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울긋불긋 단풍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반가운 가을이 돌아왔다. 2024 관광 트렌드 중 하나인 ‘자연에서 누리는 쉼’을 실천하기에 딱 좋은 계절. 올가을 숲길을 따라 자연이 주는 선물을 즐겨보자.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고도 불리며 빽빽이 늘어선 자작나무가 매력적인 곳이다. 자작나무 약 70만 본을 조림하여 조성한 숲길로 20년 이상 된 자작나무와 함께 걸으며 자연 속 쉼을 누릴 수 있다. 이미 겨울철 설경 명소로 유명한 이 숲은 눈에 뒤덮인 새하얀 자작나무 풍경도 아름답지만, 푸릇푸릇한 봄·여름, 울긋불긋한 가을의 모습도 매력이 넘치기에 사계절 모두 방문하기 좋은 숲길이다. 더욱이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걷기 좋은 명품 숲길 30선’ 중 최우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작나무 숲 코스, 치유 코스, 탐험 코스, 힐링 코스, 달맞이숲 코스 등 다양한 숲길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고를 수 있는 점도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하얀 줄기와 빛나는 잎, 하늘로 쭉 뻗은 자작나무가 주는 다채로운 매력과 코끝에서 시작되는 맑은 공기의 시원함은 자연이 주는 분명한 선물일테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에 있는 전통문화재 사찰 내소사. 1300여 년 전에 창건된 내소사는 임진왜란 때 피해를 얻었지만 1633년 조선인조 11년에 복구, 1983년에 다시 한번 쇠락해진 사찰을 정비, 복원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내소사에 들어서면 침엽수에서 나오는 특유의 맑은 향내음이 가득하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약 500m가량 쭉 뻗은 전나무 숲길 덕분이다. 삭막한 내소사 입구에 생기를 더하기 위해 심은 약 7백 그루의 전나무가 6·25전쟁에서도 살아남아 사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눈으로 한번, 카메라로 한번 계속해서 기억하고, 담아내고 싶은 풍경이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이 되어주고, 많은 이들에게 평안함과 자연의 힐링을 선물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숲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길게 늘어진 전나무 숲길에서 가을이 더욱 가까이 왔음을 느껴보자.
알록달록한 단풍나무가 쭉 뻗어있다. 약 1시간 정도의 단풍나무숲길의 산책을 마치고 나면 가을이 주는 깊은 여운이 마음에 물들어 있음이 느껴진다. 깊어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곳, 바로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 단풍나무숲길이다. 독립기념관 외곽 도로 양쪽에 심은 단풍나무가 단풍 터널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깊은 가을을 선물한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잎이 관광객들을 맞이하지만, 가을이 되면 빨갛게 물드는 고유 수종 청단풍으로 이루어진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 가을에 오면 새빨간 단풍나무가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지난해 10월, 첫 야간 개장을 개최하며 단풍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다채로운 빛과 조명으로 관람객들의 산책길을 더욱 설레가 만들었다. 올해 5월에도 '별 헤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단풍나무숲길 야간 개장 시즌1을 개최했고, 올가을 시즌 2가 예정되어 있다. 가을밤, 단풍나무 아래 가을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봤다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봐야 진정한 가을을 누리는 법. 가을의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는 강원도 홍천의 은행나무숲은 넓은 대지 위에 5m 간격으로 은행나무 2천여 그루가 심어져 10월이 되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이룬다. 한 개인이 오대산 자락 광천수가 흐르는 삼봉약수의 효험을 듣고 아픈 아내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은행나무 묘목을 한그루씩 심기 시작한 게 홍천 은행나무숲이 되었다. 1985년부터 25년 동안 한 번도 개방하지 않았다가, 2010년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을 위해 1년 중 딱 10월 한 달 동안만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노란 은행나무를 감상하며 가을을 즐기고, 길게 이어진 은행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높고 푸른 하늘과 함께 인생숏을 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변 가칠봉과 삼봉약수, 국립삼봉자연휴양림 등이 있어 자연에서 쉼을 누리기에 알맞은 곳이다. 올가을, 편안한 휴식을 누리고 싶다면 10월에는 홍천 은행나무숲에 꼭 들러보자.
함양 8경 중 상림의 사계가 제1경으로 뽑힐 만큼 사계절 내내 절경의 모습을 자랑하는 이곳,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상림공원이다. 신라 진성여행 시절,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으로 전해지며, 홍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홍수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조상의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덕분에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돈되어 도심 속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자연 안에서 진정한 휴식을 누리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녹음이 매력적인 이끼존, 황토 흙길로 조성하여 맨발로도 걷기 좋은 천년 숲길, 각 계절에 누릴 수 있는 꽃밭,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코스모스, 백일홍, 꽃무릇 등 매력적인 가을꽃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