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먼저 정근우 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전(前) 야구선수 정근우입니다. 분명 은퇴를 하긴 했는데 요즘에 소개할 때도 야구선수라고 말하게 되네요(웃음). 여전히 야구하고 있는 정근우입니다.
Q. 몇 달 전,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땅볼 타구 수비를 하다가 손가락 골절을 당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타로 나가서 멋진 실력을 보여주셨는데요. 현재 손가락 등 컨디션 회복은 잘 되셨는지요.
다행히 컨디션은 잘 회복 중이고요. 아무래도 아직 뼈가 붙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경기도 하고 훈련도 하다 보니 회복 속도가 좀 더디긴 합니다. 사실 현역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주변에서 경기를 못 뛰게 막았을 테고, 저 역시도 회복에 더 집중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최강야구>는 매 경기가 결승 경기이지 않습니까?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스스로와 타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상에도 경기를 뛰게 만든 것 같아요.
Q. 2005년 SK와이번스로 프로에 입단하시고, 한화이글스 그리고 LG트윈스 소속으로 약 16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셨습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2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롯데마린스 리틀야구단 창단식에 가게 됐어요. 창단식인지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갑자기 유니폼을 나눠주더라고요. 그렇게 창단멤버가 되고, 야구를 시작하게 됐죠. 당시에는 야구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방황을 좀 했어요. 그때는 축구를 더 좋아해서 학교에 축구부를 만들어달라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다른 학교를 이기고 오면 만들어 준다던 축구부는 몇 번을 이겨도 안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에 마음이 생겼고, 당시 집에서 부산 사직구장까지 꽤 거리가 있었는데 그 거리를 매일 오가며 야구를 봤어요. 도로 위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 ‘아, 나 야구가 하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13살 때부터는 야구만 바라봤죠. 그때부터 정근우의 야구 인생이 시작됐네요.
Q. 조금은 늦게 프로에 입단했지만,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완벽한 수비로 야구 경기에서 승리의 흐름을 가져오는 ‘악마의 2루수’로 활약하셨습니다. 처음 프로를 준비하시고, 입단하셨을 때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청소년 대표를 하고, 주장도 하고, 우승도 하고 여러모로 성적이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때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이 안 됐어요. 너무 허무했죠. 그간의 노력과 일궈낸 성과들이 다 무너졌으니까요. 피지컬이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분위기였기에 키 작은 제가 야구를 더 해봤자 상처만 입지 않을까 싶어 이대로 야구를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컸고요. 그래도 야구가 하고 싶었어요. 마침 고려대학교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고, ‘피지컬이 약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자’는 생각으로 매일 달리기, 수비·스윙 연습을 미친 듯이 했어요. 그렇게 대학교 4학년, 두산 베어스랑 연습 경기가 있는 날 코치님이 “근우야 SK 2차 1번 지명 축하한다!” 이 말을 하셨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도저히 경기는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지명이 안된 게 속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정근우는 없었을 거예요.
Q. 타자에게는 콘택트 능력과 공을 구별하는 선구안, 무엇보다 자신의 공을 기다리는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석에 섰을 때, 어떤 마음으로 공을 기다리시나요.
투수는 자신의 베스트 볼을 던질 수밖에 없고, 타자는 그 베스트 볼을 꼭 쳐내야만 해요. 그렇기 때문에 타석에 들어섰을 때 “쫄면 지는 거다. 내가 원하는 공만 기다리자”라는 생각으로 단 한 개의 공만 기다립니다. 내가 원하는 공을 기다려서 치는 게 타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타석에서는 여유를 갖고 최대한 인내해야지만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누가 예전에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 바로 잡지 않고 왜 움츠려서 기다렸다가 잡는 줄 아냐고, 한 번에 못 잡으면 창피하니까요. 타자도 마찬가지예요. 끝까지 인내해야 나에게 오는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어요.
Q. 맞습니다. 야구는 선수와 팬 모두에게 인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인데요. 그렇다면 정근우 님은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조건 훈련이죠. 개인훈련과 반복훈련으로 인내력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다들 알고 계신 김성근 감독님의 지옥의 펑고 훈련도 물론 힘들지만, 감독님의 훈련이니 해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개인훈련은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와 싸움을 해야 하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요. 현역일 때, 경기 전에 1~2시간 정도 여유가 생기면 숙소 옥상에 가서 100번씩 스윙 연습을 하는 게 루틴이었어요. 그런데 사람은 항상 타협하고 싶잖아요. 내가 몸이 좀 지치고 힘들 때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다 자고, 놀고 있는데 나도 하루는 놀아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스스로 타협하고 싶은 마음을 저버리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인내력을 키워줬죠. 물론 16년의 야구 인생에서 많은 타협이 있었겠지만, 그 속에서도 꾸준히 반복하고, 훈련하고, 이겨냈던 것들이 자신감을 만들었고, 필요한 인내력을 키워줬고, 좋은 경기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인내해야 나에게 오는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요즘 인내력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 타이밍에 참 좋은 질문이네요. 아무래도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 보니 인내력을 요구하는 순간이 매우 많더라고요(웃음). 누군가를 키운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반대로 언제까지 인내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되묻곤 하는데 이 부분 또한 끊임없는 인내로 부모로서 역할을 잘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은퇴 후,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하시고, <최강야구>, <정근우의 야구인생> 등 활발한 활동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최근에 팬미팅을 진행하셨는데, 오랜 팬들과의 만남은 어떤 시간이 되셨는지요.
<정근우의 야구인생> 유튜브 10만 구독 달성기념으로 팬미팅을 열었는데요. 남녀노소 정말 다양한 연령층에서 오셔서 정근우를 사랑해 주시고 많은 관심을 쏟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야구선수일 때는 사랑을 받기만 했다면 지금은 그 사랑을 더 가까이서 보답할 수 있어서 또 감사했고요. 계속해서 팬분들이 주시는 사랑과 감사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분을 모시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Q. 정근우 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은퇴하고 나서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최강야구>로 인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야구할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보다는 현재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정근우가 되고 싶고요. 계속해서 <최강야구>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전 야구선수 정근우가 <with IBK>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IBK기업은행 임직원 여러분! 인내라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면 당연히 마음에 품어야 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야구에서도 덤비면 범타 나올 확률이 높지만, 인내하면 좋은 타구의 기회들이 많이 오거든요. 인내해 손해 보는 건 없습니다! 인내로 제 야구 인생이 더욱 단단해졌듯이 인내력으로 더욱 단단해질 여러분의 삶을 응원합니다.
정근우 방송인, 전 야구선수
대한민국 전(前) 야구선수. 2005년에 SK와이번스로 프로에 입단, 2020년에 은퇴했다. 현역 시절 ‘악마의 2루수’로 불리며,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 12 우승 등을 이끌었다. 은퇴 후,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현재는 <최강야구>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