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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국내)

10억 년 동안 바람 막아준
서풍받이를 찾아서

인천 대청도

글 · 사진 진우석

북한 황해도 주변에 자리한 서해5도 섬 중에서도 대청도는
산이 높고 수려한 해변을 품어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대표 명소는 서풍을 막아주는 바위인 ‘서풍받이’다.
대청도가 생긴 10억 년전부터 지금까지 섬으로 부는 매서운 바람을 막아준 고마운 존재다.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옥죽동 해안사구,
지질 명소인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와 풀등 등 대청도가 품은 신비로운 자연을 즐겨보자.

  • #대청도
  • #서풍받이
  • #농여해변

343m 높이의 대청봉 최고봉인 삼각산과 눈을 맞추니 마음이 콩닥콩닥 뛴다.

어선들이 정박한 대청도 선진포항. 대청도는 어업을 주 산업으로 한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의 매력

부슬부슬 인천항 여객터미널을 적시던 비가 서서히 그친 어느 오전 7시 50분. 인천항을 출항한 하모니플라워호가 서쪽에 닿을수록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갑판에 나와 넓게 열린 파란 하늘을 보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하모니플라워호는 소청도에 몇 사람을 내려주고 뱃머리를 대청도로 옮긴다. 갑판에 나와 구경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대청도를 바라본다. 343m 높이의 대청봉 최고봉인 삼각산과 눈을 맞추니 마음이 콩닥콩닥 뛴다. 약 3시간 20분의 항해 끝에 대청도 선진포선착장에 뱃머리가 닿았다. 어선들이 제법 많은 항구와 옹기종기 모인 주황색 지붕이 정겹기만 하다.

서해5도는 북한 황해도 주변에 자리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5개의 섬을 일컫는 단어다. 그중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는 가까이 있어 서로 자주 비교되는데 ‘백령도는 먹고 남고, 대청도는 때고 남고, 소청도는 쓰고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백령도에는 너른 들이 있어 쌀이 남아돌고, 대청도는 산이 높고 숲이 우거져 땔감이 많고, 소청도는 황금어장 덕분에 돈을 쓰고 남는다는 뜻이다.

대청도의 대표 명소는 서풍을 막아주는 바위, 서풍받이다. 거리 3.5㎞, 1시간 30분쯤 걸리는 서풍받이 트레킹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서풍받이만 걷는 게 아쉽다면, 삼각산을 연결해보자. 장쾌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두 곳을 엮어서 흔히 ‘삼서트레일’이라고 부르는데 삼각산의 ‘삼’과 서풍받이의 ‘서’를 따 붙인 이름이다. 삼각산 트레킹은 거리 3.5㎞로, 넉넉하게 2시간쯤 걸린다.

삼각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매 동상이 선 매바위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해안 쪽을 보면, 서풍받이 앞의 수리봉이 매의 머리, 서풍받이가 왼쪽 날개, 모래울 해안이 오른쪽 날개 형상이다. 안내판에 나온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분쯤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능선 위의 매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보면 서풍받이에서 사탄동까지 대청도 남서부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각산 트레킹의 출발점인 매바위. 매 동상이 늠름하다.

대청도 최고봉 삼각산 거쳐 서풍받이로

호젓한 숲길과 암릉 구간을 지나면 나무 덱이 깔린 정상을 만난다. 정상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북쪽 농여해변에는 길게 풀등이 드러났고, 그 뒤로 백령도가 보인다. 백령도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곳이 북녘 황해도 땅이다. 남동쪽으로 소청도, 남서쪽으로는 가야 할 서풍받이가 한눈에 잡힌다. 정상에서 서풍받이 방향으로 40분쯤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광난두정자각을 만난다. 여기가 서풍받이 트레킹 입구다.

서풍받이 트레킹은 광난두정자각에서 출발해 서풍받이와 마당바위를 찍고 오는 왕복 코스다. 정자각에 오르면 두 개의 뿔처럼 튀어나온 봉우리와 그사이에 자리한 서풍받이 전망대가 보인다. 정자각에서 내려오면 해병할머니 무덤이 나온다. 해병 장병들에게 아낌없이 베푼 할머니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에서 묘비를 세웠다고 한다.

