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에 가신 적이 있나요
선운산은 대중가요에도 나온다. 정확하게는 ‘선운산’이 아니라 ‘선운사’다. 선운사도 아름답다. 전주에서 가까운 모악산의 금산사와 더불어 전라북도의 제일로 꼽히는 사찰이다. 좋은 절은 아름다운 산에 깃드는 법이라 선운산과 모악산 또한 산을 좋아한다면 지나치기 어렵다. 동료들과 함께 오르는 첫 산으로 선운산이 제격이다.
긴 여름이었다. 지독하게도 더웠던 여름 탓에 30도만 돼도 “이제 좀 선선하니 살 만하네”가 절로 나오는 여름의 끝, 8월의 마지막 날 선운산 입구에 IBK인 여섯 명이 모였다. 모임의 이름은 ‘호동’, ‘호남의 동기들’이란 뜻이다. 2020년 하반기에 입행한 동기가 200명 정도인데, 그중에 호남 출신은 이 여섯이 전부여서 처음 만날 때부터 끈끈했다. 고향 이야기든, 음식 이야기든, 야구 이야기든.
2020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 코로나19. 코로나19 때문에 채용도 미뤄지고 집합 제한으로 인해 비대면 연수를 해야 했지만, 사람 사이 친분이란 어떤 상황에도 방법을 찾아 쌓이는 법. 그때 만난 인연이 ‘호동’으로 뭉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희는 못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보려고 해요. 자주 볼 때는 1, 2주에 한 번 모일 때도 있습니다. 주로 간단한 여행을 하고 여행지 근처의 맛집을 가죠.”
어지간한 여행지에서는 산이 보이기 마련이고, 큰 산은 근사한 여행지를 품은 경우가 많아서 산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이번 산행을 기획한 전주서신동지점 박정규 대리는 이번 산행도 여행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IBK산> 유경험자인 서광주지점 이재우 대리는 무등산의 경험을 살려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함께 등산하는 IBK인들에게 알려줬다. 나주혁신도시지점 염수지 대리와 정읍지점 류혜림 대리는 <IBK산> 역사상 가장 작은 ‘배낭’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완주산단지점 양승환 대리와 하남공단지점 김동석 대리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들뜬다며 웃었다.
우리들의 첫 산행
“저희 호동이들은 첫 산행지로 선운산을 선택했습니다. 오르는 게 어렵지 않지만, 조망이 좋아 산에 입문할 때 좋기 때문입니다.”
박정규 대리의 말처럼 선운산은 등산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산이다. 절반 이상이 평탄한 산책로처럼 이어져 산을 오른다기보다 산속을 걷는다는 느낌이어서 산과 친해지기 좋다. 더구나 선운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어 서두르지 않고 산행하게 된다.
행여 내내 밋밋한 걷기로 짜릿한 맛을 느끼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솔암에서 용암굴 거쳐 낙조대에 오르는 길은 길지 않지만, 허벅지에 힘을 줘야 한다. 모든 산행의 필수 코스이자 첫 단계는 스트레칭. 산이 위험해서 탈이 나는 게 아니다. 방심하면 꼭 탈이 난다. 스트레칭은 몸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마음도 준비하게 된다. 낮은 산이라도 스트레칭은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출발 전에 잠시 살펴볼 게 있다. 몸을 푼 공터 바로 옆, 개울 건너로 천연기념물(제367호)인 송악이 있다. 지금은 녹음이 무성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잎이 지고 난 늦가을이 되면 절벽에 뿌리를 박은 거대한 송악을 만날 수 있다. 송악은 늘 푸른 덩굴식물이다. 다른 나무들 잎이 지는 시월이 되면 짙은 녹색의 꽃을 피운다. 절벽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 그 크기로 미루어 수령이 적어도 수백 년이라고 추정한다.
개천을 따라 걸으면 선운사가 근처고, 걷기 좋은 길을 따르다 보면 곧 도솔암이다. 선운산은 옛날 도솔산으로 불렸다.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오랜 주민들은 도솔산으로 부른다. 암자지만 절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규모는 큰 편이다. 다만 거대한 암반 위에 자리하고 있어 등산로에서 300계단 정도를 거친 숨 몰아쉬며 올라야 해서 우린 곧바로 용문굴을 향했다.
도솔암에서 용문굴까지는 600m 정도 되는데 지금까지 걸었던 길에 비하면 경사도가 ‘어마어마’해서 마음을 조금 단단히 먹어야 그나마 쉽게 오를 수 있다. 굴이라기보다는 바위로 만든 문인데, 딱히 이정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내가 용문굴이다.” 말하는 것처럼 생겼다. 그래 이 정도면 용이 오를 수 있겠다 싶다. 안쪽 그늘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들이 우리를 보고 바나나를 건네신다. “젊은 사람들 산에 다니는 게 보기 좋다.” 말씀하시면서.
앞으로의 나날들을 축하해
용문굴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곧 능선에 닿는다. 낙조대인데, 진짜 전망대는 능선 서쪽으로 조금 가면 따로 있다. 물론 능선에서 봐도 동서의 조망이 좋다. 숨돌릴 것도 없이 조금만 더 가면 천마봉이다.
해발 284m의 천마봉은 선운산 주봉은 아니지만 기다란 선운산 자락의 봉우리 가운데 낙조대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좋은 봉우리다. 주봉은 수리봉 혹은 도솔봉으로 산자락 북쪽에 있어 종주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물론 우리는 입문하는 날이라 천마봉만 오르기로 한다.
천마봉에 오른 기념으로 사진과 영상도 찍고 바나나도 먹으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류혜림 대리다.
“안녕하세요. 정읍지점 류혜림 대리입니다. 애정하는 사람들과 이런 멋진 풍경을 봐서 정말 좋고요, 저 10월에 결혼합니다.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일도 가정도 놓치지 않는 멋진 IBK인이 되겠습니다.”
“사실 이번 산행도 혜림 대리 결혼하기 전에 뭔가 기록을 한번 남기자는 마음으로 계획했습니다.”
“물론 결혼해도 계속 만나겠지만 이런 기회에 모이면 좋잖아요. 우리 호동이들 은퇴할 때까지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박정규 대리와 김동석 대리도 산행 소감을 전한다. 근사한 첫 산행이었다. 낙조대에서 보는 노을도 궁금했고, 늦봄의 선운사 동백꽃도, 가을의 송악과 상사화도 궁금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그래야 다시 올 테니까.
근사한 첫 산행이었다. 선운사의 송악과 상사화도 궁금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그래야 다시 올 테니까.
다음 산행은 어디로 가 볼까?
함께 한 산행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우리들의 이야기가
참, 이번 산행에서 영상은 박정규 대리가 맡았는데, 촬영과 산행을 겸해 힘들어 쉬다가도 “저 장면은 찍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카메라를 들고 일어났다. 가장 많은 배터리를 썼고, 가장 많은 영상을 남겼다. 선운산 편 영상이 아름답다면, 그 공은 박정규 대리 덕이다.
선운산 INFO
- 주소전북 고창군 심원면 연화리
- 입산
시간시간 04:00~17:00
(3~11월, 12~2월은 16:00까지) - 코스선운산관광안내소 - 선운사 - 도솔암 - 용문굴 - 낙조대 - 천마봉(원점회귀, 약 9.5km)
- 문의선운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60-8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