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패밀리

IBK산

오랜만의 산행으로
오랜 인연을 다지다

도합 경력 200년, 운악산에서 추억 만들기
글 · 서승범   사진 · 영상 · 이대원   영상편집 · 윤승현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은 저만치 물러났지만,
이리 오래 이어질 줄 몰랐던 인연은 지금까지도 애틋하다.
어느새 바람이 선선해졌고,
오랜만에 산행 한번 하자며 오랜 인연들이 운악산에 모였다.
하늘은 푸르렀고, 웃음소리는 쨍했다.
이미 두툼한 추억을 지닌 이들은 ‘추억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 #운악산
  • #추억만들기
  • #현등사
산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

‘경기오악’ 운악산에 오르다

여름과 겨울이 길고 혹독해지면서 봄과 가을이 귀해졌다. 놓치기 아까운 날씨는 바람처럼 지나간다. 이 계절 놓칠세라 배낭 꾸려 가평에 모인 IBK인들이 있다. 평균 경력 30년, 일곱 멤버의 근속연수를 더하면 200년을 훌쩍 넘기는 내공 가득 IBK인들의 선택은 운악산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커피를 마시면서 안부를 주고받고 있던 양주고읍지점 조현주 지점장을 만났다.

“저희는 30년 인연이에요. 경기북부 지역에서 만났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오래됐죠. 거의 가족 같아요. 그래도 산에 오르는 건 거의 처음 아닌가 싶네요. 옛날 추억도 되살려보고, 언젠가 되돌아볼 추억도 만들고 싶어서 ‘추억 만들기’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예전에도 함께 산행한 적은 있다. 예전, 그러니까 의지와 상관없이 다 같이 모여 산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이 좋은지 알지 못했으나 업무의 연장처럼 산을 찾았고, 힘들게 정상에 올라서야 ‘이래서 등산하는구나!’ 했던. 이제 시간이 흘러 그 즐거움을 느끼고자 다시 들머리에 모였다.

포천지점 김명희 팀장과 송우지점 박현희 팀장은 말 그대로 경기북부이고 장위동지점 김정희 팀장과 회기역출장소 장희화 팀장은 서울 동북부이니 경기북부와 가깝다. 방배중앙지점 최미정 지점장과 홍대역지점 한은영 팀장은 지역은 멀어졌지만 늘 가깝게 지내고 있다.

오늘은 특별한 멤버가 초대되었다. 정동원 전 지점장. 2023년에 퇴직했지만, 여전히 IBK산악회 고문을 맡을 만큼 산 전문가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 ‘추억 만들기’ 멤버들이 가이드를 부탁해 전날 IBK산악회 산행을 마치자마자 운악산으로 달려왔다.

운악산은 오르면 힘들어서 ‘악’ 소리가 난다는 ‘악산’으로 유명하다. ‘경기오악’은 서울의 관악산, 가평의 화악산, 파주의 감악산, 북한 개성의 송악산과 더불어 이 운악산을 가리킨다. 그저 ‘악’ 자가 들어간다고 꼽았을까, 그만큼 산세가 아름답고 주변의 풍경이 좋다는 뜻이다. 게다가 운악산은 경기오악 가운데 으뜸이라 ‘작은 금강(소금강)’이라 불렸다. 운악에 오르면 동쪽으로 연인산-명지산 산줄기와 서쪽으로 포천 시내가 보인다. 이제 올라가 보자!

현등사 입구에서 추억을 남깁니다.
등산 초입! 아직은 쌩쌩한 IBK인들!

출렁다리에 가득한 가을

운악산의 인기를 보여주듯 선선해진 일요일 아침 운악산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오르는 길은 동쪽에서 오르는 코스와 서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가 고른 길은 동쪽, 출렁다리와 현등사를 거쳐 능선에 올라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현등사까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현등사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암반 오르막이 나오면서 경사가 가팔라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운악산 오름길 중에서는 그나마 ‘악’ 소리가 덜 나는 코스다. 본격 하드 트레킹을 원한다면 서쪽 들머리를 이용해 만경대에 오르면 된다.

“천천히 가요, 이야기도 하면서. 얼굴 보고 풍경 보러 왔지 훈련하러 온 거 아니잖아요. 그래야 탈도 안 나고 다음에 또 오지 않겠어요?”

오늘의 산행 대장을 맡은 정동원 전 지점장의 조언이다. 특히나 운악산 같은 산에서 명심해야 할 산행의 원칙이다. 추억 만들기 멤버들 역시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오른다.

