억이 가득한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