우렁찬 파도 소리 들으며 해안 쪽으로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진행 방향은 오른쪽 길로 가서 왼쪽 길로 나오게 된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바람이 휘몰아치는 서풍받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 양쪽으로 보이는 약 80m 높이의 눈부신 흰색 규암이 서풍받이다. 가히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절벽이 부럽지 않은 절경이다. 섬이 탄생한 10억 년 전부터 섬으로 몰아치는 서풍을 온몸으로 받았다니, 고맙고도 든든하다. 전망대 앞은 널찍한 잔디밭이다. 바람이 드센 이곳에는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 잔디밭 뒤로 멀리 삼각산이 우뚝하다.

전망대에서 언덕을 오르면 서풍받이 트레킹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닿는다. 여기에 하늘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작은 바위섬인 대갑죽도가 잘 보인다.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대갑죽도를 바라보면서 고기잡이 나간 가족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고 한다.

하늘전망대에서 내려와 숲길을 지나면 마당바위에 닿는다. 마당바위는 이름처럼 널찍한 바위 지대로 바다건너 소청도가 잘 보인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이름 없는 해변을 만난다. 타조알처럼 큰 돌이 해변에 널려 있다. 잠시 해변에 발 담그며 한숨 돌린다. 산행의 피로가 파도에 씻겨 나가는 듯하다. 다시 출발해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앞에서 만난 갈림길을 만나고, 광난두정자각에 닿으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널찍한 전망 데크가 자리한 삼각산 정상
서풍받이 앞의 잔디밭. 바람이 심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뒤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삼각산이다.
농여해변은 썰물 때 장대한 풀등을 자랑한다.

지질 명소 농여해변과 옥죽동 해안사구

대청도 북서쪽의 옥죽동에는 ‘옥죽동 처녀들은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을 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해안의 모래가 마을까지 들이쳤다. 모래는 마을 뒷산에 해안사구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축구장 60개 규모였는데, 방풍림을 심은 이후에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어린왕자가 여우를 안고 있는 포토존이 있고, 거대한 모래언덕을 내려다볼 수 있다. 모래언덕 한가운데 쌍봉낙타 동상이 있어 마치 고비사막이라도 온 느낌이다.

옥죽동에서 서쪽으로 500m쯤 가면 농여해변을 만난다. 농여해변의 대표 지질 명소인 나이테바위에는 모래가 쌓여서 생긴 사암과 점토가 만든 이암이 반복적으로 층을 이룬 신기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나이테바위에서 해변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농여해변에서 꼭 살펴봐야 할 게 풀등이다. 썰물 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풀등이 드러난다. 물결 무늬의 장대한 풀등은 백령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간다. 시나브로 해가 저물며 풀등을 붉게 물들인다.

농여해변의 지질 명소인 나이테바위
장대한 풀등과 바다가 붉게 물드는 농여해변의 일몰
  • Tip대청도 가이드

대청도는 트레킹으로 둘러보는 게 좋다. 삼각산과 서풍받이를 연결한 ‘삼서트레일’을 추천한다. 지질 명소인 농여해변과 옥죽동 해안사구 등을 함께 둘러보자.

교통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07:50(하모니플라워호), 08:30(코리아킹호), 12:30(코리아프린세스호) 등 1일 3회 운항. 약 3시간 20분 소요. 선진포선착장-서풍받이, 마을버스 타고 광난두정자각 하차. 인천항 여객터미널 1599-5985.

숙소

대개 단체 관광객을 위한 숙소지만, 개인이 이용해도 괜찮다. 아가페펜션(010-3899-1146), 엘림펜션(032-836-5997), 하늘민박(032-836-2588) 등이 괜찮다.

맛집

바다식당(032-836-2476)은 홍어회를 잘하고, 섬중화요리(032-836-2121)는 해산물이 들어간 중국요리가 좋다. 돼지가든(032-836-2010)은 간재미탕과 백반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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