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이켜 보면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3법 중 2법(상한제, 갱신권)은 전세 시장 곳곳에 큰 생채기를 냈다. 실수요만 있는 임대차 시장에 거품 가격이 형성된 원인을 제공하면서 전세사기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하반기 들어 서울 지역부터 전세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이후 9개월째 상승세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완만한 상승으로 반전할 수 있었던 주요 이슈 3가지와 핵심 이슈 1가지를 살펴보자.
정부가 2023년 7월부터 전세보증금반환 특례대출을 시행하며 임대인들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발휘했다. 유동성 지원 대상은 2023년 7월 3일 이전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경우 및 2024년 7월 31일까지 임대차 계약만료 등 반환수요가 발생하는 경우 중 역전세로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들이다. 대출한도 책정에서 임대인들이 요구하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적용을 배제했으며, 기존 전세금과 새로운 전세금에 대한 차액을 지원할 목적으로 시행 중이다. 부동산R114의 전세 시세에 따르면 대책 시행 시점인 2023년 7월부터 그 즉시 전세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확인된다.
2020년 임대차2법이 도입된 이후 전국 전세가격은 2020년에 12.47%, 2021년에 13.11% 올랐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누적 변동률은 36.31%로 단기 폭등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높아진 전세보증금 부담과 2022년의 급격한 금리인상 영향으로 월세 시장에 임대차 수요가 대거 이탈하면서 2022년부터 2023년 상반기 사이에는 12% 떨어지며 전세가격의 되돌림도 상당했다. 실수요 시장인 전세시장은 거품 형성 가능성이 제한적인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제도 변화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격 거품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임대차2법 제도 시행 이후 상승기와 하락기를 모두 경험한 상황인 만큼 제도 시행 4년 차에 해당되는 현재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제도에 적응했다고 평가된다. 즉 새로운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며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사이 특이 현상이 발생했다, 바로 임대차 시장의 대칭점에 있는 월세가격은 선호도가 높아지며 급등했다는 점이다. 월세의 경우는 보증금 규모가 다양하므로 지수 형태로 변환하여 어느 정도 올랐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가격 급락기인 2022년과 2023년 사이 서울 지역의 월세가격 지수는 126에서 145로 우상향했다. 지수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평균 15% 급등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 이자 증가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월세시장으로 이탈했던 수요층들이 월세가격을 밀어 올림에 따라 현재는 전세시장으로 다시 회귀 중이다. 최근 임대차 시장은 전세와 월세 계약 비중이 1 대 1 수준으로 대등하게 변화된 만큼 상호 경쟁으로 밀고 당기는 관계를 형성하며 동반 오름세를 이끌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언급한 3가지 이슈들이 최근 전세가격 상승을 결정한 주요 이유지만 2024년에 전셋값이 오르는 핵심이유는 아니다. 과거부터 전월세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이유는 ‘공급 물량’이 전부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당장 거주 공간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신축 입주나 기존 매물 등 수급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축소 이슈가 2026년까지 장단기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2023년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급감한 주택 인허가가 2024년 분양물량 축소로 연결 중인 가운데, 분양 이후 3년 여의 공사기간을 끝내고 입주하는 아파트 또한 크게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즉 공급 축소 영향으로 9개월 연속 오른 전세가격이 상당 기간 추세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해당 이유로 앞으로의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예상대로 전세가격이 1년을 넘어 2년, 3년 연속 오르면 그 결과는 어디로 이어질까? 최근 서울에서의 아파트 거래량 추세 변화가 앞으로 일어날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가 3,900건(2024년 4월 말 조사 기준)을 기록하며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1년은 정부 주도 대출규제 완화 정책인 특례보금자리론(6~9억 이하, DSR 배제 등)이 시행된 시기라는 점, 과거 2021년 시장은 가격 급등기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거래량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스트레스 DSR 도입 등) 분위기 속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거래량 증가가 가능했던 이유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9개월째 오르는 전월세 가격과 높아진 신축 분양가(공사비 인플레이션) 부담 등이 커지면서 안정적 주거에 대한 선택지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즉 무주택 실수요자 선택지는 전월세, 신축분양, 구축매매 3가지 길에서 가능한데 구축매매 외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나마 부담이 덜한 서울 중저가 지역 내 급매물들을 중심으로 부담 가능한 수준(대출한도, 이자 비용 등)에서 전월세 시장에서 매매로의 갈아타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경향은 사실상 확정된 중장기 공급 축소 이슈를 감안할 때 실수요층의 선호도가 쏠려 있는 아파트로의 대이동, 즉 물건 유형별 가격 양극화로 마무리될 전망이다.