운악산 명물 출렁다리. 만들어진 지 1년 조금 넘은 새 명소로 길이는 210m 정도다. 운악의 절경과 가을의 파란 하늘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 조현주 지점장과 최미정 지점장 그리고 한은영 팀장과 박현희 팀장 모두 탄성을 감추지 못한다.

“우와! 저 하늘이랑 구름 좀 봐. 저기 서봐, 그렇지. 너무 좋은데? 인생 사진이다. 아흐, 무섭습니다, 으아아.”

“제가 잘 붙잡고 가겠습니다. 지옥까지라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하하.”

조현주 지점장을 꽉 잡고 가는 박현희 팀장의 너스레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오늘의 산행 루트를 확인합니다.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
함께라면 출렁다리도 무섭지 않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함께 헤쳐나갑니다.

30년 전, 그땐 그랬지

평균 근속연수 30년. 시간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젠 ‘과거’가 아니라 ‘역사’에 가까운 ‘IMF’라 부르는 외환위기가 1997년에 있었고, 그 몇 년 전인 1993년에는 금융권에서는 혁명과도 같았던 금융실명제가 있었다. ‘혼돈의 카오스’를 거쳐 현재에 이른 역전의 베테랑들이다.

“금융실명제는 정말 하룻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어요. 경력도 많지 않은 입장에서 혼란스러웠는데, 선배들이 방향을 잘 잡아주셔서 견뎠다고 생각해요.”

한은영 팀장의 말마따나 어렵고 힘든 시기를 헤쳐온 IBK의 발자취에는 이들의 땀이 배어 있다. 아마도 어려움의 시기를 잘 극복한 인내가 있어서 지금의 만남이 더 반갑고, 이 산행이 무척이나 즐거운 것 아닐까.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면서 흙길은 암반이 되고, 암반에 로프와 스테이플러침 같은 받침대가 박히기 시작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능선이 가까워졌다는 뜻. 하지만 체감거리는 이정표상의 거리와 달리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 나타난 능선엔 시원한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한다. 정상 조금 못 간 지점, 남근바위가 보이는 곳에 커다란 데크가 있어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산행할 땐 조그만 배낭들이었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아 맞다, IBK 경력만 수십 년이 아니다.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가. 뭐 그냥 대충 챙겨왔다는 메뉴가 깻잎전이고 동그랑땡이고 문어숙회고 닭똥집 튀김이고 충무김밥이고 알타리다. 단단한 무에 제대로 맛이 든 알타리는 눈이 질끈 감기거나 번쩍 뜨이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배부르게 먹은 만큼 정리는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하게 한다.

든든히 배를 채우니 정상이 금방이다. 운악산 비로봉. 정상의 풍경은 나무에 가려 탁 트이지 않지만, 능선에서 내내 볼 수 있다. 짙은 녹색의 산줄기가 가을 햇살에 선명해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보게 만든다. 이 맛에 산에 오지, 싶다. 추억 만들기 팀이라면 점심상에 펼쳐질 메뉴도 한몫하겠다.

IBK인들을 반겨주는 운악산의 풍경

산하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운악산의 추억이 되살아나 산을 찾게 될 듯하다. 산이 좋아선지, 함께한 사람들이 좋아서인진 모르겠지만.


변함없을 우리들의 ‘10년 후’

오랜 인연들과 가을을 맞으러 나온 산행이지만, 주말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인터뷰할 때는 모두 가족에게 다음엔 함께 오자며 인사를 남겼다.

“오랜만에 산에 오니까 힘들긴 한데, 정말 좋네. 다음에는 꼭 같이 오자!”

내려오는 길, 아까 우리가 올라온 길 맞냐며 가파른 암반을 내려오면서도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말로는, ‘힘들어서 다음 산행을 기약할 수 없겠다’라고 말하지만, 산하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운악산의 추억이 되살아나 산을 찾게 될 듯하다. 산이 좋아선지, 함께한 사람들이 좋아서인진 모르겠지만.

“아마 10년 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반갑고, 함께 하면 깔깔깔 즐겁고. 그럼 됐죠. 다른 게 뭐 더 필요할까요?”

정상을 코앞에 두고 찰칵!
손하트와 함께 정상을 만끽합니다.

운악산 INFO

  • 주소경기 포천시 화현면, 가평군 조종면
  • 입산
    시간
    자유
  • 코스운악산 입구 - 출렁다리 - 현등사 - 절고개 - 정상
    (원점회귀, 약 6.8km)
  • 문의운악산관광안내소 070-7719-7763

등산로 구간별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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