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해안길, 행남등대 코스
누구나 예외는 없다. 울릉도에 가려면 먼바다를 건너야 한다. 동해에서 울릉도까지는 161㎞,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포항에서는 217㎞ 떨어져 있다. 제주도가 완도에서 90㎞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울릉도가 멀긴 멀다. 게다가 동해 먼바다의 파도는 바람이 좀 세다 싶으면 3~5m에 이른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기에 울릉도만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울릉도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행남등대 코스는 도동항부터 시작된다. 도동항 여객터미널 뒤편의 큰 다리에 오르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길은 바다에서 솟은 용암을 파도와 바람이 오랜 세월 다듬어놓은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고, 그 오른쪽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찰랑거린다. 바다는 섬에서 멀어질수록 검푸른 빛으로 일렁인다.
바닷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산길이 이어진다. 수풀을 헤치고 솔숲 사이를 걸으니 동화 속에 나올 듯 예쁜 행남등대가 나타난다. 등대 뒤편에는 기막힌 전망대가 숨어 있다. 저동항과 울릉도 부속 섬인 죽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저동까지도 절경이 이어지지만, 강한 파도 때문에 길이 훼손된 경우가 많다. 만약 길이 열렸다면 운이 좋은 거다. 여러 개의 무지개다리를 건너 촛대바위가 반기는 저동항에 닿을 수 있다.
푸른 동해가 넘실거리는 관음도와 나리분지
관음도는 울릉도 북동쪽 끝에 있다. 슴새(깍새)가 많아 주민들이 깍새섬이라 불렀다. 1960년대 주민 한 가구가 잠시 살다 인적이 끊겼다. 그러다 2012년 울릉군에서 관광을 위해 섬목과 연도교를 놓았다. 관음도를 건너가려면 우선 승강기를 타고 25m쯤 올라야 한다. 이어 데크를 따라가면 보행 전용 현수교를 만난다. 현수교에 들어서면 세찬 바람과 함께 압도적 풍경이 몰려온다. 울릉도의 남쪽 바다와 북쪽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현수교를 건너 울창한 난대림 속의 급경사를 오르면, 비로소 관음도 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제 편안한 오솔길과 데크길이 이어진다. 1㎞쯤 이어진 탐방로를 따르면 관음도의 청정한 초지가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본섬·죽도·삼선암 등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관음도를 봤으면 나리분지로 이동한다. 단골집인 산마을식당에서 하룻밤을 청했다. 부지깽이, 더덕, 고비 등의 산나물 안주에 씨앗술을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나리분지는 넓고 평온했다.
나리분지의 아침은 강원도 깊은 산골처럼 맑고 선선했다. 성인봉 가는 길은 나리분지 원시림 보호구역을 관통해 나 있는데, ‘나리’란 이름처럼 순하기 그지없다.
천연기념물인 섬백리향 보호구역을 지나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투막집이 나타난다. 미륵산과 송곳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은 한눈에 봐도 명당이다. 1882년 울릉도 개척 시대에 정착했던 사람들이 귀틀집 형태인 투막집을 짓고 섬말나리 뿌리로 연명하며 살았다고 한다. ‘나리’라는 이름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신령수에 이르러 물통을 가득 채운다. 울릉도는 전체적으로 물이 좋지만, 특히 나리분지의 물은 최상급이다. 신령수를 지나면 공포의 계단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정상 직전까지 끝없이 나무계단이 이어지는데, 중간 지점에 나리분지 전망대가 있다. 드넓은 나리분지 안에 알봉이 봉긋 솟아 있는 모습이 정겹다.
전망대를 지나면 잠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다 성인수에서 다시 계단이 시작된다. 성인수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한바탕 땀을 쏟으면 계단이 끝나면서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10m만 오르면 홀연히 하늘이 열리며 성인봉 정상이 나타나고 마가목 숲 사이로 조망이 열린다. 나리분지 일대 너머로 푸른 동해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대풍감(待風坎)’은 바람을 기다린다는 멋진 뜻이다. 옛 돛단배들은 이 근처 바다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울릉도 북면의 절경을 찾아서
북면은 드라이브나 버스를 이용해 둘러보는 게 좋다. 북면 땅을 밟기 전 서면 태하리 태하등대 전망대에 들러보는 게 순서다. 울릉도 절경으로 꼽히는 대풍감에 설치된 전망대다. ‘대풍감(待風坎)’은 바람을 기다린다는 멋진 뜻이다. 옛 돛단배들은 이 근처 바다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하리에서 대풍감 위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2008년 개통한 20인승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이곳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북면 해안의 절반가량이 통쾌하게 펼쳐진다.
태하리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넘으면 현포리다. 그림 같은 북면 풍경이 펼쳐진 곳에 현포전망대가 딱 놓여 있어 고맙다.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우뚝 솟은 송곳산, 아담한 현포항, 코끼리 모양의 공암이 어우러져 울릉도 최고 비경을 선사한다.
험준한 산허리에 자리한 평리마을에는 울릉도에 정착한 통기타 가수 이장희의 ‘울릉천국’이 있다. 작은 연못과 목을 꺾어야 보이는 송곳산이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천국의 풍경이다. ‘울릉천국’이란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북면의 얼굴마담 격인 삼선암을 거쳐 안용복기념관과 석포전망대를 놓칠 수 없다. 안용복은 조선시대 부산 동래 수군 출신으로 일본 어민이 울릉도 인근에서 고기잡이하는 것을 보고 1693년과 1669년 두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냈다. 기념관 앞에서는 청명한 날에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기념관 근처의 석포전망대는 일제가 러시아 군함을 관측하기 위해 망루를 설치한 역사의 현장이다. 전망대에 서면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송곳산, 공암(코끼리바위) 등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 Tip울릉도 가이드
울릉도의 대표 걷기 명소로 행남등대, 내수전옛길, 관음도, 성인봉을 꼽을 수 있다. 가벼운 산책 코스로 즐기고 싶다면, 행남등대와 관음도 코스를 추천한다. 렌트카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교통
강릉, 동해(묵호) 등에서 울릉도행 여객선이 1일 1~2회 왕복 운항한다. 포항에서 운행하는 울릉크루즈(1533-3370)를 이용하면, 날씨에 따른 결항 걱정 없이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다. 한진렌트카(054-791-5337), 오케이렌트카(054-791-8668) 등을 이용하면 울릉도를 더 편히 여행할 수 있다. 일주버스로는 무릉교통(054-791-7910)을 이용하면 된다.
숙소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054-791-7788), 추산일가(054-791-7788), 대아 울릉 리조트(054-791-8800) 등이 인기 숙소다.
맛집
울릉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을 ‘울릉오미’로 손꼽는다. 시내 식당에서 대부분 맛볼 수 있다. 성인봉에서 캔 산나물로 정식을 판매하는 나리분지 산마을식당(054-791-6326)이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