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컬쳐

요즘, 시선

회사를 ‘나답게’ 다니자

‘펀임플로이먼트+프리터족’

글 · 편집실
참고 · 「라이프 트렌드 2024」,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자료

취업이 필수였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가꾸는
펀임플로이먼트와 일자리에 메여있지 않은 프리터족이 유행이다.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실직과 아르바이트가 긍정적 기회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 #펀임플로이먼트
  • #프리터족
  • #아르바이트

실직이 기대되는 순간
‘임플로이먼트’

헤아릴 수 없는 직장인의 수만큼 직장을 대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도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계발의 공간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단순히 돈 버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취업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옛 세대와 달리 요즘 MZ세대 직장인 4명 중 3명은 ‘조용한 퇴사’를 하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퇴사’는 회사를 관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 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여기에 이직할 회사를 찾아보는 것까지 퇴사 범위에 포함된다. 과거, 잘릴까 봐 두려워 회사에 열과 성을 쏟던 세대들과 달리 퇴사를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삼으며, 미래를 위한 터닝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다.
IMF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30세대는 실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있지만, 회사를 인생의 필수조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와 본인의 삶을 분리해 바라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시선들이 펀임플로이먼트를 탄생시켰다. 재미(Fun)와 실직(Unemployment)을 합친 단어인 펀임플로이먼트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사회현상뿐 아니라 SNS 유행과도 관련 깊음을 알 수 있다. SNS 속 업로드되는 자기 모습을 더 멋있고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 카메라 뒤의 모습은 숨긴 채 여행과 맛집 투어 등으로 행복을 과시하는 것이다. SNS에 업로드되는 것은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팍팍한 현실과 살짝 떨어져 위안을 구하고, 하트와 댓글을 보며 버틸 힘을 얻는다.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논다
‘자발적 프리터’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는 펀임플로이먼트와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자발적 프리터다. 기존 사회용어로 사용되던 프리터에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었으나, 최근 단어 앞에 ‘자발적’이 붙으며 긍정적 의미로 변모했다. 자발적 프리터는 자유(Free)와 노동자를 뜻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er)가 합쳐진 말로 과거, 취업 대신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던 이들이 이제는 본인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청년 취업자 400만 5,000명 중 26%가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졸업 및 중퇴, 수료 등의 이유로 학업이 종료된 청년층이 약 46.9%에 달했는데 그중 74.5%가 주 36시간 미만 근무하는 직장 조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청년 상당수가 정규직이 아닌 직장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고정적인 출퇴근 시간,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에 얽매이는 정규직보다 임금은 적더라도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고 언제든지 마음 편히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는 파트타임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이 요즘 청년들의 가치관이다.
이러한 가치관이 늘어난 배경에는 경기침체로 입구가 좁아진 대기업 신입 공채와 직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탄생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루 3~4시간 근무 후, 남는 시간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등 다양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꾸려나간다.

나를 나답게 하는
마음가짐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쇼츠 등 온라인에서도 인기다. 2030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 중 틱톡을 예로 들면 대퇴사를 뜻하는 #Greatresignation가 2억 7,500만 회, 조용한 사직을 뜻하는 #quietquitting가 8억 2,000만 회 언급됐다. 틱톡 속 영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실직자가 유쾌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꾸며진다. 이는 실직자뿐만 아니라 재직자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실업자에게는 공감을, 재직자에게는 대리만족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인터넷을 하며 자라온 MZ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세대와 민족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한 우물만 파기보단 다양한 도전에 뛰어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퇴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족은 퇴사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어쩌면 퇴사를 종용하는 단어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인생을 헤쳐나가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일뿐, 퇴사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조건은 아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전전긍긍하며 회사 업무에 속앓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은 쫓긴다고 생각할수록 조급해지고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와 같은 단어를 방패 삼아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업무에 몰두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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