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통기타와 만나다
강남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태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야기 터 휴(休). 이곳에는 박종구 회장 부부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있다. 통기타를 좋아하는 박종구 회장은 현재 혼성 트리오를 결성해 매주 목요일마다 연습하고, 행사가 있을 때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등 즐거운 음악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통기타를 처음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의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 집안 사정으로 형, 동생에게 대학 입학을 양보하게 되었어요.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저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독학으로 기타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이 참 멋있어 보이더군요. 그리고 통기타는 기타 실력도 중요하지만 노래도 잘해야 해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던 제 성향에 잘 맞는 악기였죠.”
좋아하는 통기타였지만 젊은 시절에는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철강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가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인정받았지만 ‘내 사업’에 대한 열망이 있던 그는 1984년 2월,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지금의 대한철강이었다. 대한철강은 철강의 여러 품목 중 냉연 강판을 전문으로 가공 판매하는 철강회사다. 냉연 강판은 산업의 쌀이라 할 만큼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철강 재료로, 자동차, 전자, 전기, 가구,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 소재로 쓰이고 있다.
아내와 데이트할 때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어요. 우리 부부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개체죠.
결혼과 함께 다시 꽃핀 나의 음악 인생
박종구 회장 삶의 변곡점에는 항상 아내인 김연선 대표가 있었다. 냉연 강판을 취급하는 대한오케이스틸㈜을 이끄는 김연선 대표는 현재 남편과 함께 이야기 터 휴를 꾸미는 데 푹 빠져 있다. 남편이 트랙터 등의 장비를 활용해 공간을 정비한다면 김연선 대표는 꽃씨를 뿌리고 화단을 가꾸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미생활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김연선 대표.
“결혼할 때 아내가 혼수로 뜻깊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당시 최고의 브랜드로 손꼽히는 오디오 제품과 기타를 마련해준 거죠. 젊은 시절에 노래방이 한참 유행이었거든요. 아내와도 데이트할 때 노래방을 자주 갔어요.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듀엣으로도 노래를 자주 불렀어요. 우리 부부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개체죠.”
이때를 계기로 박종구 회장은 다시 통기타를 잡았고,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트리오의 두 멤버도 이곳에서 인연을 맺었다.
“5년 정도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만난 두 명의 후배가 있어요. 그때도 나를 잘 따랐는데 지금까지 함께 음악을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웃음). 사실 기타를 치면서 목마른 부분이 있었거든요. 바로 리드기타와 보컬이었어요.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만큼 실력이 좋은 후배들이어서 자연스럽게 트리오를 결성하게 됐어요. 목요일 저녁만 되면 퇴근하고 여기 모여서 저녁을 같이 먹고 밤 10시까지 연습을 합니다.”
박종구 회장이 즐기는 통기타 분야는 팝이나 가요를 기타 치며 노래하는 포크송 대중가요다. 좋아하고 자주 연주하는 곡은 John Denver(존 덴버)의 <Today>, Cliff Richard(클리프 리처드)의 <The Young Ones>, 이광조의 <나들이>, <젊은 연인> 등이다.
사람이 모이고, 예술이 꽃피는 이야기 터 휴(休)
박종구 회장이 이야기 터 휴로 오게 된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 전원생활을 먼저 시작한 것은 박종구 회장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고 가꿔 나가기 시작했다.
“2009년도에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전원생활을 하려고 시골 산골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자연의 힘이 대단한지 한 달 정도에 걸쳐서 차츰차츰 건강이 좋아졌죠. 원래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으로 시작했어요. 아내는 집과 이곳을 오가며 주말부부로 살다가 아예 거처를 옮겼죠. 점점 이곳에 애정을 느끼는 것 같더군요.”
이후, 인접한 부지를 차츰 매입해 나가며 지금의 이야기 터 휴가 완성되었다. 300평으로 시작한 공간은 현재 2~3만 평까지 넓어졌다. 하나뿐이던 숙소도 8개까지 늘어났다.
“지금의 이야기 터 휴가 있기까지는 아내의 몫이 큽니다. 이야기 터 휴에 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한다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는데, 커피 맛이 아주 좋습니다(웃음). 제가 생활해 보니, 전원생활은 부부의 마음이 잘 맞아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꽃과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 되면 시 낭송대회, 캘리그라피 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박종구 회장 부부를 포함한 이야기 터 휴의 멤버들이다. 주말이 되면 7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에 모이는데 주축이 되는 멤버 중 한 명이 커피시인으로 유명한 윤보영 시인이다. 이야기 터 휴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리는 윤보영 시인과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는 박종구 회장. 실제로 그동안 열린 다양한 행사는 윤보영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하얀 눈이 쌓인 듯 핀 구절초 축제가 유명한데, 올 6월에는 그동안 정성껏 심은 수국을 활용해 수국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이야기 터 휴는 박종구 부부에게 삶의 활력소이자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지고 모이는 공간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곳을 자연 속에서 예술을 영위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나갈 예정이다.
“아직 이야기 터 휴의 쓰임이나 활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재밌게 살아가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해 계속 이야기 터 휴의 멤버들과 함께 고민하고 다양하게 시도하며 이야기 터 휴를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터 휴(休)>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태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야기 터 휴(休)는 박종구 회장 부부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자 시와 그림,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목요일 저녁마다 박종구 회장의 통기타 트리오가 모여 연주하고, 주말이면 이야기 터 휴 멤버가 모여 꽃과 나무를 가꾸고 예술 활동을 영위한다. 이외에도 시 낭송회와 캘리그라피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수국축제, 구절초축제 등 계절 축제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