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신비로움 가득한 풀등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카페리호가 인천대교 아래를 지나면, 먼 여행길을 떠나는 듯 설렌다. 배 안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천의 인기 좋은 섬들인 자은도, 승봉도 등을 거치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쯤 항해 끝에 대이작도에 닿았다. 배가 닿은 선착장은 부산하다.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펜션에서 나온 차들은 손님을 싣고 부리나케 사라진다. 대이작도에는 공영버스가 없다. 대신, 전기차를 빌려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대이작도는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작은풀안해수욕장에서 캠핑하거나 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면 더욱 좋다.
선착장이 텅 비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걷기여행자들의 시간이기 때문. 대이작도의 으뜸 볼거리는 풀등이다. 풀등은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기 때문에 시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어촌계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탐방 가능한 시간을 알 수 있다. 어촌계에서는 ‘풀등 1호’ 작은 여객선(정원 11명)을 운행한다.
날짜를 잘 맞춘 덕분에 때맞춰 풀등 1호에 오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이작도를 벗어나자 바다 위에 뜬 풀등이 보인다. 풀등은 완전히 드러나면 길이 7㎞, 폭이 1㎞ 정도이며 면적이 30만 평이나 된다. 본래는 70만 평쯤 됐으나, 모래 채취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한다.
풀등에 내리자 사막에 온 느낌이다.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다. 풀등에 닿으면 서둘러야 한다. 탐방 시간이 30분에 불과하다. 우선 양말을 벗었다. 풀등은 맨발로 걸어야 제맛이다. 서걱거리는 모래 알갱이의 촉감, 말랑하고 폭 꺼지는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오롯이 전달된다. 사막의 봉우리 같은 가장 높은 곳에 잠시 올랐다가 여객선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수영하고, 조개도 잡고 싶었지만, 시간이 아쉽다. 돌아가는 여객선에서 자꾸 뒤돌아 풀등을 살핀다. 마치 고래 등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대이작도 트레킹 안내판을 확인한다. 갯티길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반 바퀴 도는 코스를 확인했다. 최고령 암석과 작은풀안해수욕장을 거쳐 부아산에 올라 정점을 찍고,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풀등은 맨발로 걸어야 제맛이다. 그래야 서걱거리는 모래 알갱이의 촉감, 말랑하고 폭 꺼지는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오롯이 전달된다.
캠프사이트가 좋은 작은풀안해수욕장
해안에는 덱 산책로가 잘 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바다 건너편으로 소이작도가 손짓한다. 1㎞쯤 이어진 덱 산책로가 끝나면 숲길이 바통을 잇는다. 파도 소리 들리는 호젓한 숲길이다. 이정표가 잘 나 있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중간중간 조망이 열린 곳에서는 풀등이 잘 보인다. 역광 속에 드러난 풀등은 신기루처럼 가물가물하다. 노란 띠처럼 보이는 풀등은 바다 위에 길게 누웠다. 풀등은 가는 길 내내 길동무처럼 든든하다.
최고령 암석은 해변에 있다. 덱 산책로 끝나는 지점에 있으며,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암석의 나이는 무려 25억 년 이상. 약 15~20㎞ 아래 지하 땅속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겹겹의 시간을 간직한 돌에 가만히 손을 대보고 걸음을 돌린다.
최고령 암석 옆쪽에 작은풀안해수욕장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해안으로 길이 나 있지 않다. 길은 울창한 솔숲을 지나서 작은풀안해수욕장으로 이어져 있다.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정겹다. 텐트를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된다. 호젓하게 해수욕장을 즐기며 하룻밤 즐기기 그만이다. 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 놀기에 좋다. 앞바다에서는 풀등이 고개를 내밀고,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김밥 먹고 발 담그며 한동안 쉬었다가 길을 나선다. 도로를 따라 부아산 오르는 길이 팍팍하다. 삼신할매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로 더위를 식힌다. 물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이 약수는 애를 못 낳는 여인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고, 주민들 생명을 보호해 주는 생명수로 알려졌다.
부아산 꼭대기에서 섬을 조망하는 맛
갈증을 해소하고, 힘을 내 봉수대를 거쳐 부아산 꼭대기에 올랐다. 약수터에서 40분쯤 걸렸으니 생각보다 멀지 않다. 159m 높이의 부아산은 대이작도 최고봉으로 생김새가 어머니가 아기를 업은 듯한 모습이다.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조망이 시원하다. 대이작도와 건너편 소이작도 사이의 해변은 하트 모양으로 보이고, 그 뒤로 덕적도 일대 섬들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서쪽의 굴업도와 동쪽의 인천 시내까지 보인다.
이제는 섬을 떠날 시간이다. 당일로 여행을 마치려면 오후 4시 20분 배로 나가야 한다. 제법 가파른 급경사를 조심조심 내려와 촛대처럼 뾰족한 오형제바위를 거쳐 마을에 닿았다. 이작분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마을 앞 해변 도로에는 ‘섬마을 선생님’이라고 쓴 비석과 영화 스틸 컷이 새겨져 있다. 1967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대이작도 계남마을 일대에서 촬영했고,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모퉁이를 돌아 선착장에 닿았다. 하루 알차게 대이작도를 즐겼다.
- Tip대이작도 가이드
대중교통이 없는 대이작도는 여유롭게 걷기 좋은 섬이다. 섬 구석구석 깨끗하고 산책로가 잘 관리되어 있다. 풀등 탐방은 시간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대이작도 어촌계 홈페이지에 매월 풀등 탐방 시간이 나온다.
교통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대이작도 가는 배는 08:30, 15:00에 있으며, 약 1시간 20분쯤 걸린다. 대이작도에서 인천으로 나가는 마지막 배는 요일에 따라 다르다. 15:10(토요일), 15:50(일요일), 16:20(평일).
맛집과 숙소
펜션과 숙소를 겸하는 이레식당(010-5496-0519), 풀등이야기(010-6322-3945) 등에서 꽃게탕과 자연산 회 등을 먹고, 숙박할 수 있다. 캠핑은 작은풀안해수욕장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